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근 고흥어민회 회장 인터뷰

“해상시위하면 지원 예산 삭감하겠다” 압박도

 

어민들이 안전성과 관련한 다른 것은 신경을 쓰겠지만

방사능 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민들이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고

해양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오염수 방류 시작할 때 망연자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오염수가 3차째 바다에 방출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연일 홍보하면서 수산물 소비를 위한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생계가 걸린 어민들은 오염수 해양투기로 인해 어떤 피해를 보는지, 정부 정책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지 등을 박형근 고흥어민회 회장을 통해 알아보았다.

박형근 고흥어민회 회장은 어업에 종사한 지 30년 정도 되었다. 그는 고흥에서 나고 자랐으며, 현재는 각종 패류와 돌돔을 주종으로 하는 가두리 양식을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면서 “저에게 바다는 일터일 뿐 아니라 삶의 터전이고, 이곳에 살면서 항상 어업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살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 전화와 서면을 통해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박형근 고흥어민회 회장 ⓒ탈핵신문
박형근 고흥어민회 회장 ⓒ탈핵신문

3차 오염수를 방출하고 있는 지금, 어민들 분위기는?

▶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은 데다가 오염수가 방류되고 나니 판로가 없어서 생계가 막막하다. 지금은 돌돔을 한창 출하할 때다. 저희 양식장 물량은 70톤 정도인데 지금 4톤밖에 못 팔았다. 11월 안에 다 출하해서 어장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정말 눈앞이 캄캄하다.

고흥은 지리적인 특성상 사면이 바다라 그 피해가 크다. 정부는 수산물에 방사능이 검출되지 않는다며 건강상에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지만, 국민은 불안하니까 판로가 막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의 지원책도 거의 없고, 되려 방류에 찬성하면서 어민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있다.

올해 고수온 주의보도 59일이나 발령되었다. 고수온주의보는 해수 온도가 일주일 이상 28도가 넘어갈 때 발령이 된다. 9월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패류도 10월 말에 다 죽어버렸다. 보험을 들지 않은 어가들에게도 대책위를 꾸려서 보상을 해주겠다고는 하는데 그 금액이 5천만 원까지 밖에 되지 않아서 양식 어가의 손실에 비해 너무 적은 금액이다. 게다가 보험은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보상을 안 해주고 폐사 원인이 정확히 고수온이나 저수온으로 인한 것이어야만 한다. 그러다 보니 보험을 들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굴, 가리비, 바지락, 꼬막 모두 피해가 크다. 코로나 때는 그래도 유통과정이 무너지지는 않았는데 오염수 국면은 유통이 아예 되지를 않는다. 암에 걸린다는 데 누가 먹겠나. 지금이 코로나 때보다 훨씬 힘들다.

 

고흥 어민들은 오염수 방출에 대해 의견이 어떤가

▶ 방류를 하기 전, 올해 여름에 해상시위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군이랑 도 관계자들이 우리에게 해상시위를 하면 어업인들에게 지급되는 부표 구입 지원금 같은 걸 중단하거나 관련한 예산을 삭감할 거라는 압박이 있었다. 방류에 반대하는 분위기는 명확하고 해상시위로 우리 어민들의 뜻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민회장으로서 어업인들에게 피해 입히는 일을 기획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해상시위는 못 하고 인공섬에서 육상시위를 했다. 그래도 대대적으로 열어서 어민들이 천명 가까이 참석했다. 분위기는 단호했다. 오염수로 생존권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날 기온이 40도 가까이 되고 땡볕이었지만 집회 중에 빠져나간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그렇지만 오염수가 방류되었을 때는 망연자실했다. 정부가 오염수 방류를 찬성하고 있고, 방사능은 검출되더라도 안전하다고만 하고 있으니 우리는 그저 정부가 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느냐는 생각이 들었다.

어민들과 중도매인들, 그리고 상인 사이에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까 사소한 분란이 일고 있다. 서로 “느그들은 물건만 잘 팔리면 되는 것 아니냐”면서, 여태까지 쌓아온 신뢰도 무너져버리고 있고, 이런 상황이면 분쟁밖에 안 생긴다.

 

고흥군. 출처=구글 지도 갈무리
고흥군. 출처=구글 지도 갈무리

정부가 어민 피해를 줄이기 위해 6년간 3조 원의 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 도움이 안 된다.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광고를 만드는 데 10억이 들었다고 하더라. 어민에게 3조를 편성할 게 아니라 일본에게 방류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좋을까. 방류를 안 하면 쓰지 않아도 될 돈이지 않은가.

그리고 예산을 편성해서 수산물 수매와 비축을 한다지만 쌀처럼 정부가 수매하는 건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가공한 해조류에만 해당이 된다. 어류와 패류는 생물로는 수매를 못하기 때문이다. 어민들은 바다에서 잡아 빨리 파는 게 우선인데 유통단계에서 늦어져 버리면 수산물이 죽게 된다. 우리 어민들은 중도매인 정원을 좀 늘려주든지 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방법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하겠다는 수매 방식은 결국 생물이 아니라 냉동으로 저장하는 게 되는데 이는 어민이 아닌 유통단계 배만 불려주는 셈이 된다.

 

수협이 수산물 안전을 홍보하는데 이에 대한 어민들 입장은?

▶ 수협 중앙회장이 오염수를 처리수라고 하면서 정부 입장만 앞장서서 말하고 있는데, 각 지역 수협들은 그렇지는 않다. 수협의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물어본다면 중앙회장의 발언에 찬성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이다. 처리수든 오염수든 육상에 보관하면 되는 것인데 바다에 방류하는 것이 문제다. 며칠 전 강원도를 다녀왔는데 거기도 수산물 판로가 모두 막혀있었다. 사람들이 오염수가 온다고 생각하니까 놀러 와도 고기 먹으러 가지 회 먹으러 안 온다. 어민들은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제1 요구사항이다.

 

정부가 방사능 검사를 시행 중인데 이에 대한 의견은?

▶ 어민들에게 행해지는 규제들이 대부분 처음에는 전액 무상이었다가 정권이 바뀌면 일부 지원으로 바뀌고, 결국에는 자부담이 되었던 역사가 있다. 어선위치발신장치(VPS)인 내비게이션(E-navigation) 같은 장비도 처음에는 거의 무상으로 달았는데 정권이 바뀌면서 현재는 검사하는데 어민들이 거의 자기 돈 내고 한다. 방사능 검사도 체계적으로 꾸준하게 해야 할 텐데 일정 기간은 정부에서 하다가 이 시스템이 안정되면 물고기 팔 사람들이 돈 주고 방사능 검사하라고 할 거란 생각이 든다.

며칠 전 군 수산과에서 방사능 검사를 해야 하니 협조해달라고 해서 나도 물고기 15마리를 갖다 줬다. 그런데 다음에 언제 오라는 말도 없었고 방사능 검사 계획을 어민들에게 설명한다거나 의견을 듣는다거나 하는 건 없었다.

 

향후 공공 급식 안전을 위해 방사능 급식조례 등이 강화될 것 같은데?

▶ 당연히 찬성이다. 방사능 검사를 강화해서 이참에 밥상에 올라가는 것은 더 안전하게 올려야 한다. 어민들도 다 자식을 키우고, 어린이집이랑 학교는 그 아이들이 다니는 곳인데 안전해야 한다. 먹거리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지 않겠나. 그런데 어민들이 안전성과 관련한 다른 것은 신경을 쓰겠지만, 방사능 만큼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민들이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들어오지 않아야 한다고, 해양 방류를 막아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전국어민회총연맹이 집회 등을 한다면 고흥회장으로서 고흥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참석할 생각이다. 어민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글 / 오송이 탈핵신문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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