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안 말이산 고분 13호 분에 새겨진 전갈자리와 남두육성



함안 말이산 고분을 배경으로 관측을 준비 중인 참가자들

8일,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와 가야별연구소는 함안 말이산 13호 분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 발견을 계기로, 아라가야인이 본 하늘과 지금의 하늘을 비교해 보는 관측행사를 열었다.

문화재청은 2018년 12월 아라가야 왕릉으로 추정되는 함안 말이산 13호 분 발굴 과정에서 무덤 천정의 덮개돌에 새긴 성혈(星穴, 돌에 새긴 별 자국)을 발견했다.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 분의 돌덧널 내부는 점토를 바른 네 개의 벽면 위에 붉은 안료(물감)를 칠했다.

붉은 안료를 바른 돌덧널무덤의 벽면과 별이 새겨진 덮개돌은 가야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덮개돌에 새겨진 별은 125개로 그중 별자리로 확인된 것은 우리 전통 별자리 28수 중 심수(心宿), 미수(尾宿), 기수(箕宿)와 남두육성(南斗六星)이다. 남두육성 기준 왼쪽 위에서 독수리자리로 추정되는 별자리도 확인됐다.

심수, 미수, 기수는 서양 별자리의 전갈자리이다. 남두육성은 서양 별자리인 궁수자리에 속한 여섯 별로 북두칠성을 닮아 남두육성이라 부른다.

옛사람들이 북두칠성은 사후세계를 주관하고, 남두육성이 삶의 세계 즉 생명의 세계를 주관한다고 믿어 이 별들을 새긴 것으로 추정된다.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분 돌덧널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 사진. 출처=문화재청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 분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 사진. 출처=문화재청

말이산 고분 13호 분은 말이산 주능선(길이 1.9㎞) 중앙지점의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다. 봉분 규모가 지름 40.1m, 높이 7.5m에 달하는 아라가야 최대급 고분이다.

이번 발견은 일제강점기인 1918년 일본인에 의해 발굴조사에서 도굴 수준의 유물 수습이 진행된 후 100년 만에 우리 문화재청에 의해 다시 발굴하는 과정에서 확인되었다.

돌덧널은 길이 9.1m, 폭 2.1m, 높이 1.8m로 규모가 매우 크다.

도굴을 위해 뚫은 갱에서 발견된 유물의 연대측정을 통해 13호 분의 축조 연대를 5세기 후반으로 추정했다.

별은 돌덧널을 덮은 덮개돌 아랫면에 125개가 새겨져 있다. 크기와 깊이가 각각 다르게 새겨져 있어 새긴 별의 크기가 별의 밝기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별자리가 새겨진 덮개돌은 무덤의 주인이 안치되는 돌덧널 중앙에 배치한 것으로 보아 무덤 주인의 지위가 매우 높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돌에 새긴 별자리는 청동기 시대 암각화나 고인돌 등에서 주로 확인되는데, 무덤에 별자리를 표현한 경우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자주 발견된다.

별자리가 표현된 위치를 보면 고분의 덮개돌 윗면에 드물게 있었으나, 돌덧널 안에서 발견된 것 역시 이번이 최초이다.

함안 말이산 고분 13호 분의 덮개돌에 새겨진 별은 가야 지역에서 발견된 첫 사례로 아라가야인들의 천문 사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천체망원경 왼쪽으로 궁수자리(남두육성)이 보이고, 오른쪽으로 전갈자리가 보인다
천체망원경 왼쪽이 궁수자리(남두육성), 오른쪽이 전갈자리

남두육성(궁수자리)과 전갈자리는 여름밤 어둠이 깊어지면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자리로, 미리내(은하수)를 중심으로 동쪽(궁수자리)과 서쪽(전갈자리)에 각각 자리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아라가야인들이 해가 가장 높게 오르는 날(하지) 바라본 남쪽 하늘을 기준으로 관측을 진행했다.

다만 월령, 날씨 등에 대한 고려로 관측행사 일이 5월 8일 밤으로 정해지면서, 5월 9일 새벽 2시 40분에 남중하는 별자리를 기준으로 했다.

별자리는 한 달에 30도씩 동에서 서로 이동한다. 따라서 하짓날 보다 한 달 10여 일 전인 5월 9일 새벽 2시 40분 무렵이 하짓날 밤 12시에 남중하는 별자리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이날 관측행사에는 KBS 본부의 아라가야 13호 분 덮개돌에 새겨진 별자리 관련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촬영에 나서기도 했다.

 

아라가야인이 본 하늘 다큐멘터리 제작진에게 관측 과정을 설명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울산전파전문대 이상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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