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 시상식에서. 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정규직 전환·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한국도로공사와 정부를 상대로 투쟁해온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이 제6회 올해의 여성노동운동상 김경숙상(이하 김경숙상)을 수상했다.

2019년 김경숙상 시상식은 한국여성노동자회와 김경숙열사기념사업회가 주최했다.

20일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열린 시상식에는 톨게이트 노동자를 대표하여 도명화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장, 이명금 공공연대노조 톨게이트지회 부지회장, 전서정 경남일반노조 칠서톨게이트지회장, 인천지역 일반노조 박삼옥 지회장이 수상자로 참석했다.

주최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약 5개월간의 노숙농성의 여정에도 서로를 등불 삼아 꿋꿋이 견디며, 나와 이 사회를 위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라고 밝혔다.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던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노동자들은 2000년대에 외주용역 업체 소속으로 전환됐다. 2013년부터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여 1·2심 모두 승소했다. 2019년 8월 대법원은 요금수납원에 대한 불법 파견을 인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요금수납원 1500명을 직고용하라고 최종 판결했다.

한편, 김경숙상은 1979년 YH무역의 위장폐업에 맞서 신민당사 점거 농성 중 폭력진압으로 숨진 김경숙 열사를 기리며 2014년 제정됐다.

2015년, 직장 내 권력형 괴롭힘·갑질에 맞서 투쟁한 전국농협노조 김미숙 김천 직지농협 과장이 제2회 김경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관련 영상 보기: 2015년 제2회 김경숙상 수상자 직지농협 김미숙)

 

                              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 김경숙상 시상식을 마치고 이어진 토크콘서트에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의 이야기

 

“저희는 전국에 다 흩어져있는 상태여서, 투쟁하면서 다들 만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당연히 처음 보는 조합원들이 많았어요. 캐노피에는 새벽에 몇 명만 올라갔는데, 위에서 내려다보니까 전국에 해고된 1500명의 조합원이 캐노피 밑에 모인 거죠. 처음 본 사람임에도 한자리에 달려와 주니 감동이 몰려오더라고요.”

“여자들, 그러니까 우리는 원래 정규직이었다가 비정규직이 되는 과정이었거든요. 근데 도로공사에 현재 정규직으로 있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같이 톨게이트에서 일하다가 정규직이 됐고, 이 사람들은 남자들이에요. 톨게이트에서 같이 근무하는데, 갑질이 엄청나요. 투쟁하면서 정규직 남성 노동자를 무서워하지 않으니까, 조합원들 보고 상처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고소·고발 취하 못 한다고 하는데 기가 막혀요. 상처? 우리는 10~20년간 근무하는 내내 상처받았어요.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 쓰면서까지 일했는데. 우리가 주장하는 건 해고 불안 없는 직장이거든요. 평등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해요. 그래서 이 투쟁에서 이겨야 한다면 어떻게든 투쟁할 것이고요.”

 

                    20일, 김경숙상 시상식에 이어 수상자들과 토크쇼를 진행했다. 사진 한국여성노동자회.

“투쟁하면서 ‘내가 비정규직이었구나’라는 걸 알게 됐어요, 그만큼 무지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아픔도 느껴져요. 이번에 오체투지할 때 시민들이 ‘힘내세요’라고 하니까 너무 눈물이 나는 거예요, 그냥 던지는 말일 수 있는데도. 그런 이해하는 마음으로 말 한마디 던지면, 다른 사람들도 힘을 얻을 것으로 생각해요. 이 투쟁 끝나도 뭔가를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었고, 힘없는 노동자들에게 작은 보탬이나마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

“저는 노동조합하면서 인생이 바뀌었어요. 현재 목적에는 투쟁도 있지만 연대도 목적입니다. 우리 조합원 언니 중에 이번 연도 12월에 정년퇴직하는 분들도 많아요. 이분들이 투쟁하고 나서 남은 생을 연대하는 인생으로 살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하셨어요. 전 이런 게 참 뿌듯하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투쟁하면서 ‘내가 여자지만, 나약하지만 뭔가 여성들의 변화, 세상을 바꾸는 데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많이 했어요. 죽기 살기로 청와대 향해 뛰어 본 것도 처음이었고요. 이걸 어디 가서 해봐요. (웃음) 탈의 시위할 때 분노스럽고. 억울했어요. 점거 농성하면서 병이 생겼어요. 남모르는 병이 생겨서 가슴이 답답한 공간에 오면 힘들더라고요. 쉽게 치유되지 않을 거 같아요. 

이강래 사장은 자기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국회의원 선거 나간다는데, 노동자들을 길거리에 내몰고 혼자 잘 사는 것 자체가 너무 화나요. 진짜 나오면 낙선 운동하러 가고 싶을 정도로. 

이런 분노의 맘, 억울한 맘을 모르고 살았어요. 결혼하고 시부모님하고 살면서 나름 많은 걸 참았더라고요. 26년 동안, 1년에 13번의 제사를 지내고, 자식을 키우고, 3교대 하면서 참아야 했던 일이 너무너무 많았어요. 힘든 일에 대해 부당하다고 말한 적이 없었어요. 근데 지금은 ‘아니다, 이게 옳다’라고 말할 수 있는 여성이 된 거 같아 뿌듯해요. 마음에 상처를 입고 병이 생겼지만,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 스스로가 참 놀랍고. 자부심을 품게 됩니다. 저도 여태까지 투쟁하면서 많은 분이 연대해주신 거 잊지 않고 있고요, 나중에 이걸 갚고 싶단 맘입니다.”

 

(출처 : 한국여성노동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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