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 곳곳마다, 분야마다 혼란이 컸지만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역시 교육이었습니다. 개학 연기를 여러 번 거치고 등교하고 나서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유례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금 시대가 지닌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감염병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교육문제와 현실을 마주하며 공교육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


1. 공교육과 학교의 역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공교육은 왜 존재하나요?

근본적인 물음을 가져봅니다. 교육기본법 9조에 따르면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교교육은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전인교육은 신체적 성장, 지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 등을 조화롭게 하여 넓은 교양과 건전한 인격을 갖춘 인간을 육성하려는 교육입니다. 그러나 우리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전인교육에 상당 부분을 위협받고 있고, 특히 이번 코로나 사태 때는 그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집단감염의 우려로 개학을 몇 차례 연기하기는 했지만, 결국 입시제도와 학사일정을 맞추기 위해 학생들은 등교를 시작했습니다. 국민 모두가 감염이 두려워 거리두기를 유지할 때 학생들은 학교로 공부를 하러 갔고 특히 중3, 고3 학생들은 더욱 입시에 발 묶여 제일 먼저 등교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안전보다 입시에 초점이 맞춰져있는 교육당국의 결정을 보며 이제는 이런 교육에 균열을 내고 이후 교육체제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깊은 논의가 시급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학교교육 혁신 흐름은 학생 선택권 확대, 학교 자치와 학교문화의 민주적 변화까지 요구됩니다. 그러나 아직도 교육당국의 상명하달 지시를 학교가 그냥 따르는 행정 편의주의 과정을 보며 느낀 점은 우리 사회가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이 한 사람의 국민이 아닌 입시생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전인교육의 지향점 중, ‘지적 성장’만을 책임지는 곳이 학교는 아닙니다. 현장 교육이든 온라인 교육이든 지식 전달만 하는 수업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신체적 성장, 정서적 발달, 사회성의 발달을 함께 키워갈 수 있는 교육이 되도록 학교 현장에서 교육주체들을 통해 실현되어야 하며 단 한 명의 아이도 소외되지 않도록 교육 양극화와 교육 기회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을 근본으로 하여 장기적 관점으로 국가 교육의 미래를 설계해야 합니다.


2. 교사의 역할

또 하나의 질문을 던져봅니다. 정말 존경했던, 닮고 싶은 롤 모델인 선생님이 있습니까? 학창 시절을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던 선생님은 수업을 잘하는 능력 있는 분보다는 나를 학습대상자가 아닌 인격체로 대해줬던 선생님이었습니다. 숙제로 해갔던 생활문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었다가 엄마한테 혼나서 속상했던 내용을 썼더니 교무실로 불러 위로를 해주셨던 일은 2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에 남습니다.

소통하는 교사

처음으로 온라인 수업을 접하면서 우리 대전참교육학부모회에서 학부모 대상 만족도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틀 동안 570여 명이 참여를 했는데 담임교사와 학부모들이 수시로 소통할 수 있는 매체가 필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63%였습니다. 소통 방식에 있어서 실제로 단톡방이나 밴드를 통해 소통하고 있는 비율은 20%밖에 되지 않았고, 문자가 전화가 오긴 하지만 소통 창구가 없다는 비율이 51%였습니다. 수업 또한 쌍방 소통 방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앉아서 인터넷 강의를 시청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라며 이러한 교육방식이 불만이라는 의견(33%) 이 만족한다(23%)는 의견보다 많았습니다. 이는 매일 대면하던 기존의 수업방식이 바뀌어 비대면 수업을 지속하게 될수록 더욱더 소통이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시대적 요구는 우리 교육이 표준화된 지식을 넘어 소통과 협력의 능력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이는 학생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교사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며, 상황에 맞게 대응하고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이론과 기술을 갖춰야 합니다. 지식과 기능을 가르치는 교사를 뛰어넘어, 제자와 면밀히 소통하여 미래를 설계하는 데 조력자의 역할을 하고 꿈을 찾아가는 제자에게 안내자의 역할을 하는 교원양성체계의 구체적 내용이 필요합니다.

교사는 학생의 1차적 인권옹호자

학교에 가끔 강의에 가면 학생들에게 묻습니다. 학교와 선생님께 가장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대부분의 대답은 ‘우리 의견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해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입니다. 당사자들에게 직접 적용되는 학교 규칙에 학생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학교 현장, 학생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학생들의 의견이 반영될 창구가 없는 현실 속에서 학생의 인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하는지 학부모로서 고민이 깊어집니다. 학교 내 인권보호는 민주시민교육의 시작점이며 학교에서 헌법 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교육하고자 하는 근본적 방편입니다. 학교 민주주의와 학교자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학교 현장의 새로운 변화는 우리나라 교원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교원에게 학생 중심의 교육을 설계하도록 역량을 갖추게 하려면 무엇보다 학생의 요구에 귀 기울이며 학생의 1차적 인권옹호자가 되도록 인권교육 연수 확대가 필요합니다. 또한 계속해서 문제가 되는 스쿨미투가 반복되지 않도록 성인지 감수성 교육도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교원의 인권감수성이 높아질수록 학교 민주주의는 앞당 겨질 것입니다.


3. 교원양성체제의 방향

교육을 개혁하려면 대학입시체계를 개혁해야 하고 교육양극화와 교육 기회 불균형도 바로잡아야 하고 감염병 시대를 맞아 학급당 학생 수도 줄여야 하고 학교 규모도 작은학교로 줄여야 하는 등 수없이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혁신의 중심에는 교사가 있고, 학교가 변하려면 교원정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교원양성기관 입학 학생들의 수준이 유독 우리나라만 학업성취 능력 상위 5%입니다. 아이 입학식에서 교장선생님의 인사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학교 선생님들은 교대에서 상위 5%의 성적을 취득한 유능한 분들이니 믿고 맡겨달라고 했습니다. 학부모와 학생이 원하는 교사는 공부 잘하는 사람일까요? 학교는 전인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입니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미래를 설계하도록 책임감을 갖고 실천하는 교원을 양성하려면 학업성취 중심의 기존 임용시험 방식을 벗어나 실제 수업능력, 인성평가 등에 더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등의 제도적 보완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교원양성 과정에서 교원이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담당하는 교과나 기능만을 전달하는 것은 과감히 버리고, 제자에 대해 진한 사랑과 고민을 가지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조력하는 교원의 양성이 기본으로 전제되어야 합니다. 경쟁이 아닌 협력을, 공동체의 회복을, 문제풀이가 아닌 문제해결 능력을 실천 속에 가르치는 교사들이 많아지기를 학부모로서 기대합니다.

 

글 _ 강영미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 대전지부 지부장

 


출처 : 학부모신문 2020년 11월 (348호) http://www.hakbumo.or.kr/2015

※ 국가교육회의에서 지난 8월 24일부터 9월 4일까지 개최한 ‘교원양성체제 발전 방향 모색을 위한 권역별 경청회’에서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를 대표해 발표한 토론문을 편집하여 실었습니다. / 학부모신문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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