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원 탈시설 당사자가 바라보는 성락원 사태

 

지난 6월 9일, 장애인 거주시설 성락원에서 벌어진 인권유린이 드러나고 투쟁 1년이 지나 토론회를 진행하게 되었다. 성락원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로 토론에 참여했다. 지역사회 토론회를 통해 시설 구조의 본질을 알리고, 왜 우리가 성락원 사태로 싸우고 있는지 한 번 더 알려보고 싶었다.

 

1년 동안 성락원 현안으로 투쟁하면서 느낀 죄책감

내가 성락원에서 살다가 나오면서 느꼈던 죄책감을 토론회를 통해서 고백하고 싶다. 작년 5월 시설 이용인에 대한 물고문 학대가 드러나 성락원 대책위가 출범했다. 이후에 또다시 물고문 학대 행위가 발생했다. 남은 음식을 먹이며 ‘짬처리용’이라고 조롱한 사건이 드러나게 되었다.

성락원에서 같이 살다가 탈시설 했던 당사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우리가 동물도 아닌데 왜 우리 앞에서 음식을 먹냐?” 그 말을 듣고 나서 불편했다. 사실은 나도 시설 직원의 태도가 나쁜 행동이란 것을 알면서도 거주인에게 같이 먹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설 직원과 같이 먹고 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이 지내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그때 할머니는 항상 거주인들한테 ‘너희도 늙어서 죽는다’는 말을 했었다. 그 말이 너무 싫어서 나도 할머니한테 똑같이 했다. 할머니의 반응을 본 시설 직원들은 더해보라면서 조롱했다.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너무나 부끄러웠다. 지금도 할머니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만약 그때 내가 선생님들한테 미움받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같이 지낸 사람들과 “같이 먹고 싶다”고 하고, 할머니를 조롱하지 않고 문제 제기를 했다면 지금과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줄곧 할머니를 포함하여 나와 같이 지내던 사람들에게 사과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사과드리며 정말로 죄송했습니다.

나중에 얼굴을 뵈어서도 꼭 사과를 드리고 싶다.

 

시설의 삶은…

성락원은 아동부터 나이가 많은 노인이었고, 장애 유형은 다양하게 많았다. 대부분 가족을 안 계시거나, 발달과 뇌병변장애 등 중복장애가 있는 거주인이 많았다. 한 방 구조는 초등학년 때 시설 직원이 4명, 거주인 11명으로 남녀 구분 없이 한방에 있었다. 스무 살 때 직원 4명, 거주인이 7~8명 정도 있었고, 생활지원사는 여성이었다. 주간과 야간을 나누어서 근무하셨는데 야간은 직원 1명이 거주인 케어를 하셨다. 그리고 담당 직원이 야간에 연차로 안 계실 경우, 옆방에 있는 시설 직원이 양쪽 방의 거주인을 돌본다. 시설 직원은 야간 업무가 많아지고 경증 발달장애인이 목욕, 식사, 설거지, 업무를 대신하거나, 빨랫감이 많아질 때 동행하여 일했다. 그리고 연차로 시설 직원이 없는 방은 시설 직원이 해야 할 업무를 경증 발달장애인이나 중증 장애인이 하게 되고 인지되거나 의사소통이 되는 거주인이 중간관리자가 된다.

나는 시설 안에서 중간관리자로 역할을 했었다. 그렇게 시설 직원은 거주인, 거주인은 거주인 간에 통제하고 폭력을 일삼는 생활이 집단구조 속 권력관계 때문에 만들어졌다. 시설 안에서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시설 직원에 의한 거주인 통제나 폭력이 흔히 벌어지는 일상이었다. 발달장애가 있는 거주인을 대상으로 학대가 발생해도, 시설 직원이 정당하지 않다는 거를 알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시설에서는 집단생활로 중증 발달장애가 있는 거주인은 정해진 시간에만 세수, 양치질, 목욕을 할 수 있었다. 또한, 대소변 케어도 자주 지원을 받지 못하여 욕창에 걸리거나 치아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시설 구조상 개개인이 지원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남들이 하는 것처럼 평범하게 해보고 싶은 것이 많았다. 그러나 시설에서는 단체생활 때문에 개개인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로부터 통제를 받으면서 내가 아닌 나로 살아간 느낌이었다. 그래서 나이가 먹고 늙어서도 시설에서 살까 봐 무서웠다. 시설 안에서 벌어지는 학대에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권력 구조에 순응해야 하는 것만큼 무서운 것은 무력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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