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라!] “오늘, 우리2”
[이 영화를 보라!] “오늘, 우리2”
  • 김상목
  • 승인 2021.01.2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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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집4색’ 이야기로 상상하는 미래의 가족(들)



"오늘, 우리2" 영화 포스터 이미지

1. 단편 독립영화를 소개하는 새로운 시도 : <오늘, 우리> 시리즈

 

독립영화는 여전히 상업영화보다 소개될 기회가 희박하다. 특히 통상적인 극장 개봉에는 맞지 않은 형태인 단편영화는 더욱 그렇다. 그나마 조금 화제가 되거나 우리가 이름은 들어봤을 법한 독립영화들은 대부분 장편영화로 극장에서 작게나마 개봉을 통해 만나볼 기회가 있던 작품들이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본령이 기존 상업영화가 소화하지 못하는 다양한 형식과 내용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보다 독립영화 정수에 가까운 게 단편영화라고 본다면, 단편 독립영화가 소개될 기회가 없다는 점은 창작자와 관객 모두에게 안타까운 상황이다. 다행히 비非극장/온라인 상영 등 기회가 예전보다 늘어나면서 뜻있는 영화인들이 단편 전문 독립영화 배급사와 상영회 기획 등으로 저변을 넓히기 위해 최근 몇 년 동안 고군분투 중이다. 그런 가운데 <오늘, 우리> 시리즈는 단편 독립영화의 극장 개봉 시도를 꾀하는 주목할 만한 시도다.

독립영화 배급사 “필름다빈”은 2019년 10월, <오늘, 우리>라는 이름으로 단편영화 4편을 묶어 옴니버스 영화 형식으로 소규모지만 전국 개봉을 진행한 바 있다. 처음부터 공통 기획으로 만들어진 작품들이 아닌데도 하나의 주제로 묶일 수 있는 테마를 선정하고 그에 맞춰 자사의 배급 작품 중 고르고 골랐다. 이미 여러 영화제에서 초청되고 수상하는 등 검증된 4편의 수작들은 (독립영화 감독들 다수가 또래이기도 한) 청년실업 세대의 다양한 모습을 고찰할 수 있는 기획으로, 단편영화 수명연장과 함께 개별 작품으로는 품기 힘들었던 세대론 성찰을 가능케 한 성과를 남겼다. 2020년 10월에는 <마음 울적한 날엔>이라는 표제로 3편을 엮어 역시 청년세대의 고민과 단면을 다룬 기획으로 개봉을 진행했고, 올해 초 다시 <오늘, 우리2>로 단편영화 옴니버스 개봉 프로젝트의 세 번째 주자를 선보이려 한다.

 

2. <오늘, 우리2>가 선보이는 4개의 ‘가족’ 이야기

<오늘, 우리2>는 ‘가족’을 테마로 잡았다. 자사 배급 작품 중 주제에 맞춰 골라낸 4편의 단편영화는 소재와 배경은 각기 다르지만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정상 가족’과는 동떨어진 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우리 통념과 달리 이미 전통적 가족 형태는 해체되어 가는 중이지만, 평범한 개인들은 그런 변화의 실체를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각기 다른 조건과 기획으로 만들어진 단편영화들이지만, 공통적으로 ‘New-노멀’로 근 미래에 자리 잡을 가족 형태와 변화를 상상하는 데 꽤 쓸모가 많은 조합이다. <오늘, 우리2>는 충분히 관객이 고개를 끄덕일만한 짜임새를 갖췄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2_1. <낙과> : 아버지+아들|세대 간 자원 분쟁의 현장

<낙과>의 아버지와 아들은 한집에 살지만 사이는 그리 좋지 않다. 아버지에겐 아내가, 아들에겐 누나가 있지만, 같이 살지 않는다. 정황상 아버지와 어머니가 이혼하면서 딸은 어머니와, 아들은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 듯 보인다.

아버지는 동네 마트 캐셔 일을 타의로 그만둔다. 새로 온 아들 나이대의 후임자에게 이것저것 업무를 인수인계하는데 눈치 없는 관리자는 ‘이제 마지막 근무이니 폐기될 식재료 많이 챙기시라’고 덕담이랍시고 말한다.

이것저것 챙겨온 아버지는 아들이 유통기한 지난 건 다 몸에 안 좋을 이유가 있다며 그만 먹겠다고 하자 역정을 내고, 아들은 눈치를 보다 밥을 먹는다. 이 장면은 별것 아닌 듯 보이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자리 잡지 못한 아들의 취업준비생 처지를 드러낸다. 서른 된 아들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어느덧 다른 진로를 선택해야 하는, 나이 제한에 가까워진 상황에서 노리고 노렸던 이번 시험도 낙방한 아들은 앞날이 막막하다.

한국의 여느 도서관마다 수험생들이 열람석을 가득 메우고 있다. 도서관에서 자리를 맡아두는 ‘메뚜기’라는 표현이 등장한 지 오래다. 자리다툼은 치열하고 잔뜩 예민해진 ‘프로불편러’들의 메모가 온라인 공간에서 웃픈 유머 소재로 종종 올라오곤 한다. 자의건 타의 건 은퇴 세대 또한 도서관으로 몰려와 소일하면서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한다. <낙과>에선 바로 아버지와 아들이 그런 세대 문제를 압축적으로 표상한다.

벤치에서 친구와 ‘낙방’으로 앞날을 걱정하는 아들 앞에 살구나무에서 떨어진 ‘낙과’를 줍는 노인들이 등장한다. 중년의 경비원은 역정을 내며 이들을 내쫓는다. 그 속에 아버지가 있다. 아버지가 과일값도 비싼데 한 푼이라도 아낀다며 주섬주섬 주워온 살구를 아들은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내다 버린다. 공무원 시험이 예전 표현대로 ‘과거 시험’에 해당한다면, ‘낙과’한 자신의 처지가 살구나무 ‘낙과’와 겹치게 보인 게 분노의 이유일 테다. 그리고 살구를 찾는 아버지와 대판 싸운다. 아버지가 그렇게 답답하고 고집불통이라 어머니가 떠나간 것이라고 내뱉는 바람에 부자는 냉랭한 가운데 다툼을 멈춘다. 더 싸워봐야 파국일 것이란 직감 때문이다.

하필 딸(누나)의 결혼식이 이 부자에게 다가온다. 불편한 자리라 내켜 하지 않는 아버지를 아들은 억지로 정장을 입혀 끌고 가야 한다. 결국 아내(어머니)와 딸(누나), 아내의 재혼남과 사위를 대면하고 만 이들은 우물쭈물 폐백까지 함께 한다. ‘나처럼 살지 말라’고 씁쓸하게 이제 아내의 새 남편 성씨로 성을 바꿀 딸에게 덕담을 남긴 아버지. 아들은 그런 아버지와 청계천 천변을 걷는다. ‘정상 가족’ 붕괴 후 자리를 제대로 잡은 절반과 반대편에 선 절반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순간이다. 아들은 아버지의 기운 쭉 빠진, 하지만 위악도 걷힌 뒷모습에 이것저것 생각이 든 눈치다.

아버지는 이제는 폐기 식품을 가져올 수 없는 이전 직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대신한 후임과 인사를 나누고 반값 할인을 챙겨서 나온다. 과일은 쉽게 손이 갈 수 없다. 도서관에서 낙과를 줍다 좀 더 좋은 과일을 아들에게 먹이고자 기어코 살구나무에 올라간다. 경비원이 이를 발견하고 역정을 낸다. 아들이 이 모습을 두 번째로 바라본다. 그리고 처음 목격할 때와 아들의 태도는 달라져 있다.

<낙과>는 가족 구성 모델로는 갈수록 늘어가는 이혼 가족과 그 슬하에서 자라난 자녀 문제를, 사회적으로는 평생직장이 무너진 당대 현실에서 일자리와 자존감을 동시에 잃은 중장년층 대 부모 세대와 취업 절벽에 신음하는 청년세대 간의 갈등을 조명한다. 가족 관계에 중점을 뒀기에 다른 독립영화들이 천착하는 구조적 모순에 깊이 주목하지는 않지만, 부자 관계로 세대 갈등을 압축한 담백한 이야기 전개는 아버지 역 기주봉 배우의 열연이 더해져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낙과 Fruits

2019, 드라마·가족, 25'36"

감독 양재준

주연 기주봉(종환), 박세준(도진)

부산국제영화제(2019), 대한민국대학영화제(2019), 서울독립영화제(2019),

서울국제음식영화제(2020), 서울노인영화제(2020), 도시영화제(2020)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2_2. <아프리카에서 배추가 자라나> : 누나/언니+남동생+여동생|가족에게 남겨진 것

연말 겨울 풍경 속에 세 남매가 모였다. 스산한 날씨에 재개발이 임박한 동네 풍경은 황량하다. 셋은 예전에 같이 살던 낡은 집에서 김장을 한다. 제법 본격적으로 준비된 김장이다. 드라마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묘사되는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 대개 김장을 진두지휘하는 어머니도, 뒷짐 지고 딴청 피우는 아버지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삼 남매는 어머니의 헌 옷을 입고 김장에 열심이다. 남매들은 언젠가부터 매년 말일에는 꼭 모여 김장을 해왔다. 이들은 평범과는 거리가 멀었던 유년기를 회상하며 애증의 대상인 어머니에 관한 회상을 양념 삼아 김장을 한다. (아버지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는다) 어머니는 자녀들을 버리고 수시로 가출하다 어느 날 아프리카로 훌쩍 떠나버렸다고 한다. 삼 남매는 진저리를 내며 어머니를 "개X" "썅X" 같은 육두문자 섞어가며 씹어댄다. 이 묘사가 꽤 찰지다.

김장을 마치고 흔한 풍경처럼 수육을 삶아 김장김치와 함께 밥을 먹고 남매들은 티격태격하며 우애(!?)를 다진다. 뜬금없이 아프리카에서 택배가 도착하면서 영화는 느닷없이 판타지로 전환한다. 택배 박스 안에는 어머니의 근황을 알리는 짧은 메모와 함께 아프리카 전통의상들이 들어차 있다. 삼 남매가 옷을 차려입고 ‘어머니답다’ 하며 혀를 내두르던 찰나에 어머니와 아프리카 악사들이 출몰해 춤판이 펼쳐진다. 기이하지만 신명 난 춤사위가 끝나면 다시 삼 남매는 이제 우여곡절 끝에 각자 나름대로 일군 일상으로 돌아간다.

영화에선 잡초처럼 굳세게 성장한 삼 남매를 은유하는 순간이 두 번 등장한다. 첫 번째는 김장하는 마당 구석에 볼품없이 자리한 나무다. 죽은 줄 알았는데 가지를 꺾어보니 안에는 생명력을 증명하는 물기가 촉촉하다. 이들은 생명이란 참 질기구나 하며 감탄한다. 두 번째는 골목 공터에서 자라나는 꽃이다. 그저 쓰레기 뒹구는 빈 공간인데 신기하게도 꽃들이 자라난다. 알고 보니 누군가가 정성스레 가꾸고 돌보던 것들이다. 그저 자라나는 게 없다는 이야기, 그런 소중한 꽃을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눈사람 폭행처럼) 무심코 훼손한 타인을 규탄하는 손자보를 보고 남매들은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아프리카에서 배추가 자라나>는 <오늘, 우리2>에서 가장 전복적인 가족 형태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부장제로 상징되는 위계와 억압이 사라진다면? 혹은 한국 현대사에서 정부가 책임지지 않았던 사회안전망의 보루 역할이 소멸한다면 가족에게 남는 건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군더더기 쫙 빠진 담백한 결정처럼 제시하는 게 영화 속 삼 남매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좀 심하게 와일드한 성장기를 거치긴 했지만 각자 알아서 잘 살고 있지 않은가.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Do Cabbaged Grow in Africa?

2018, 드라마·판타지·가족, 28'50"

감독 이나연, 촬영 조민재, 시나리오 이나연ㆍ조민재

주연 신지이(지혜), 손정윤(지윤), 함상훈(지훈)

출연 김명선, 심보섭/시디키, 이은민, 한기윤

부산국제영화제(2018), 서울독립영화제(2018), 안산단원국제문화예술영상제(2018),

대구단편영화제(2019), 인천독립영화제(2019), 인천여성영화제(2019),

디아스포라영화제(2019), 충무로영화제(2020)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2_3. 3번 주자. <갓건담> : 아들+아버지+(아버지의) 생활동반자|가족이란 무엇인가

흔히 ‘가족 영화’의 현존하는 거장으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언급되곤 하지만,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는 가족에 대한 전통적인 애정보다는,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다면적 특징을 활용하기 위함에 가깝다. 아무리 흉악범죄자라도 가족 안에서는 착한 아들딸, 좋은 남편 아빠인 경우가 허다하고, 사회생활은 완벽하지만 가족에겐 냉혹하거나 무관심한 경우도 적지 않으니 설득력 있다.

그래서 그의 ‘가족 영화’에 등장하는 가족 중 ‘정상가족’은 지극히 드물고 오히려 대안가족 모델을 지향하는 경우가 많다. 지독한 핏줄에 대한 강박과 혈연이란 명목으로 가해지는 간섭과 참견이 가족물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는 우리 고정관념과는 꽤 거리가 있는 셈이다.

<갓건담>의 주인공 준섭은 어머니와 함께 산다. 아버지는 어머니와 이혼했고 강원도 홍천에서 외따로 지낸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지우고 사는 것 같지만, 준섭은 아직 부모의 재결합을 꾀하는 눈치다.

그는 오랜만에 뭔가 결심을 하고 홍천으로 향한다.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아버지는 준섭이 가진 부모 결혼사진과는 달리 긴 머리를 치렁치렁 기르고 있다. 준섭은 학교 방문을 해야 하니 아버지에게 머리 좀 자르라고 강권하고, 아버지는 오랜만에 불쑥 찾아온 아들을 반가워하다가도 머리 이야기만 하면 역정을 낸다. 부자간의 대화는 목소리 걸걸한 아버지의 고성과 아들의 고집으로 단절된다. 하지만 밥 먹었나 물은 뒤 족발 소짜나 시켜달란 아들의 주문에 ‘족발 중짜요!’ 주문하는 부정父情처럼, 아버지는 못 이긴 척 ‘얼마나 정리하면 되냐?’ 하며 슬그머니 돌아온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득의에 찬 준섭은 그러나 샤워나 하고 미용실에 가자며 들른 아버지의 거처에서 ‘옥슬이 누나’와 마주친다. 현재 아버지의 생활 동반자라고 한다.

학교 방문을 위해 머리를 정리하라던 준섭은 갑자기 다음에 다시 오겠다며 달아나려 하지만 실패한다. 졸지에 아버지와 옥슬이 누나와 함께 미용실로 떠나는 준섭. 캠코더로 그전까지 아버지를 계속 담던 준섭은 옥슬이 누나에게 캠을 넘기고 아버지를 촬영해달라고 청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왜 자신이 머리를 기르는지에 대해 이유를 설명하고 티셔츠를 사준다. 옥슬이 누나는 용돈을 쥐여주며 다시 놀러 오라 한다. 준섭은 그 돈으로 어릴 적부터 갖고 싶었던 건담 프라모델을 마침내 손에 쥔다.

근래 독립영화에서 감독 자신의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사적 경향’은 확고한 대세이지만 <갓건담>은 그중 극단에 있는 작품이다. 감독 본인의 이름을 쓰는 주인공은 물론이거니와, 아버지 역할로 실제 감독의 아버지를 캐스팅하는 방식은 쉽지 않은 결단일 테다.(특히 아버지는 연기를 처음 한다!) 이런 캐스팅 특징과 함께 극 중에서 거듭 등장하는 주인공의 독백과 캠코더 영상 촬영의 반복은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느낌을 준다. 마치 감독의 유년 시절 자전적 경험을 재연 극으로 재구성하려 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주인공 준섭은 건담 플라모델 하나 ‘지르지 못한’ 자신의 형편이 ‘정상가족’이 아니라고 단정한 듯 보인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을 위해 그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재결합을 꿈꾼다. 정작 어머니나 아버지나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하지만 연락도 무시하다 일방적으로 찾은 홍천에서 준섭은 비로소 현실을 직시하게 된 셈이다. 원래 원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어릴 적 작은 꿈을 성취하게 된 준섭은 일종의 통과의례를 치르듯 유년기의 백일몽을 떨치고 ‘어른’이 되어간다. 아버지의 생활 동반자 ‘옥슬이 누나’에 대한 선입견 없는 자연스러운 묘사도 돋보인다. 감독의 자전적 요소가 많은 이야기인 만큼 실제 현실의 후일담이 궁금해진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갓건담 No thank you

2019, 드라마·코미디·가족, 23'36"

감독 이준섭 / 주연 김현목(준섭), 이상운(상운), 차미정(옥슬)

제주혼듸독립영화제(2019) 혼듸우수상

강원영화제 햇시네마페스티벌(2019) 황금감자상&황금복숭아상(관객상),

서울독립영화제(2019), 정동진독립영화제(2019), 광주독립영화제(2019),

심심풀이영화제(2019), 합천 수려한 영화제(2020), 전북가족영화제(2020)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2_4. 4번 주자. <무중력> : 장애인+비장애인|소통의 방식

마지막 단편은 New-노멀 대안적 가족 형태를 고민하는 앞의 세 단편과는 일정한 차이점을 보인다. 이야기 내용은 그렇게 특이하지 않은데 영화의 형식이 색다르다. <무중력>은 배리어-프리 영화와 비非배리어-프리 영화관 경계선에 있는 색다른 구성을 선보인다.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등장한다. 목소리는 들리는데 컴컴한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검은 화면이 계속되니 영사사고라도 있는 것 아닌가 어리둥절할 때쯤 흐릿한 형상이 나왔다 사라지길 반복한다. 알고 보니 어머니는 시각장애인, 아이는 비장애인이다. 어머니가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도입부는 어머니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희미한 형상은 알고 보니 점자이다. 영화는 장애인-비장애인 가족의 체험을 한 줄기로, 이들 모자가 아버지(할아버지)의 생일에 방문한 본가에서의 체험을 다른 줄기로 구성된다.

아버지의 집에서 모자를 포함한 자녀와 사위들이 아버지(할아버지)와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한다. 익숙한 풍경이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그런데 여기엔 어머니(할머니)가 공백이다. 이런 풍경은 가족들에게도 낯설어 보인다.

화기애애해야 하는데 아버지는 심통이 난 것인지 퉁명스럽고, 사위들은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려 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만다. 아마도 어머니(할머니)가 부재한 상황이 오래되지 않은 것 같다. 아버지는 마음의 문을 닫아건 채 슬픔을 떨치지 못한 상태고 어머니가 부재한 집은 그 공백 때문에 휑한 기운이 감돈다. 가족 모임이 곡절 끝에 정리되고 이제 각자의 집으로 떠나야 할 시간. 그들에게 그동안 익숙했던 풍경-노부부가 자식과 사위들을 배웅하던-은 더 이상 없다. 하지만 빈자리를 어머니와 아들이 장애인-비장애인 각자의 방식으로 메운다.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모자는 한 침대에서 잠을 청한다. 잠들기 전 도입부에서 읽어주던 동화를 다시 낭독하며 모자는 이야기를 나눈다. 처음엔 우리에게 익숙한 시각적 이미지가 펼쳐진다. 아이는 달에 간 할머니를 찾으러 우주선을 타러 가자고 조른다. 대화가 이어지던 중 도입부와 연결되듯 다시 화면이 깜깜해진다. <아기참새 찌꾸>는 참새들이 꿈꾸는 초원으로 떠나려는 찌꾸의 모험과 그 여정 가운데 만나는 참새와 사람들의 이야기다. 영화에선 소개되지 않지만 참새 찌꾸는 긴 여정 중간에 반려를 만나 보금자리를 꾸린다. 하지만 불행히도 가족과 터전을 잃는 아픔을 겪고 다시 참새들의 나라로 먼 여정을 떠난다. 찌꾸의 부활과 각성처럼, 점자가 교차할 뿐 시커멓던 화면이 캔버스처럼 하얗게 전환된다. 그리고 할아버지 집의 풍경이 간결한 드로잉으로 구현된다. 두 줄기가 하나로 합해지면서 동화 속 찌꾸가 겪었던 상실과 현실에서 어머니(할머니)와의 이별, 두 정한이 겹쳐 보이기 시작한다.

그냥 실사 영화였다면 단조로울 수 있는 이야기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시점을 교차하는 시도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애니메이션 효과 등 노력이 조화를 이뤄 일반적 영상 표현과 배리어-프리 연출의 경계선에서 독창적 표현을 선보인다. 배리어-프리 영화도 아직 낯선데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이런 형태의 작업 효용이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국내 배리어-프리 영화 보급에 앞장서는 ‘배리어 프리 영화위원회’의 조언을 거쳐 완성된 <무중력>은 통상의 독립영화들과는 차별화된 시도가 돋보이는 작업이다.

 

무중력 Gravity-free

2019, 드라마, 18'31"

감독 여장천 / 주연 한태경(현희), 최윤우(민수)

출연 권반석, 홍예지, 최승용, 문성일

가치봄영화제 신인감독상(2019)

대단한단편영화제(2019), 제주국제장애인인권영화제(2019), 제주혼듸독립영화제(2019),

속초국제장애인영화제,(2019) 2020 익산장애인영화제(2020)

 

"오늘, 우리2" 영화 스틸 이미지
영화 <오늘, 우리2> 스틸 이미지

3. 독립 단편영화로 상상하는 미래의 가족(들)

 

2045년이 되면 ‘가족’ 형태 중 1인 가족이 압도적이 되리라는 예측이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부부라 하더라도 자녀가 없는 유형이 그렇지 않은 경우를 추월할 것이란 전망 또한 만만찮다. ‘정상가족’으로 우리 머릿속에 박힌 형태는 서서히 그저 여러 가족 유형 중 하나로만 인식될 운명이다. 코로나19로 지난해 명절 귀향이나 제사 문화가 피부로 와닿는 격변을 맞이한 것처럼.

하지만 그런 변화는 사실 이미 몇 해 전부터 수면 아래에서 일어나고 있던 추세를 조금 앞당긴 것뿐임을 금방 인정하게 된다. 사회 변화란 원래 늘 그래왔었다. 물이 끓기 직전까지는 눈에 확 보이는 변화가 없는 것처럼.

우리가 고정관념으로 상상해온 가족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 이야기를 4집4색 선보이는 <오늘, 우리2>는 젊은 독립영화 감독들이 예민하게 시대의 변화에 주목하고, 자기 세대가 체험한 현실을 투영하는 이미지의 종합이다. 무수한 변화가 지나고 나면 쏜살같지만, 변화가 움직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지기 전까지 의외로 우리는 변화에 둔감하거나 쉽게 수용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듯 변화를 거스르는 것 또한 불가능한 일이다. <오늘, 우리2>는 그런 미래를 대비하는 상상력 충전을 위해 2시간 투자하는데 아깝지 않을 선택이다.

 

 


작품 정보

오늘, 우리2 Today Together2

한국, 드라마, 2020

2021.01.21. 개봉, 97분, 12세관람가

감독 양재준, 이나연, 이준섭, 여장천

주연 기주봉, 박세준, 신지이, 손정윤, 함상훈, 김현목

배급 필름다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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