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노동조합 운영 지배・개입은 헌법과 노동법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한 행위”
유족, “노조 지키겠다는 사람을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한 죄에 비해 처벌 너무 가벼워”

 

부당노동행위로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업주 측에 실형이 선고됐다.

13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형사 2단독(재판장 조순표) 재판부는 부당노동행위를 한 봉화환경서비스 사업주의 아들에게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또한, 사업주에게는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다.

조순표 재판장은 판결문을 통해 “사용자 측의 부당노동행위는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3권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조건 유지 개선 및 근로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자 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행위로서 피고인의 책임이 매우 무겁다”고 덧붙였다.

이어, 피고에 대해 “민주노총 봉화환경분회의 노동조합 운영에 지배・개입” 하고, “어용노조를 만들어서 그 운영에 지배・개입”했으며, “제1노조 가입을 이유로 노조원들을 불이익 처우하고, 제1노조원 김재동에게 탈퇴를 종용하는 등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행위로 노조원들이 극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며 “피고인이 김재동에게 행한 행위를 살펴보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여 엄히 처벌할 이유가 있다”고 했다.

봉화환경서비스 사업주와 그 아들은 공공운수노동조합 봉화환경분회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노동조합 활동을 지배 개입하고, 김재동 조합원을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아 왔다.

이날 선고를 통해 노동조합 탈퇴를 종용하고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한 부당노동행위와 기업 노조인 제2노조 결성을 지원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에 지배 개입을 비롯해 욕설, 따돌림, 부당한 업무지시 등 가혹 행위, 성과급 차별 등 불이익 취급한 혐의가 인정됐다.

선고 결과를 지켜본 유족 김미경 씨는 “이번 재판에서 사업주들이 가족의 생계마저 위협하는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소신을 지키고, 노동조합을 지키려 했던 아이들 아빠의 활동이 소상히 밝혀지게 되었다”라며 “말로 다 옮기기 어려운 욕설과 멸시, 따돌림의 내용이 증거로 채택될 때 가슴이 미어졌다. 그래도 사업주의 행위가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해 주신 덕분이다.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기한 모든 범죄사실이 인정되었는데도 법원이 검찰 구형보다 낮게 판결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 사람들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고 그 죄가 인정됐다. 가족에게는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법원에서 처벌을 가볍게 한다니 실망스럽다”라고 심경을 전했다.

김미경 씨는 “가족 차원에서라도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반드시 엄벌에 처해지도록 하겠다”라며 선고 결과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13일, 대구지밥법원 안동지원의 선고 직후 법원앞에서 유족과 노동조합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13일,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의 선고 직후 법원 앞에서 유족과 노동조합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공운수노동조합 경북지역지부 조창수 부지부장은 “노조를 와해시키고 김재동 조합원을 죽음에 이르게 한 부당노동행위 정도에 비하면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은 이번 결과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라며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활동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이번 판결로 사업주의 불법행위만큼은 명백히 확인됐다. 지역 대책위원회와 함께 봉화군에 청소위탁 계약 취소를 요구하는 투쟁을 전개하여 부당노동행위 사업주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김재동 조합원은 봉화군의 청소업무 위탁업체인 봉화환경서비스 사용자의 노동조합 탈퇴 압박과 괴롭힘, 임금 차별 등 가혹 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지난해 7월 1일 회사를 그만뒀다. 닷새 뒤인 7월 5일 새로운 직장을 구해 첫 출근하던 날 뇌출혈로 쓰러져 사망했다.

이에 공공운수노동조합 경북지역지부와 시민사회단체는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봉화환경 사업주를 부당노동행위, 직장 내 괴롬힘 등으로 고용노동청 영주지청에 고발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사업주의 아들이 구속되었으며, 지난 1월 13일에는 사업주와 그 아들이 함께 기소되었다.

지난 3월 23일 결심공판에서는 봉화환경서비스 사업주와 그 아들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검찰은 사업주 아들에 대해 징역 2년을 구형하고, 사업주에게는 벌금 100만 원을 구형했다.

이와 별도로 지난 4월 2일 근로복지공단은 ‘직장 상사의 폭언’과 ‘업무 외 다른 일 지시’, ‘직원 간의 왕따 조장’으로 인한 극심한 스트레스가 김재동 씨의 사망의 원인이라는 유족의 청구를 받아들여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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