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헌호
ⓒ정헌호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 춘추시대 장삼이사들의 살던 모습이 어느 날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나비 효과라고 해야 할까요. 정지창 선생의 페북 글에 소개된 현대 중국 작가 ‘옌롄커’의 소설을 살피다가 <풍아송(風雅頌)>이라는 소설에 눈이 갔습니다. <풍아송(風雅頌)>이 시경에 관한 소설이라, 읽다가 버려둔 ‘우응순’ 선생의 <시경강의>에 다시 눈을 두었습니다. 장삼이사들의 삶이 곡으로 내려오다가 곡은 사라지고 글만 남았습니다. ‘공자’가 삼천여 수의 시를 삼백여 편으로 줄인 것을 우리는 <시경>으로 알고 있습니다. 소설 <풍아송>은 작가 ‘옌롄커’가 잃어버린 이천칠백여 수의 노래를 찾으러 다닌 여정을 소설화한 것이라면, 저는 삼백여 수의 남은 시 가운데 <風(풍)>에 속하는 시 <초충(草蟲)>과 <격고(擊鼓)>에 천착이 되었습니다.

 

<초충(草蟲)>은 타국과의 전쟁으로 멀리 가 있는 남편이 무사하게 돌아오길 바라며 풀벌레 소리와 함께 남산이라고 불리는 마을 앞산에 올라 고사리를 캐며 부르는 아내의 노래입니다. ‘쓰르륵쓰르륵’ 우는 풀벌레 소리와 ‘톡톡’ 튀는 메뚜기 모습을 보고 오지 않는 임을 그립니다. 임을 볼 수 없는 아내의 마음이 뒤숭숭하답니다. 뒤숭숭한 심사를 잊으려고 나물 바구니를 들고 앞산을 오릅니다. 본 마음은 높은 곳에 올라 임이 오시는가, 오시지 않는가를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그 와중에 생계를 해결하려면 고사리를 뜯어야 합니다.

<격고(擊鼓)>는 요즘 말로 ‘배경’이 없어 타국 전쟁터에 끌려간 남편이 고향의 아내에게 살아서 돌아가겠다고 했던 언약을 지키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전쟁터를 떠돌며 장군으로부터 버림을 당하고 이리저리 떠돌며 심지어 타던 말까지 잃어버린다는 시입니다. 결국은 떠나오면서 ‘돌아오마’ 두 손을 잡고 언약을 한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것을 한탄한 가슴 아픈 남편의 노래입니다.

 

이 시를 저는 읽고 또 읽다가 시(詩)의 주인공들과 대화를 시도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대화의 수단으로 시공을 초월하는 나비의 힘을 빌리기로 하였습니다. 나비의 힘으로 그들의 간절한 바람을 시공을 넘어 나비의 날개에 실어 보내려고 합니다. 저의 오지랖도 나비의 날개에 실어 삼천 년 전의 그들과 대화를 시도해 볼까 합니다. 대화의 수단으로 갑골문과 금문, 소전을 사용하였습니다. 

<천자문> 둘째 구는 내게 시공을 뛰어넘는 수단을 제공해 주었습니다. ‘우주홍황(宇宙洪荒)’을 <청농천자문(靑儂千字文)>에서는 다음과 같이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우주(宇宙)는 즉 천지간(天地間)에 태공(太空)이요-淮南子齊俗訓引用-왕래고금(往來古今)을 위지주(謂之宙)하며 사방상하(四方上下)를 위지우(謂之宇)라-說文풀이 引用- 상로(上露)가 위우(爲宇)요 하전(下奠)이 위주(爲宙)라 홍(洪)은 대야(大也)오 황(荒)은 무야(蕪也)며 우대야(又大也)라”고 하였습니다.

풀자면 다음과 같다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우주는 하늘과 땅 사이에 큰 공간이요. 가고, 옴과, 옛날과, 지금을 주(宙)라 말하며, 사방상하를 우(宇)라 하였습니다. 위로 터진 것을 우(宇)라고 하며 아래를 받치는 것을 주(宙)라고 하며 홍(洪)은 큰 것이요 황(荒)은 거칠고도 큰 것이라 말하였습니다.

문외한의 솜씨로 나비 하나 그리기가 어려웠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신 선생의 도움으로 잠시 그림 공부하였습니다. 두어 달에 걸쳐 습작을 거치고 거치다가 볼품없는 결과를 내놓아 봅니다.

 

‘공자’는 <시삼백>을 한 문장으로 ‘사무사(思無邪)’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시삼백>(공자시대의 시경 명칭)은 21세기의 시보다 천 배 만 배 단순하고 합니다. 어이없을 정도로 솔직하며, 그 감정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고 한학자들은 이야기합니다. 전쟁, 부역, 없는 세상을 꿈꾸며 왕조의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남편과 자식에게 살아서 돌아오라는 원초적인 염원을 노래합니다.

불과 이십여 일 전 피어보지 못한 우리의 젊은이들이 160여 명 가까이 희생이 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격고(擊鼓)>의 가해자들은 부패한 왕조였습니다. 썩어가는 내정을 외침으로 눈을 돌리기 위하여 병사들을 이끌고 전쟁터로 나섰다가 그 병사들을 버리고 홀로 도망간 장수는 ‘손자중’이었습니다. 이 시대 꽃 같은 젊은이들은 버린 지도자와 장수들은 누구였는지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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