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체육계의 만연한 악행과 악습 뿌리 뽑는 계기 되길
참가자들, 경주시트라이애슬론 여자선수단 조속 정상화 요구
문체부, 관계 기관·단체들과 스포츠 인권 보호 추진 상황 점검
주낙영 경주시장·경주시 추도식 불참, 지탄 이어져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씨의 추모사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의 추모사

26일 경주시트라이애슬론 선수단 내 폭행 등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경주시청, 경찰 등 여러 기관에 진정, 고발한 끝에 사건 해결의 희망을 접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숙현 선수의 1주기 추모식이 성주군 삼광사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추모식은 가족과 동료 선수,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용 국회의원, 전용기 국회의원, 이은정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박주한 대한철인3종협회 관리위원장, 이현진 대한체육회 체육진흥본부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엄수됐다.

최숙현 선수 아버지 최영희 씨는 추모사를 통해 “최숙현 선수가 떠난 1년, 지금까지 긍정적인 변화를 많이 이뤘다. 많은 분들의 지지로 최숙현 법이 제정되고, 스포츠윤리센터가 강화되는 등 괄목할 만한 변화도 있었다. 숙현이는 떠났지만, 암암리에 체육계에 만연한 악행과 악습을 뿌리 뽑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어 “누구보다 운동을 좋아했던 숙현이도 체육계의 변화를 바랄 것이다. 1년이란 시간 동안 숙현이를 잊지 않고 숙현이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체육계의 밝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 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동료 선수를 대표하여 추모사에 나선 정지윤 선수는 “많이 보고 싶고 그리운 동생 숙현아! 네가 없는 1년이란 시간 동안 많은 일들이 지나갔어. 네가 그렇게 바라고 바랐던 그 사람들 죗값 받고 벌받는 것 함께 보고 싶었는데, 가슴이 너무 아프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하나하나 조금씩 변해 가는 것을 지켜봐 줘”라며 그를 보낸 아쉬움을 표하며 흐느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김정배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기에 충격은 더 컸고, 분노는 더 높았다. 고인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 없었기에 오랫동안 애써 외면하며 밀쳐 놓았던 일들을 하나, 둘 해나가고 있다. 최숙현 선수의 이름을 딴 법이 만들어졌고 여러 기구들도 만들어졌다. 고인의 희생과 그 마음을 오래오래 기리며, 선수들이 안심하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을 그날까지 계속 노력해 나가겠다”고 했다.

 

고 최숙현 선수 영전에 바쳐진 「국민체육진흥법」전문
고 최숙현 선수 영전에 놓인 「국민체육진흥법」 전문

고 최숙현 선수 영전에는 ‘고 최숙현 선수의 희생으로 제정된 「국민체육진흥법」을 바치며, 고인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 인권 보호와 스포츠 문화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는 내용과 함께 ‘최숙현 법’으로 불린 개정 「국민체육진흥법」 전문이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이름으로 전해졌다.

이날 주낙영 경주시장은 추도식에 참석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추모의 뜻을 전할 관계 공무원도 보내지 않아 추도식에 참석한 여러 사람의 지탄이 이어지기도 했다.

현재, 주낙영 경주시장은 유족과 시민에 대한 직접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발표, 경주시트라이애슬론 여자선수단의 조속한 정상화와 최숙현 조례(스포츠인권조례)제정 필요성을 강조하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추모제 하루 전인 25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황희)는 교육부, 대한체육회, 대한장애인체육회, 스포츠윤리센터 등 체육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스포츠 인권 보호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황희 장관은 고(故) 최숙현 선수를 추모하고, “다시는 인권 침해로 인해 꿈을 접는 선수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체육계가 스스로 변화에 앞장서고 스포츠 선수가 우리 사회의 인권 침해를 근절할 수 있는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존재가 되도록 해 달라.”라고 주문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월 19일 ‘최숙현 법’으로 불리는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그동안 체육 단체 내규로 규정했던 스포츠 인권 보호가 독립적이고 안정적인 법적 근거를 가지게 되었다. 지난해 8월부터 지난 6월 9일까지 세 차례의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으로 스포츠 인권 보호 체계의 제도적 기반을 구축하게 됐다”고 밝혔다.

개정된 내용은 불공정·인권 침해를 유발하는 제도를 개선하고,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능 강화 등이다. 또한, 누구든지 체육계 인권 침해·비리를 알게 된 경우나 의심이 있을 때 스포츠윤리센터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야 하며, 신고자와 피해자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3. 30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하여 발언하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지난 3월 30일, 스포츠윤리센터를 방문하여 발언하는 황희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사진=문화체육관광부

문화체육관광부는 “성적지상주의 문화 개선과 체육 현장 인권 의식 확산을 위해 스포츠혁신위원회가 권고한 52개 과제 이행을 위해, 범정부 이행점검단을 구성하여 체육계 부조리와 엘리트 중심 문화를 개선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성적지상주의 문화 개선을 위해 지도자 평가에서 대회 실적 외에 인권 보호 노력 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고, 종목별 단체나 지방체육회 등 체육 단체에 대한 평가에도 인권 보호 노력 여부를 반영하고 재정 지원과 연계할 계획을 내놨다.

스포츠 현장에서 인권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선수와 지도자, 체육 단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의무적 인권교육을 도입하고, 지도자의 경우 2년마다 6시간 이상의 인권교육 이수를 자격요건으로 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직장운동경기부에서 자체 계약서를 이용해 불공정한 계약을 체결하던 관행도 개선했다. 직장운동경기부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올해 4월 5일부터 시행했고, 6월 3일부터는 프로스포츠 분야도 표준계약서를 마련해 시행에 들어갔다.

또한, 합숙소 등 인권 침해 사각지대 해소 및 공정한 계약을 제도화하여, 인권 침해 취약지점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했으며, 인권 침해 등 가해자에 대한 제재 강화 및 퇴출도 확대키로 했다.

최숙현 선수는 지난해 2월 경주시트라이애슬론 선수단 내 폭행 등 가혹 행위에 대해 경주시에 진정하는 등 여러 기관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가해자들의 거짓말이 이어지고 경주시를 비롯한 관계 기관의 사건 처리가 지연되면서 추가 증거 제출을 요구받자 절망감을 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날 추모식에 앞서 오전 10시, 칠곡 가산면 푼수사에서는 최숙현 선수의 가족과 선수 생활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별도로 추도행사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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