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으로 함께 일하기엔 너무 좋고 고마운 존재지만, 막상 임금을 지불하기엔 뭔지 모르게 찝찝하고 아깝다”라는 동료의 속마음을 들어야 했다. 1년을 근무한 단체에서는 임금을 지불할 여유가 도저히 없다며 나의 활동보조시간 일부를 동료에게 명의를 돌려서 가사보조를 얼마만큼 포기하게 하는 대신 나의 임금으로 주기도 했다. 몸과 마음이 점점 지쳐가고, 급기야 몸담고 있던 단체의 안 좋은 실상들을 깨닫게 될 때 쯤 난 동료들과 자주 부딪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그 일터를 떠났다. - 출처: ‘생산성’ 묻는 사회, 장애여성의 노
활동지원사 호텔비도 지출해야 해요?나의 이용자와 함께 타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지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지 이용자는 나에게 숙박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하던 중에, 활동지원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초대자가 여러 가지를 물었다. 어쩌면 노동자보다 장애인이 더 친근한 초대자는 장애인이 여행하는 데 직면하는 무수한 문제에 더욱 공감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여행을 갈 때, 같이 가는 활동지원사의 호텔비까지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누구나 그렇듯 장애인도 때로는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이 연휴 후유증을 겪는다. 총 6일간의 연휴가 있다 보니 다시 업무에 돌입하기가 힘든가 보다. 2023년 추석이 지나니 사람들은 벌써 내후년 명절을 기다리는 모양이다. 2025년 추석은 7일의 연휴라고 한다.하지만 정규직 직장인들이 그토록 환호하는 연휴에도 장애인은 고통스러워한다. 일단 활동지원사도 경우에 따라서는 명절을 가족과 보내야 해서 근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들은 명절에 활동지원사를 구하기 힘들고, 다행스럽게도 구한다 하더라도 바우처 소비가 더욱 많아져 고통스러워한다.장애인의 입장에서 활동지
공격성향의 돌봄 대상 - 교육도 지원도 없이나는 A를 B와 함께 만났다. A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B는 A의 보호자다. B는 A에게 필요한 일을 나에게 지시했다. 내가 밥과 물을 차려주면 A는 알아서 먹었다. 때로는 A를 데리고 산책을 다녀왔다. A는 보조기기 없이도 잘 다녔고, 집 바깥 화장실을 좋아했다. 우리는 종종 집 인근 공원의 화장실에 오갔다. A는 대소변을 본 후 뒤처리를 해 줄 필요가 없어 큰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그가 다른 사람을 깨물기도 해 문제였다. A에게는 손발톱 깎기, 목욕이 필요했고, A는 그 과정에서
법에선 유급휴일, 행정해석에는 소정근로일이 아니면 무급휴일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게 되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이 되어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에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당시에는 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 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정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으로 생각되거나 비인간화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된다고 느낀다. 이들은 정의가 관장하는 도덕적 세계 밖에 존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147. 오래된 중재 요청의 기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지원사 성폭력 피해가 드러나기 어려운 이유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장애인이용자는 남성이 60.51% 여성이 39.49%로1) 남성이 더 많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활동지원사의 경우 여성이 87.85%로 대다수를 차지한다.2) 그래서 남성 장애인이 여성 비장애인에게 서비스 받는 일이 많다.우리 사회는 아직 장애인을 성적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다. 나아가 장애인은 무성애자일 것이 강요된다. 장애인 당사자들도 이런 사정이 괴롭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성적 주체로 인정되지 않다 보니, 소극적 차원에서의 (성적) 사생활조차 보장받지 못한다
전장연과 보수정치인들 얼마 전 2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의 면담이 있었다. 해당 면담에 관해 필자의 SNS에서는 이에 대한 평들이 있었다. SNS 타임라인을 구성한 필자의 편향성 덕분에, 전장연을 옹호하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 일변도였다. 이 논란 중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관련한 글들이 눈에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썰전에서 한 발언,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문제 인식이 은폐되고 노동자를 억압하는 논리가
종종 활동지원사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이야기를 듣는 일이 있다. 바로 얼마 전 보건복지부 공무원 면담을 하는데 노조 앞에서 담당 행정사무관이 이렇게 말했다. 장애인에게 24시간 서비스하면서 월 800만 원 소득을 얻는 분들은 다른 건 필요 없고 그냥 계속 그런 식으로 근무하길 원한다고 말이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노동조합의 제도 개선 요구를 일축하고 있었다.이런 종류의 발언은 현장에서도 많이 나온다. 연초다 보니 연말정산을 안내하는 전담인력은 활동지원사에게 이렇게 안내했다 한다. “월 천만 원씩 버시는 분들이 센터 여러 개 하시잖아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은 전국의 사회서비스원 중에서 처음으로 종합재가센터에 장애인활동지원사를 정규직 월급제로 고용했다.그 월급제 정규직 덕분에 나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 입사 2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한 것에 대해 너무나 만족스럽게 생각한다. 내가 결재하는 단말기 바우처 시간에 따라 임금을 받던 민간 방식(시간제)에 비하면 월급제가 주는 안정감은 참 좋다. 매달 고정적이고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된다는 것은 많은 노동자에게 안정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것은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 이용인에게도 마음에 맞지 않는 활동지원사가 있다면 미안해하지
경북지역에서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을 최초로 실시한 포항시가 시내 연속 거주 기간을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을 위한 평가 배점 항목에 포함해 논란이 일고 있다.14일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이하 포항자립센터)는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시가 24시간 활동지원 대상자 선정을 위한 심의에 포항시 연속 거주 기간을 항목에 포함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센터는 “포항시 연속 거주 기간은 활동지원의 필요성 또는 긴급성을 판단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며 해당 항목을 전면 삭제하라고 요구했다.또한, 거주 기간 항목에서 최하 점수를 받고
똥 기저귀 황우성 오늘도 울부짖는다기저귀 속속살은 숨이막힌다오늘 아침은빨리빨리도움의 손길은잠시나마피투성이 내 얼굴의 해방미안한 마음을뒤로 한 채다시 그 얼굴을감추고바퀴 달린 내 다리를이끌고 오늘을 살아간다오늘 저녁도볼 수 없는 내 얼굴이나를 괴롭힌다내일은 벗고 자야지희망적 꿈을 품은나의 허상 ※ 송정현 씨는 장애인활동지원사가 밤 10시에 퇴근하면 이튿날 오전 여덟 시까지 집에서 혼자 머무른다. 시 는 활동지원사 황우성 씨가 이용자 송정현 씨에게 선물한 시 작품이다. - 편집자 주.
1. Prologue _ 2019년 10월 부산에서 “에듀케이션”을 만나다코로나19 창궐로 전 세계 영화제가 파행을 겪기 몇 달 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에듀케이션”을 만났다.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국제영화제에서 흔히 만나볼 수 있는 영화를 통해 현재 우리가 사는 세계의 문제점들을 골고루 접할 수 있다. 특정 지역, 개별 국가의 비극도 있지만 좀 더 보편적인 지구적 쟁점을 동시적으로 접할 드문 기회다. 공통 쟁점에 관한 나라별·지역별 상황을 비교 분석할 수 있다. 책이나 다른 경로로는 닿기 힘든 기회다.부산국제영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임금차별타파의날 경주공동행동(이하 경주공동행동)은 18일 경주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재난으로 심화하는 성차별 해소를 위한 정부 대책을 촉구했다.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을 맞아 경주공동행동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임시 일용·특수고용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 ▲여성노동자 긴급 생계 대책 마련, ▲사회적 돌봄 시스템 재정비 및 관련 예산 확대 편성, ▲돌봄 노동에 대한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 및 노동환경 제공을 요구했다.경주공동행동은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여성 취업자 수가
안녕하세요.당신의 이름도, 얼굴도 알지 못해서 여기에 편지를 씁니다.신종 코로나19 바이러스 피해 소식으로 마음 졸이는 매일입니다. 부디 당신도 무탈한 일상을 보내셨길 바랍니다.굳이 이곳에 편지를 쓰는 이유는, 당신이 뉴스풀 기사를 읽고 제가 신천지 교인인지 수소문했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접하고, 요즘 코로나19 만큼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또 다른 바이러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혐오’라는 이름의 바이러스입니다.포털사이트에 ‘혐오’라고 검색해봤습니다. 사전적 정의는 ‘싫어하고 미워함’입니다. 싫어할 ‘
지난 3월 9일, 경북도가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코호트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해당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코호트 격리란 원래 바이러스 등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환자, 의료진 전원을 격리하는 조치다. 그러나 경북도가 경기도에 이어 “예방적”, “선제적” 조치를 사유로 확진자가 없는 대다수 사회복지시설 전체에 격리조치를 강행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경북지역 52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17일 입장을 내고, “예방이란 이름의 사회복지시설 거주인·종사자 강제 격리는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지난 해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 현장에 휴게시간 부여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은 서비스 중단 위협과 쉴 수 없는 ‘공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420경산공투단)은 5월 31일, ‘대책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 규탄 및 대안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이 현장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