활동지원사 호텔비도 지출해야 해요?

나의 이용자와 함께 타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지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지 이용자는 나에게 숙박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하던 중에, 활동지원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초대자가 여러 가지를 물었다. 어쩌면 노동자보다 장애인이 더 친근한 초대자는 장애인이 여행하는 데 직면하는 무수한 문제에 더욱 공감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여행을 갈 때, 같이 가는 활동지원사의 호텔비까지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

누구나 그렇듯 장애인도 때로는 여행을 가고 싶다. 그런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장애인의 여행에는 단순히 이동권 보장만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2023년 8월 28일 자 KBS 보도에서는 장애인이 제주도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데 파리를 여행하는 것과 비슷한 비용이 든다고 보도했다. 그런데 사실 조금 더 따져보자면 여기에는 몇몇 비용이 누락되어 있다. 장애인이 이동할 때 장애인만 가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을 지원할 누군가가 동행해야 한다. 이는 활동지원사가 될 수도 있고 가족이 될 수도 있고 반려인이 될 수도 있다.

현행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서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 활동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기준을 제시한다. 활동지원사는 자신이 먹는 식사와 관련하여 장애인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고 양성 교육에서부터 교육받는다. 그 외에 “외출동행에 소요되는 서비스 제공자의 경비 부분(공연 관람 등)은 이용자가 제공”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다. 장애인 당사자들이 재정적으로 넉넉한 경우는 거의 없다 보니, 활동지원사에 해당하는 비용은 활동지원사가 지불하길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흔하게는 영화관람부터 동물원, 놀이동산, 드물게는 여행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가족이나 반려인, 지인은 자신이 동행하는 비용을 함께 여행 가는 비용으로 여길 테지만 노동자인 활동지원사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다른 지역까지 멀리 일하러 가는 것인데, 일하는 데에 드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것은 임금이 삭감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안 그래도 여행지에서의 식비는 대게 물가가 비싼 경우가 많은데, 교통비와 숙박비까지 부담한다는 것은 임금으로 생활을 영위해야 하는 노동자로서는 곤란한 일이다. 장애인이 여행을 결심한다는 것은 축하해야 할 일이지만, 옆에서 일하는 활동지원사 입장에서는 여행을 앞두고 고민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낯선 환경에서의 업무 강도 가중, 피로는 덤이다. 더욱 부담되는 것은 대개 활동지원사가 이 비용을 부담하지 않으면 장애인의 여행 계획은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활동지원사의 책임은 아니지만, 이용자의 원망은 이성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비용을 기꺼이 부담하는 누군가로 대체되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어딘가에 여행을 다녀왔다는 장애인을 보면 내심 “그래서 활동지원사에게 숙박비와 교통비를 얼마만큼 부담시켰나요?”라고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도 일상적으로 장애인이용자와 영화관람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영화관람을 할 때 내가 영화를 온전히 한편을 다 관람하기는 힘들다. 장애인이용자도 활동지원사를 영화관에 동행시킬 정도면, 자신이 서비스 받아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눈물 콧물을 사소하게 닦아주는 것부터, 갑작스레 화장실에 같이 갈 경우까지, 아니면 정말 영화가 재미가 없어서 갑자기 나오는 경우까지. 해당 영화관람은 나의 의사로 자유롭게 온전하게 이루어지기 힘들다. 나는 장애인의 편안한 영화관람을 위해 투입되는 인력일 뿐이지, 영화를 관람하는 소비자는 아니다. 정말 재미있는 영화라면 나는 나중에 별도로 비용을 지불하고 다시 영화를 봐야 한다. 이런 지경이다 보니 영화관에서 나에 대한 비용을 받는다는 것과 이 비용을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 다소 불합리하게 여겨진다.

이런 불합리함을 느끼며 나는 종종, 차라리 활동지원사를 인간으로 취급해 주지 않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 차라리 개 취급을 해줬으면 싶을 때가 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들은 장애인을 위한 안내 업무를 하면서 문화시설에 대한 출입료가 징수되지 않는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에 대한 출입금지가 시각장애인에 대한 차별인 것이 인정된다면, 활동지원사에 대한 출입금지 혹은 비용에 대한 부과는 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아닌가.

나는 이 글에서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이 모든 차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사 노동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장애인이용자들의 행태는 비판받아야 하고 금지되어야 한다. 서비스제공자가 장애인과 동행하는 사람에 대한 비용을 징수하는 것은 큰 범주에서 장애인차별로 인정되고 금지되어야 한다.

 

 

글 _ 전덕규

2011년부터 장애인활동지원사 일을 하고 있다. 적게 일하고 조금 벌고 취미생활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너무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의 노동조합 전국활동지원사노동조합(https://litt.ly/ndaukr)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저작권자 © 뉴스풀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