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달팽
사진 달팽

 

신을 찾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이럴 순 없다고, 당신은 있어야 한다고, 저 재난 속에 슬픔과 아픔과 고통 속에 있는 저이들에게 원망이라도 당신께서 들어야 한다고. 너무나 초라하고 무력한 인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재난의 상황에서 난 신을 찾는다. 양극성 장애로 저 밑바닥에 있을 때, 물난리로 30년 넘게 일궈온 공장이 물에 잠겼을 때도 읍소했다.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 구절은 정말 기만이라고 생각해요. 이게 정말 감당할 수 있다고 보시나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시간과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의 시간이 번갈아 오는 이 반복의 끝이 있다고요? ‘고(苦)’와 ‘락’(樂)이 함께하는 윤회를 정말 끊을 수 있나요? 번뇌가 사라질 수 있나요? 해탈의 경지에 이르면 이 고통이 사라지는 게 맞나요? 당신들은 그리 한 마디 던져 놓으면 끝인가요? 제 손으로 끝내는 것 말고 방법이 없는 거 같아요.” 하고 어느 날은 하느님에게, 어느 날은 부처님께 외쳤다.

나는 종교도 없으며 신이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책장에 성경, 금강경, 반야심경 등등 종교 서적만 한 칸 가득 꽂혀있다. 그 책들은 과학과 철학, 수학의 경계가 없던 그 과거부터 지금까지 많은 이들의 입으로, 글로 전해오는 데에 분명한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도대체 어디에 기댄 것인지 신기하기도 부럽기도 해서 모았다. 읽음으로써 믿음 생길까 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믿음에 의문이 생긴다.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물을 퍼내고 흙탕물을 닦아내면서 사는 게 도대체 뭔지 모르겠다고 엄마와 대화했다. 그냥 하루를 살아내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대홍수 때, 방주에서 노아가 날린 비둘기는 올리브 잎사귀를 물고 왔다. 물이 줄어들고 있다고, 이제 지면이 보일 것이라고 비둘기가 알려줬다. 신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힘들어하고 있을 모든 이에게 신은 반드시 존재했으면 한다. 신을 믿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신이라는 이름으로 올리브 가지를 건네며 이제 재난은 끝났다고 안심의 알림을 줬으면 한다. 부디 신의 가호가 있기를.

 

<사진 설명: 2012년 2월 13일 튀르키예 남동부에 위치한 도시 디야르바키르의 해질녘.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다. 그들이 가족과 반가운 재회를 하는 순간을 나는 버스에서 바라본다. 2023년 2월 6일 규모 7.8의 지진이 일어난 곳과 3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이 도시도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그때 이란과 튀르키예를 돌아보는 여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의 사람들이 베풀어준 끝없는 호의와 친절 오직 그 덕분이었음을. 부디 살아있기를, 신의 가호가 있기를. (온라인 기부 가능한 튀르키예 현지 비영리구호단체 AHBAP : https://ahbap.org)>



 

글_ 미야, 사진_ 달팽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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