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돈이 아닌, 노동의 대가로 더 많은 가용시간을 경험하면 무엇이 성공을 구성하는가에 대한 신호가 바뀐다. p38

 

안나 쿠트, 에이단 하퍼, 알피 스털링. 역자 이성철, 장현정. 호밀밭. 2022.05.01
<주4일 노동이 답이다>, 저자 안나 쿠트ㆍ에이단 하퍼ㆍ알피 스털링, 역자 이성철ㆍ장현정, 호밀밭, 2022.05.01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아버지는 말하셨지, 인생을 즐겨라.”라는 광고 문구가 있었다. 여행을 가거나 퇴근 후 그저 그런 취미생활이라도 일상이 되는 워라벨이 다가올 것 같았다. 그러나 곧장 패러디가 등장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더 해라!”“아버지는 망~했지, 인생을 즐기다.”

번아웃과 과로사가 낯설지 않은 세상, 생각해 보면 우리는 너무도 잔혹한 세상에 살고 있다.

주4일 노동은 기업 이윤이 확대되고, 개인 삶의 만족도가 열반에 오르며, 국가 경제가 성장하는 ‘마법의 총알’이 아니다. 여가를 어떻게 보내고, 급여는 어떻게 정할 것이며, 30여 시간을 어떻게 나누어 노동할 것인가, 노동자 자신이 직접 노동시간과 급여를 결정할 수 있는가, 그리고 노동에 부여하는 철학적 가치를 어디에 두며, 누구와 선택할 수 있는가를 공공연한 의제로 가진다.

 

생산력의 향상만으로 노동자의 임금 상승이나 소득과 부의 불평등 감소, 혹은 더 지속 가능한 경제를 보장하지는 못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권력이 어디에 있고, 얼마나 알맞게 사용되는가이다. 20세기에 노동시간 단축이 가능했던 핵심 요인은 생산성 향상의 결과물을 노동자들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해준 단체교섭이었다. p48

 

1856년 호주 멜버른의 석공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했고, 1930년대 경제학자 케인스는 21세기에 노동시간은 주당 15시간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동시간을 늘리는 대신 탄소집약적인 소비재를 마구 사용하며 지구사용설명서를 무시했고, 돌봄을 대신하는 돌봄종사자의 낮은 임금에 눈을 감았다. 150년 이상 고용과 부의 분배는 평등하지 못했고 노동시간 단축은 정착되지 못했다. 노동에 종속되는 비참한 세상을 150년 더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정상’의 포괄적 논제에 대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 일하는 자들이 더 건강하고, 더 품위 있고, 질 높은 삶을 사는 정상. 주 4일 노동이 더 일하고 더 받는 시스템이 아닌 남녀 모두 함께 일자리를 공유하고, 임금을 차별하지 않으며, 퇴근 후 나만의 시간을 어떻게 쓸지 더 넓고 다양한 선택이 기대되는 삶, 장시간 노동으로 아프지 않으며, 아파도 가난해지지 않을 권리에 대한 접근 말이다.

 

사람이 관점을 바꾸고 잠시 멈춰서 성찰하고 사물을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비재를 축적하고 탄소 집약적 활동을 늘리기 위한 수단으로 장시간 노동에 집착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p38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신선한 음식을 준비하고 요리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은 ‘노동’을 정신적 경험으로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몸짓으로 각인한다.

하여 우리가 알던 노동의 패러다임이 누구의 특권이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뒤집어 보는 것을 권한다.

 

우리는 돈뿐만 아니라 시간의 소중함을, 또 넘치는 것보다는 충분함에 만족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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