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을 옮기는 것 자체가 중증장애인에게는 노동이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지부 집행위원장 정명호동지
정명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지부 집행위원장. 사진 아리

 

- 장애인노동조합을 준비하게 된 계기

나는 10년 넘게 장애인 운동을 하면서 인천지역 노동운동에 연대해왔다. 노동운동에 함께 하면 할수록, 가슴 깊숙한 곳에서 지렁이가 꿈틀대듯 ‘나도 노동을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다. 그런 욕망을 가진 이가 나뿐만이 아니었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몇몇 동지들과 장애인 노동 현실을 알리고, 산업 현장에서 차별받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싸웠다.

‘노동’의 정의를 새롭게 하고 싶어 장애인노동조합을 준비하게 되었다.
 

- ‘장애인 노동’에 대하여

오늘날처럼 모든 것에 빨리 대처해야 하는 사회에서, 컵 하나조차도 느리게 옮길 수밖에 없는 행동을 가진 중증장애인은 자본이 요구하는 생산력이 ‘없는’ 존재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중증장애인의 노동권을 배제하는 사회다.

노동하지만 장애 때문에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 택배업체… 등 현재 많은 노동 현장에서 최저임금이 안 되는, 한 달에 50만 원 이하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장애인에게 최저임금 적용 제외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단 3개국뿐이다. 

장애인 노동을 ‘복지’ 개념이 아니라 ‘노동의 평등성’에 관한 문제라고 말하고 싶다. 자본이 요구하는 생산의 효율성이 아닌, 한 사람이 자신의 조건에서 할 수 있는 노동이 지닌 가치의 문제다.


- 노동조합 출범 준비와 이후 계획 

장애인노동조합을 준비하면서 동지들이 자기 일처럼 조직을 생각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주체적으로 고민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연대’나 ‘협력’으로 받아들일 때 힘들었다. 

2년 반 동안 장애인노동조합을 준비하며 약 70여 명이 준비위원으로 가입했다. 지역별로 장애인단체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장애인노동조합을 알리기 위한 활동을 했다. 

그리고 조직을 단단하게 기르며, 강령ㆍ규약이 올바르게 새워지도록 끊임없이 고민을 나누었다. 지금은 준비위원과 집행부 동지들이 한마음으로 모여 있다고 느낀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지부 출범식까지 차근차근 준비”

지난 11월 2일 조합원 40명 중 22명이 참석하여 창립총회가 성사되었고, 9일 전국노동자대회에 맞춰 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지부 출범식이 진행된다.

카를 마르크스는 고타강령비판초안에서 ‘각자는 능력에 따라 일하고, 필요(욕구)에 따라 분배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의 말처럼, 나는 최중증장애인은 살아 숨 쉬며 존재하는 자체가 ‘노동’이라 생각한다. 이는 노동자가 생산한 것의 일부를 떼어주는 자본주의의 관점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 

장애인이 노동에서 철저하게 소외되는 구조, 중증장애인 노동은 가치가 없는 노동 즉, 이윤을 가져다주지 않는 노동으로 바라보는 그 틀을 우리는 깨려고 한다.

장애인 노동자이든 비장애인이든 그 ’노동‘이 평등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싸울 것이다.

 


인터뷰 후기 -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동”

정명호 집행위원장 인터뷰에 나와 함께 갔던 동지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직업 재활 복지서비스라는 명목으로 노동착취가 정당화가 되는 현실에서, 장애인노조의 소식이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장애인노동조합 출범 취지와 노조에서 새롭게 정의한 ‘노동’에 대해 돌아보면서, “장애인의 노동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노동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노동의 가치를 말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처음에는 노동을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면서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터뷰를 끝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사람의 삶에는 일하고, 돈을 벌고, 돈을 쓰는 생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지부 출범식
            11월 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장애인지부 출범식 웹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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