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쌍연’ B급취향, 지금책방 지기님 인터뷰

 

 

# 함께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책방. 사람을 위한 책방이 우리 동네에 있다면 얼마나 근사할까? 퇴근길에 마주하는 고향 집 같은 동네 책방을 항상 원했다. 참새에게 방앗간 같은 곳이 된, 독자와 책방, 서로에게 소중한 관계가 되어버린 우리 동네 책방 멋쟁이들의 인터뷰를 담았다. 편지 형식의 구독 이메일링 서비스 <주간쌍연>으로 뭉친 두 책방지기, 이름에 사이좋게 ‘연’이 들어가서 ‘쌍연’이 된 ‘B급취향’과 ‘지금책방’! 인터뷰하는 동안 깨어있는 의식을 마주하는 일이 즐거웠고 사람을 향하는 책방의 모습이 따뜻했다. 아, 그래서 오늘도 사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나는 종종 이 사실을 동네 책방에서 새삼스레 느낀다.

 

책방을 열게 된 계기와 그 동네를 정한 이유가 궁금해요.

B급취향_ 저는 노동조합 활동가로 일했습니다. 소위 서울 중심주의, 서울공화국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노동조합에서도 지역은 소외되고 서울 중심으로 운영되는 것을 수년간 목격했죠. 저 역시 서울로 이주하고 싶었던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사람이 많은 서울로 지역을 옮기면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아 개인으로서도 활동가로서도 무척 성장할 것 같았거든요. 그러나 활동하면서 서울이 아닌 곳에도 충분히 훌륭한 활동가들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일당백으로 헌신하지만, 사람이 없어 가시적으로 보이는 것이 없을 뿐이었지요. 철강산업의 침체와 노동조합의 무력화로 포항은 운동성이 살아있는 단체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몇몇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가 활동을 이어가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노동조합에서 줄곧 들었던 이야기가 “현장 중심”이라는 말이었는데요. 마찬가지로 지역 중심의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중 양덕동을 택했던 건 가지고 있는 자본금에 따라 선택한 것이 가장 크지만, 근처에 포항대가 있고 한동대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는 것이 다른 이유라면 이유에요.

청년들이 정착하지 않고 타지로 유출되는 것은 그들이 향유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항시는 지역 화폐를 주며 인구 유출을 막아보려 하지만 그건 밑돌 빼서 웃돌 괴는 꼴이니까요. 그렇다고 제가 포항의 인구를 보전하기 위한 일에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지성의 장이라고 여겨지는 대학이 이제는 유흥 위주로만 작동하는 것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싶었습니다. B급취향의 영향력이 그들에게 미미할지라도 아예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야 나으니까요.

지금책방_ 되게 간단해요. 포항에는 오천 지역에만 독립서점이 없었거든요. 책방은 책뿐만 아니라 ‘문화’를 파는 곳이니만큼 책방이 없는 곳에서 이웃과 함께 삶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동네책방이 자리한 동네의 특성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B급취향_ 양덕동은 십여 년 전 신도시로 지정되었는데 아직도 완전히 자리 잡지 못한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짓고 공사하는 곳이 많이 있거든요. 보통 젊은 부부가 많이 거주하는 데, 이들은 대개 사교육과 먹거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보여요. 양덕동에 즐비한 학원들과 저가형 카페나 음식점들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책을 읽을 생각이나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실제로 B급 취향에 오시는 손님들을 보면 대부분 먼 동네나 타 지역에서 오시거든요.

지금책방_ 지금책방의 존재가 마을이 되고, 심심한 동네에서 책방이 탄생한 것부터가 싱싱한 특성이라고 생각해요. 동네 책방은 개인의 가게를 넘어 마을의 문화 역할을 하니까요.

 

책방을 하면서 행복한 순간과 힘든 순간은?

B급취향_ 매일 행복하고 매일 힘듭니다. 힘든 것부터 이야기하자면 운영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죠. 포항의 외곽에 위치했고 교통편이 좋지 않아 더 방문하기 쉽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연스레 모든 매출을 고정지출로 쓰게 됩니다. 제 삶을 포기하고 B급취향에만 매진할 수밖에 없으니 늘 힘듭니다. 제가 이번 여름 유튜브 ‘씨리얼’과 한겨레21에 인터뷰했었는데요. 그걸 보시고 포항은 물론이고 타지역에서 많은 분이 찾아오셨어요. 그렇게 일부러 이곳에 찾아오시는 손님을 만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그리고 제가 인스타그램에 추천할 책을 간단한 서평과 함께 올리는데, 그걸 보시고 책 사러 왔다는 분을 만나면 기분이 좋지요.

지금책방_ 행복한 순간도 사람이고, 힘든 순간도 사람이었어요. 사람이 오류이기도 하고 사람이 정답이기도 하다는 말입니다. 이 말 안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를 두고 화합이 중요하고 소중하다는 말을 전하며… 행복한 순간도 주간쌍연에서 만나고, 힘든 순간도 주간쌍연에서 만나는 걸로요.

 

두 책방지기 간의 편지를 같이 받아 볼 수 있는 이메일링 서비스 ‘주간쌍연’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계기가 있을까요?

B급취향_ 제가 B급취향을 열기 전부터 달팽이책방과 지금 책방에 오갔어요. 그리고 제가 개업하고 나서 두 분이 찾아오셔서 축하해주시더라고요. 그 후에 서로의 책방에 오가면서 대화도 나누고 그랬죠. 그런데 유독 지금책방 대표님이 B급취향에 자주 오셨어요. 자연스럽게 대표님과 친분을 쌓게 됐고 자주 만나는 사이로 발전했죠. 지금책방 대표님께 먼저 메일링 서비스를 제안했어요. 며칠간 고심하시고 수락하셨어요. 그래서 탄생하게 된 것이 <주간 쌍연>입니다.

지금책방_ B급취향 대표님은 지금책방의 독자였어요. 때때로 책방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숨긴 채 들리는 독자들도 있는데, 그 과정에는 무례한 질문과 행동이 있기도 합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저에게 솔직한 독자여서 좋았어요. 이를 시작으로 B급취향이 오픈하는 날에 축하하기 위해 그곳을 다녀왔고, 양덕에 갈 때마다 들려 저도 그곳의 독자가 되기도 했어요. 만날 때마다 지역사회, 여성, 책방의 운영구조, 방법에 대해 이야기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대표님이 먼저 제안하셨어요. 서로의 이름이 미연희연이어서 <주간쌍연>이 되었답니다.

 

지금책방 (남구 오천읍 남원로 86-20). ⓒ달팽이트리뷴
지금책방 (남구 오천읍 남원로 86-20). ⓒ달팽이트리뷴
B급취향 (북구 장량로 241번길 12). ⓒ달팽이트리뷴
B급취향 (북구 장량로 241번길 12). ⓒ달팽이트리뷴

 

# 책방 뒤에는 사람이 있다. 읽기와 쓰기를 좋아하고 똥꼬 발랄함과 유머를 겸비한 ENTP, B급취향 대표님은 책과 사람을 잇는 데에 최적화된 성격이라 최소 2명만 모이면 무엇이든 시도하고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초심, 중심, 진심, 열심, 끝심을 담아낸 책방을 꾸리고 싶은 지금책방 대표님은 그 ‘심’을 독자들로부터 방향을 찾아가는 거라고 생각하며, 단 한 번이라는 삶의 조건에서 벗어날 수는 없지만 매 순간 ‘처음 살아보는 삶을 고집할 수 있다’고 말한다.

 

1인 운영이라 하는 일이 정말 많을 텐데, 두 분께서 주고받는 편지 형식의 이메일 구독 서비스 ‘주간쌍연’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원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B급취향_ 망하지 말라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원동력이죠. 저도 손님도 B급취향이 오래갔으면 하는 마음은 같은데, 이미 가진 돈을 다 투자했기 때문에 저보다 가진 것(?) 있는 손님들이 오시는 한 계속할 수 있겠지요. 사실 다 집어치우고 본심을 말하자면 살려고 하는 겁니다. 살려고.

지금책방_ ‘구독 서비스’ 그 자체가 원동력이 되어요. 독자는 자신의 돈을 지불하고 구독하면서도 저에게 고맙다고 그래요. 하나같이 감사한 마음을 품고 계셔요. 그 마음 덕분에 저도 감사함을 끌어안은 삶을 살고 있어요. 이번 힌남노 태풍으로 지금책방 근거리는 큰 피해가 있었어요. 소식을 들은 정기구독자들은 지금책방으로 기부해 주기도 했어요. 기부 덕분에 생수와 음료 200개, 빵 200개를 이웃에게 나눠줄 수 있었어요. 결국 원동력은 지금책방의 독자들입니다.

 

각자 책방에서 하는 활동이 궁금합니다.

B급취향_ 최근 페미니즘 글쓰기 모임<써, 글>의 3기를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를 전혀 해보지 않은 분들을 중심으로 글쓰기의 기초를 다지고 모임을 시작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내 이야기를 안전하게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마음에 장르와 내용, 분량 등 어떤 것도 제약하지 않고 마음껏 쓰도록 하는 것이죠. 성별 권력 차가 있기 때문에 여성은 남성보다 목소리가 작은데, 지역에 사는 여성과 기혼 여성의 목소리는 더욱 묵음 처리됩니다. 그래서 여성들 마음에 지워지지 않은 상처나 고통을 글로 마음껏 표출해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모임을 운영합니다.

지금책방_ 지금책방의 어린씨 독서모임의 시작은 책 읽는 어린씨가 어른으로 성장한다면 어린씨 자신의 내적 성장뿐 아니라 좀 더 나은 사회가 될 거라고 믿었어요. 한 달 모임 후, 어린씨 편으로 엄마가 읽어야 할 책 1부가 나가요. 책 선물로 가족 모임을 형성해주고 싶었습니다. 이외에도 온라인독서 모임, 그림책 필사 모임, 논어 필사 모임이나 책방지기가 대신 책을 전해주는 큐레이션과 정기구독 서비스가 있어요. 정기구독은 다른 장소에서 함께 책 읽는다는 기분으로 책 사이에 책방지기의 생각을 적어서 보낸답니다. 이 과정은 책과 사람이 연결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나누는 시간이라 생각해요.

 

두 책방 지기님에게 읽고 쓰는 일이란?

B급취향_ 평생 읽는 즐거움만 알았어요. 고등학교 때는 공부 안 하고 왜 책 읽느냐고 선생님께 혼나기도 했는데 읽는 것이 너무 즐겁더라고요. 사고가 확장되고 그 안에서 유연함을 배울 수 있으니까요. 올해부터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독서보다 배울 수 있는 게 더 많은 거예요. 쓰다 보니 과거를 회상하며 톺아보고, 자연스럽게 성찰하게 되고 통찰력도 생기고요. 앞으로는 각 잡고 계속 무언가를 써 볼 생각이에요.

지금책방_ 책=삶. 읽기는 삶을 그려내고 책 읽기가 필요하지 않은 삶은 없다고 생각해요. 책은 읽는 것이 아니라 겪는 것입니다. 겪은 것을 쓴다는 것은 아는 것이 아니라 익히는 것일 텐데 아무래도 저는 더 익혀야 하나 봅니다. 저는 쓰는 것이 여전히 어려운 사람이에요. 글을 써본 적도 없고, 글을 써볼 생각도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하고 있네요. 저는 그저 익히기 위해서 계속 반복하고 주어진 지금을 즐길 뿐이에요.

 

지역사회에서 자영업을 하는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그들에게 한마디도 부탁드립니다.

B급취향_ 제가 공사장에서 일하려고 한 적이 있었는데, 관련된 수료증까지 다 이수해서 이제 일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거든요. 근데 여자라서 안 받아줬어요. 포항 일자리를 검색하면 나오는 건 유흥주점이나 경리, 3D업종으로 분류되는 요양보호사, 간호조무사뿐이에요. 대부분 ‘여성성’을 소비하는 직종이죠. 사실 지역이 아니더라도 여성은 일하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그게 내 업장을 운영하는 것이든 직장에서 일하는 것이든요. 여성 혼자 밤늦게까지 업장을 지킨다는 건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에요. 들어온 손님이 돌연 범죄자로 돌변할지 모를 일이니까요. 그런데도 계속 노동할 수밖에 없는 건 생계를 위해서겠지요. 나이를 막론하고 여성은 경제적 자유를 평생토록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최근 들어서 하게 됐어요. 청년실업과 캥거루족, 여성 생계부양자 문제가 계속 뉴스에 나오니까요. 여기서 성별이 여성이고 위치가 서울이 아닌 지역일 때 문제는 더 심각해지죠. 이걸 지자체나 정부에서 도움을 좀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글쎄요. 그러려면 정부부터 갈아치워야 할 것 같네요.

지금책방_ 제가 지금 무서워하고 있는 것이 그저 스토커나 강도가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지역사회에서 여자가 스스로를 오롯이 책임지며 혼자 사는 일 그 자체가 어려운 사회라는 것이 안타까워요. 자영업을 하는 여성은 자신의 공간마저도 안식처가 아닌 위험에 노출되기도 해요. 그래서 속상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혼자 사는 일에 대하여’ ‘똑바로 앞을 보고, 온전하게 균형을 잡는 것’ ‘영혼을 죽이지 않는 사소한 일들’과 ‘자신을 온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야말로 고귀한 일입니다. 공동체라는 환상과 일이라는 환상이 부디 상실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분명 지역사회는 조금씩 변하고 있는 중일 거예요. 오늘도 우리를 응원합니다.

 

그들이 우리에게 보내는 응원만큼 나도 크나큰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이런 공간이 우리 동네에 존재하는 한 우리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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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_ 유차


※ 뉴스풀과 달팽이트리뷴 기사 제휴로 이 글을 게재합니다. 달팽이트리뷴은 포항 효자동에 있는 달팽이책방에서 발행하는 신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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