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마차를 끄는 동안 오랜 시간 음식과 물을 먹이지 않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며 매질과 학대를 가했다. 경주 첨성대 앞에서 관광객을 태우고 꽃마차를 끌던 말이었다. 동물보호단체에서 꽃마차 업체를 고발했지만, 동물 학대로 처벌은 어렵다고 한다. 차선책으로 도로 위 마차운행 금지법을 만드는 활동을 하는 중인데 개정안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싸우는 목소리들 덕분에 경주에서 꽃마차는 사라졌다. 합천군은 마차운행을 중지하고 전기차 운행을 시작했다.

 

시카고시는 마차운행 금지법을 신설하기 이전에도 말을 하루에 최대 6시간만 일하게 했고, 매시간 최소한 15분 쉬게 했으며, 기온이 영하 9도 이하 또는 영상 32도 이상일 때도 일하지 못하게 했다. p17

 

법(法)이지만, 동물에게 다정한 법(法)이다.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며 싸우는 변호사들(이하 ‘동변’)의 탐사 보고서다. 말끔한 정장 슈트에 반짝이는 구두를 신은 모습 대신 흙먼지 묻은 등산복과 등산모가 더 친숙한 변호사를 상상하면 된다. 사건 판례에 따라 법률용어가 들어있지만, 상냥한 설명과 함께 비인간 동물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가득한 책이다. 때로는 예의에 관하여 일침을 가한다. 모든 동물에 대한 이용과 착취를 반대하는 철학은 영장류의 배려가 아닌 예의라고 말한다.

 

동물에게 다정한 법-동물을 변호합니다,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도서출판 날, 2022.06.10.
동물에게 다정한 법-동물을 변호합니다, 동변(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 도서출판 날, 2022.06.10.

 

어류양식협회가 집회에서 어류를 바닥에 던졌다. 동물권 보호단체가 동물을 학대했다며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단체는 어류동물은 식용일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집회에 이용된 방어와 참돔은 도구로 무참히 살해, 이용됐다고 밝혔다. 어류도 고통을 느끼며 이 과정 자체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정의했다.

산천어 축제가 열리는 강원도 화천에는 산천어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영서지방에서 200톤의 산천어를 옮겨오는데 일부는 이동 중 굶주림과 멀미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인간 손에 살아남더라도 일부는 잡혀서 어묵의 재료가 되거나, 나머지는 수온 차이를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 강에 남아 일생을 보내는 산천어는 없다고 한다. (p27. 강제 연행된 산천어들)

스위스는 식용으로 바닷가재를 사용할 경우, 바닷가재를 먼저 기절시킨 후 끓는 물에 넣도록 규정되어 있다. 노르웨이의 동물보호법에는 유희나 경쟁만의 목적으로 어류를 살해하면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바닷가재를 얼음 위에 전시한 식당을 ‘동물학대’로 유죄 선고했다.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과학적 사실들이 증명되었고 각 나라는 동물복지에 어류를 포함한다. 불필요한 살생을 하지 말도록 하는 인식 개선과 동물복지의 사회적 합의가 미디어 속에서만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음악을 듣고 자란 돼지, 자연에 방사된 닭이 낳은 계란의 동물복지 인증은 인간의 이기(利己)를 출력한 스티커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물 밖으로 나온 물고기들이 숨이 막혀 어떻게든 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는 모습과 수조 속에 손을 넣었을 때 그 손을 피해 다니는 물고기들을 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요. 우리는 이미 알고 있는지 모릅니다. 물고기가 고통과 두려움을 인식하고 느낀다는 것을요. p42

반드시 의식을 잃은 개를 대상으로 한다. 바로 기절시키려면 전류가 뇌에 흘러야 하므로 전극이 뇌를 감싸 안고 있어야 한다. 적절한 장비와 훈련받은 수행인이 필수적이다. p186

 

돌고래의 수명은 평균 30년이다. 수족관의 돌고래는 평균 4년 23일을 살며 그 속에서 스스로 지느러미를 찢으며 자학한다. 전기가 흐르는 꼬챙이를 개의 주둥이에 대고 감전사시켜 도살하는 이유는 먹기 위해서다. 우리에게 남은 다정함은 무엇일까?

그래서 물고기를 먹지 말고, 학대받는 개, 케이지에 갇힌 닭, 도살장으로 가는 소를 구출하고 비거니즘을 실천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페미니즘과 ‘차별 반대’, 댐을 열어 강물을 살리는 ‘우리’의 일에서 그들을 ‘우리’ 안에 포함하자고 한다.

어떤 사람에게 사랑받던 동물이 죽으면 항상 먹을 것이 있고, 따뜻하며, 다시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초원으로 다리를 건너간다고 한다. 그 다리는 천국과 지상을 이어주며 ‘무지개다리’라고 부른다. 반려동물을 키웠던 인간의 소원은, 죽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 사랑했던 동물을 다시 만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내 소원도 그러하다.

반려견 택이(사진 오른쪽). 보더콜리, 중성화 수컷, 4세.
반려견 택이(사진 오른쪽). 보더콜리, 중성화 수컷, 4세.

사랑했던 동물이 무지개다리를 건너가면 인간은 죽을 것 같은 고통 속에서 산다. 왜냐하면, 그들의 다정함을 이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지개다리’를 건너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에게 받은 다정함을 다시 건네주는 일, 인간의 마지막 예의가 아닐까.

그 예의 없이 우리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자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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