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은주.

그것이 당도했다. 

아니 1월 20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냄새도 없이, 멋진 모자도 없이, 접촉하는 사람들의 숨결 사이로 은밀하게.

우리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쯤. 매화 소식이 남쪽에서 올라오고, 아이들은 방학이 지겨워질 때였다. 한 종교단체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고, 정치권력과 연루된 비리들도 줄줄이 드러났다. 

그것과의 접촉, ‘감염’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일깨웠다. 공포는 고정관념과 삶의 습관을 깨고 다른 방식을 요구했다. 숨결을 나누는 다정한 포옹은 이제 위험했고, 금지되었고, 불법이 되었다.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고, 예의를 지키는 한 양식이 되었다. 3월, 가게 문들은 소독을 위해 닫혔다. 저녁이면 불콰하게 오른 취기로 술렁이던 강가의 술집들도 캄캄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들이 기다리던 개학은 3월로 4월로 5월로 연기되었다. 

탄생일도 장례도 결혼도 사회적 거리 두기로 한산해졌다. 누군가는 음압실에서 차갑게 생을 마감했고, 사랑하는 가족들은 얼굴도 보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했다. 우리 마을에서도 유엽이, 17살 아름다운 학생이 확진자 오판(誤判)으로 7일 만에 차가운 땅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기쁨과 고통도 죽음도 고립되었다.

대신 초저녁부터 강가로 늘어선 아파트 칸칸이 저마다 불을 밝혔다. 소독한 거리는 말쑥해졌고 작년, 지구를 떠나고 싶게 했던 미세먼지도 사라져 이제 숨을 쉴 수 있게 되었다. 누구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고, 누구는 일자리를 잃고, 누구는 집안에서 불안을 폭력으로 만들었다. 대지에는 푸른 풀들이 돋았고 냉이와 쑥은 언제나처럼 자랐다. 쑥국 향내가 옆집으로 번지고 몇몇 집끼리 쑥떡이 돌려지는 사이 산, 들에는 꽃잔치가 벌어졌다.

봄은 가고 뜨거운 태양과 태풍과 번개에도 그것은 살아남아 함께 가을을 맞는다. *샤인머스캣처럼. 온 지구가 그것의 출몰로 소식을 전하며 앞으로 그 위력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미래를 예측하며 하나의 고통과 불안으로 연결되었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그것은 자본과 여행에 얹혀있는 욕망과 환상을 파괴한다. 페이스북보다도 비트코인보다도 더 빠르게 전파되고, 태풍 같은 파장을 일으키며 삶의 바탕을 흔들어 고통과 혼돈으로 몰아넣는다. 자! 보라. 뜻밖의 손님이 우리에게 왔고 우리는 다르게 하나가 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다시 묻는다. **누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글 / 이은주 경산여성회 회장. 

1965년 성주 생. 여성주의 사이코드라마티스트, 동화작가, 이은주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

 

- 이 글은 시인보호구역과 함께하는 “코로나 뚝 심리 똑똑” 출판물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 경산이 주산지인 신품종 청포도.

** 사이코드라마 소시오드라마의 창시자 제이콥 모레노의 저서 <누가 살아남을 것인가?>에서 따옴. 유대인학살과 1·2차 세계대전에 대해 인류에게 던진 존재론적 반성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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