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깡깡 추위 때문에 그런가, 아내가 몰고 다니는 소형차의 배터리가 두 번이나 방전되었었다. 보험을 불렀더니, 살려 놓으며 반드시 하시는 말씀이 30분 이상 시동 끄지 마셔요.덕분에 점심식사로 집에서 차로 30분 좀 넘게 걸리는 도리사 칼국수-석쇠구이 집에도 다녀오고, 해물짬뽕 끝내주는 화령반점에도 다녀왔다. (방전되었다가 살려놓으면 시계가 안드로메다의 시간으로 가있던데, 그 시간은 어디인지 매번 신기하고 가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시는 말씀이 한 번 더 방전되면 배터리를 교체해야 할 거예요. 오래되어서 약해요.그날이왔다. 깡깡 추위 올해 최고라서 그런지 시동이 켜지지 않았다. 아내분께 바로 오늘이라고 보고 드렸더니, “배터리가 얼마지?”-응, 제작년 가을에 내 차 배터리 바꿀 때
만화가 김수박 / 뉴스풀협동조합 조합원 /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 : 사람 냄새], [만화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출간
2018년 3월 1일 경상북도 구미시 구미역사 뒤 소공원, 대한민국의 보수의 심장에서 청소년들이 유관순 열사 복장을하고, 목소리 높여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라며 만세삼창을 외쳤다.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심장 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모두 함께 싸우자 누가 나와 함께하나저 너머 장벽 지나서 오래 누릴 세상자 우리가 싸우자 자유가 기다린다.레미제라블의 민중의 노래를 한국어로 개사하여 현일고 연극부 동아리 페르소나가 열연중이다. 전날까지 이어진 비바람에 밤새 뒤척이며 일어난 구미시 청소년들은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경상북도 구미
만화가인 나는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조금 특수한 직업인으로서의 진로교육에 부름을 받기도 한다. 어느 날은 두 학교에 강의를 하였고, 한 학교는 조금 먼 곳이었다. 돌아오는 길은 몸도 마음도 노곤하였는데, 가던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봐두었던 상큼한 롤리폴리 젤리를 담았다.다양한 색깔과 모양의 젤리들을 투명봉투에 골라 담는 일이 재미있다. 이것을 받아들 아이들의 표정을 상상하며 담게 되기 때문이다. 아... 저 ‘석기시대’ 초콜릿도. 참! 계산대에서는 담배 한 갑(아... 그만 사고 싶지만)도 주문했다.집에 들어와 담배를 숨긴 채(큰 딸한테 걸리면 10분도 넘게 꾸중 듣는다.) 롤리폴리 젤리를 내밀었더니 두 딸이 환호의 ‘폴짝 춤’을 춰주었다. ‘롤리폴리댄스’라고 부를까 잠시 망설였다. '춰주었
오래전부터 아내와 나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두 영화를 좋아했다. 과 을 지금까지 각각 열 번은 넘게 본 것 같다. 전망 좋은 방은 헬레나 본햄 카터가 머리가 큰 가분수 분장이나 원숭이 분장 등을 하기 전 젊은 시절에 주연한 영화인데, 잔잔한 듯 하지만 시종일관 깔깔대며 보게 되는 영화이다.젊은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바보 같은 모습도 재미있고 두 주인공의 열정에 감동받게 된다. 남아있는 나날은 안소니 홉킨스와 엠마 톰슨의 절제되었지만 강한 연기를 보는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조용한 이야기로 사람을 끝까지 끌고 갈수 있구나 싶었고, 마지막엔 펑펑 울게 된다. 오래전에 우리는 제임스 아이보리의 영화이야기로 많이 친해졌다.너무 사랑한 나머지, 책까지 사서 읽어본 우
2일 오후 3시부터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회관 앞에서 제6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 집회가 열렸다. 지난 9월 7일 새벽,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추가 배치되고, 9월 16일에 제5차 소성리 범국민 평화행동이 열린 지 근 석 달 만이다. 추가 배치가 이루어지던 9월 6일 밤에 나는 대구의 무슨 회의에 참석하고 있었고, 자정이 지나 새벽에 추가 배치가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고작 집회에 참석하는 걸로 사드반대 투쟁을 지지하고 있었는데도 그 소식을 듣고 아주 맥이 빠져버렸다. 그래서만은 아닌데, 대목 밑 벌초가 끼이면서 나는 5차 집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사드 문제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나는 문재인 정부가 그런 방식으로 일을 처리할 줄은 몰랐다. 사드를 반
내가 초등학교 2학년 큰딸을 학교에서 픽업해 올 때는 우선 떡볶이를 사먹는다. 한 번 그랬더니, 매번 그러게 되었다.학교 운동장 벤치에서 떡볶이를 집어먹을 때, 큰딸이 어디에서 봤다며 퀴즈를 냈다.숲속 어느 오두막 안에는 촛불이 10개가 켜져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더니 바람이 불어 2개가 꺼졌대. 그 사람은 문을 닫고 갔지. 그리고 다시 다른 사람이 문을 열고 나갔더니 또 바람이 불어 1개가 꺼졌대. 그 사람도 문을 닫고 갔어. 그리고 밤이 되었는데...그 오두막에 초는 몇 개가 남았게?이곳에 퀴즈를 내어 사람들에게 맞춰보시라 한다면 귀찮을 수 있기 때문에 답을 말하자면... (답을 보기 전에 맞춰보셔도 좋구요.^^)우선 나는 당연히 ‘초’가 몇 개 남았냐
내가 요즘 아무렇게 꾸는 꿈 중 하나는 (운이 좋다면) 내가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모습이다. 둘째를 어린이집에 바래다주고 전봇대 앞에서 아침 담배 한 모금을 하다보면,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자신의 손자 손녀를 등원시키는 모습을 본다.그들이 ‘아비’나 ‘어미’라고 부르는 분들은 ‘생활전선’에 나가계신 모양이다. 지금과 같은 숨찬 세상에 자주 보게 되는 풍경이다. 꾸밀 수도 없고, 감출 수도 없는 것이 손주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인 것 같다. 웃고 있지 않더라도 주름 깊은 눈에 기쁨이 가득하다.오늘 아침에는 고향집에 온 김에 비도 추적추적하여 나의 오래된 목욕탕에 갔다. 스무 살 때부터 있던 목욕탕이 지금도 그대로다. 옷장도 화장실도 이발의자도 그대로다. 다만 이십여 년 어치 낡았다. 가만히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