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 50주기..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 주제로
민주노총 경주지부,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ㆍ한상균 전 위원장 연속 강연회 열어
한상균 전 위원장, “노동조합 가입을 생각할 수도 없는 노동자 조직에 나설 때”

 

사진=민주노총 경주지부 김동기.

민주노총 경주지부(지부장 최해술)는 ‘노동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을 초청하여 20일 경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대중강연회를 열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100만 민주노총은 그에 걸맞은 역할을 다해야 한다”며, “전태일 정신은 우리 사회의 모순을 노동자 계급의 단결로 바꿔내고자 하는 불꽃 투혼이자 시대정신이었다. 민주노총이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하고 있는 프리랜서, 작은 사업장, 특수고용노동자, 4대 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에서는 모범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과정에 대해 “조직 활동을 해보면 100명이나 3명이나 품은 똑같이 든다. 오히려 사람이 적은 곳이 품이 더 많이 든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 재정과 인력은 한계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민주노총 외곽의 권익센터, 이주센터, 인권센터 등이 양적 확장에 기여했다. 하지만, 언제까지 체불임금, 휴일수당, 연장수당, 연차수당 등 이런 문제 해결에 매달려야 하는지 회의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노동자들은 프리랜서, 특수고용 등 온갖 계약 형식에 따라 분절되어 있고 갈라져 있는데, 민주노총은 지역 단위 운동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미조직 조직화를 제시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사진=민주노총 경주지부 김동기.

민주노총의 역할과 관련하여 한상균 전 위원장은 “노동조합을 통한 권리 실현하겠다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노동자, 자신이 당하는 불이익에 문제 제기조차 할 수 없는 노동자, 노동조합 밖에 있는 노동자,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이주노동자를 모아 내는 일을 민주노총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하여 조합비 문턱을 낮추는 등 ‘의무는 낮추고 권리는 동일하게’라는 원칙으로 조직화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 결과로 조직된 힘은  자연스럽게 노동에서 의료, 교육 문제로 확산하면서 대정부교섭 의제를 만들어내고, 민주노총이 사회적으로 주목받을 기회가 될 것이라는 희망 섞인 전망을 덧붙였다.

이어, “촛불 이후 근본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지 못하면서 박근혜 정부도 못했던 노동 개악을 문재인 정부가 하겠다는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취약한 사회였는지 확인하고 있다”라며 “이럴 때 민주노총이 조직노동자를 넘어 대중운동의 큰 언덕이 되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파의 구도에서 경쟁하는 것을 뛰어넘어 운동 진영과 운동이 아닌 진영을 갈라내야 한다. 특히, 같은 학교에서 일하는데 조끼 색이 세 개 네 개가 되는 현실을 넘어서야 한다”며, “서로 경쟁하기보다 새로운 미조직 사업으로 돌파해야 한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큰 그림을 그리고 지역에서 모범을 만들면 새로운 노동운동의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민주노총 경주지부 김동기.

끝으로, “평등한 세상이라는 지향은 있는데, 우리 내부부터 그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변혁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넘지 않으면 안 된다”라며, “민주노총이 새로운 전태일 시대를 열어갈 당당한 주체로 서야 한다”고 당부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상균 전 위원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투쟁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2년 6개월 만인 2018년 5월 출소했다. 1년여의 준비를 거쳐 지난해 10월 ‘권리찾기유니온 권유하다’라는 플랫폼이 만들어졌다. 지난달 17일 노동조합(권리찾기유니온)으로 전환하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강연은 민주노총 경주지부가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연속 강연으로 준비됐다. 지난달 30일에는 박순희 민주노총 지도위원(전 원풍모방 노동조합 부지부장)을 초청하여, ‘전태일 정신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대중강연회를 진행했다.

 

사진=민주노총 경주지부 김동기.

강연에서 박순희 지도위원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라는 외침은 전태일 열사의 생명을 바친 인간 선언”이라며, “(50년이 지났지만) 겉으로 보이는 세상의 모습만 바뀌었을 뿐, 50년 전과 달라진 것은 없다. 모두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말로 전태일 정신을 설명했다.

민주노총 경주지부는 지난 10월 14일 지역 사회단체들과 함께 전태일 50주기 경주사업단을 결성하고 전태일 삶 거리 전시회를 열고, 전태일 평전 독후감ㆍ그림ㆍ삼행시ㆍ표어ㆍ구호 등 공모전을 진행했다.

11월 13일에는 경주역에서 추모행사를 한 데 이어 이날 한상균 전 위원장의 강연으로 전태일 50주기 관련 행사를 마무리했다.



경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 입구 '전태일 삶 전시회'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맞아 ‘전태일 삶 전시회’가 경주시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 입구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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