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시민사회·노동단체, “코호트 강제 조치는 인권침해, 즉각 중단해야”
경북 시민사회·노동단체, “코호트 강제 조치는 인권침해, 즉각 중단해야”
  • 박재희
  • 승인 2020.03.18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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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호트 강제는 시설로 격리된 사람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조치”
“집단 시설, 민간 공급 중심 사회서비스 정책 한계 드러나”… 일상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 체계 마련 촉구

 

△ 9일, 경북도는 ‘코로나19 박살을 위한 총력 주간’을 선포했다. 경상북도청 홈페이지 화면 캡처.
△ 경북도는 사회복지시설 예방적 코호트 시행을 공지했다. 경상북도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지난 3월 9일, 경북도가 도내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코호트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해당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코호트 격리란 원래 바이러스 등 감염 의심자가 발생한 의료기관에 환자, 의료진 전원을 격리하는 조치다. 그러나 경북도가 경기도에 이어 “예방적”, “선제적” 조치를 사유로 확진자가 없는 대다수 사회복지시설 전체에 격리조치를 강행하자, 이를 비판하는 성명이 발표됐다.

경북지역 52개 시민사회․노동단체는 17일 입장을 내고, “예방이란 이름의 사회복지시설 거주인·종사자 강제 격리는 인권침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들은 “청도대남병원, 봉화푸른요양원 등 코호트 이후 집단시설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경북에서 ‘공간 봉쇄’는 현장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조치”라며 “행정력이 개인의 이동을 비롯해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높은 수위의 행정 조치인 만큼 신중했어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집단시설로의 격리 자체가 차별임을 분명히 하며,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차별적 처우를 받는 입소자들은 1인 1실도 확보되지 않는 곳에 이중 격리되었다. 시설 노동자들은 마땅한 숙박공간도 없이 사무실과 다용도실 등 시설 공간을 활용해 집단 기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입소자와 종사자 모두의 건강권이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시설 입소자의 안전도 보장된다. 그러나 경북도는 격리 대상자에 대한 진단 검사, 건강 상태 점검, 방역물품을 포함한 생활지원 등의 지원체계 마련을 외면하고 보여주기식 강제격리를 시행했다”고 비판했다.

경북도가 행정 운영에서 공포와 불안을 이용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되었다. 코호트 시행과정에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을 근거로 사회복지시설을 ‘위험구역’으로 지정된 것에 대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유로 강행된 폭력이자 특정 공간 및 집단에 대해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조치”라고 규탄했다. 이는 경북도가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부대 및 마을 민간조직을 동원해 미담을 유포하는 이중적 행태”에서도 드러난다며, 불안과 공포로 공공의료·사회서비스 공백 문제를 은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강제 조치는 사회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상북도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돌봄 노동이 가족과 민간에 방치되어온 결과라 꼬집었다. 또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집단시설, 민간 공급 중심의 사회서비스 정책 한계를 인정하고, 근본적인 탈시설·탈원화 대책과 함께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체계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끝으로 “국가적 재난 상황이 장애인, 고령자, 돌봄 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차별로 귀결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경북도가 ▲사회적으로 격리된 사람들을 또다시 격리하는 조치를 즉각 중단할 것, ▲재난 상황을 이유로 당사자와 현장 의견을 배제한 코호트 격리 강제 조치를 사과하고 동등한 건강권을 보장할 것, ▲수용시설 폐쇄 및 누구도 격리되지 않는 근본적인 탈시설·탈원화 대책을 마련할 것,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해 재규정하고,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경북도는 17일 자 정례 브리핑을 통해 경산 소재 노인요양시설 2곳에서 추가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설들은 모두 코호트 격리가 시행되고 있지만, 추가 확진이 잇따르고 있다. 경기도가 집단 사회복지시설 및 의료시설 1,824곳에 대한 코호트 격리를 2주 연장하기로 발표한 가운데, 보건복지부의 장려와 지자체의 무차별적인 코호트 시행에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성명서 전문]


경상북도의 사회복지시설 코호트 격리에 대한 경북지역 시민사회ㆍ노동단체 입장

예방이란 이름의 사회복지시설 거주인·종사자 강제 격리는 인권침해다


- 경북도는 격리·배제된 사람들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사회복지시설 ‘코호트 격리’ 사과하고, 동등한 건강권을 보장하라!

- 더 이상 가두지 마라! 격리가 아닌 지역사회 중심 공공 사회서비스 공급체계 마련하라!


경북도는 3월 9일 코로나19 총력 대응 주간을 선포하고, 도내 모든 사회복지시설 581개소에 대해 ‘예방적 코호트 격리’를 강제 시행했다. 경기도에 이은 2번째 지역이다. 격리 인원 규모만 종사자 1만여 명, 입소자 1만 7천여 명에 달한다. 코호트 격리는 감염 확산을 차단할 목적으로 동일 집단을 외부로부터 격리하는 봉쇄 조치다. 청도대남병원, 봉화푸른요양원 등 코호트 이후 집단시설 감염 확산이 지속되고, 전체 17개 시·도 중 확진자 대비 사망률이 가장 높은 경북 상황에서 ‘공간 봉쇄’는 현장을 더 큰 위험으로 내모는 조치다. 특히 행정력이 개인의 이동을 비롯한 물리적 차단을 강제한다는 점에서,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높은 수위의 행정 조치인 만큼 신중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북도는 현장과 어떠한 소통과 의견수렴도 없이, 일부 종사자 예외규정과 보상 방안만 통보한 채 행정명령을 강제했다. 코호트가 시행되고 입소자 및 종사자 전원이 2주간 외출과 출․퇴근이 금지되었다. 우리는 신음하는 코호트 현장을 점검하고 경북도의 코로나 대응 및 코호트 시행 과정의 문제에 대해 아래와 같이 입장을 밝힌다.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강제 조치는 사회서비스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경상북도의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되었다. 경북도가 중대한 재난 상황에서 행정 조치를 강제하기 위해 현장 당사자와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손쉽게 배제하는 상황도 여실히 드러났다. 집단시설에서의 감염은 곧 집단감염으로 확산될 우려가 크다. 외부 감염에 대한 차단뿐만 아니라 입소자와 종사자 모두의 건강권이 동등하게 고려되어야 시설 입소자들의 안전 역시 보장된다. 하지만 경북도는 행정명령에 의한 코호트 격리 전, 격리 대상자에 대한 진단 검사, 건강 상태 점검, 방역물품을 포함한 생활지원 등의 지원체계 마련을 외면했다. 또한, 충분한 지원체계를 마련한 후에도 최종적인 결정은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함에도 보여주기식 강제격리를 명령했다.

그 결과 예방을 위한 코호트 격리는 입소자들을 더 위험에 빠뜨렸으며, 현장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 이미 사회적으로 격리되어 차별적 처우를 받는 입소자들은 1인 1실의 격리 공간도 확보되지 않는 수용시설에서 또다시 이중 격리되었다. 시설 노동자들은 마땅한 숙박공간도 없이 사무실과 다용도실 등 시설의 공간을 활용해 집단 기거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격리 조치가 끝난 노동자들은 다시 자가격리를 해야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사회복지시설 서비스 공백에 대한 대책은 전무하다.

경북도는 코호트 시행 과정에서 재난 및 안전 관리 기본법을 근거로 사회복지시설을 ‘위험구역’으로 지정하고, 기간 내 종사자 외출 및 퇴근 금지, 외부인 면회 금지, 입소자 외출금지 등을 통보했다. 이것은 어떠한 공론화 절차 없이 국가적 위기 상황을 이유로 강행한 폭력적 조치이며, ‘위험구역’이라 명명하여 특정 공간, 집단에 대한 혐오와 공포를 부추기는 조치다. 신천지 교인에 대한 대응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천지 색출과 개인의 행실을 문제 삼는 것은 시민들의 불안감을 신천지라는 집단에 향하게 하고, 실제 개선되어야 할 공공사회서비스, 의료 공백 문제에 대한 본질을 은폐하고 있다.

불안과 공포를 이용하는 경북도의 행정은 홍보활동에서도 드러난다. 경북도는 ‘코로나19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지난 3월 4일 경산역에 집결하여 합동 방역소독을 펼쳤다. 야외 방역 차량 소독이 실효성이 낮다는 전문가 지적에도, 군부대 차량까지 동원하여 대대적인 방역 행사를 벌이며 ‘코로나 박살’을 외쳤다.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홍보하면서도 ‘마스크 만들기’란 이름으로 집단이 모여 행하는 봉사를 장려하고, 보건 의료 종사자들의 헌신, 방역 봉사 등 각종 미담을 유포하는 이중적 행태를 보이며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한편, 청도대남병원에 이어 봉화푸른요양원에서도 코호트 이후 확진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15일, 정부는 봉화군을 감염병 특별관리구역으로 추가 지정했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집단시설, 민간 공급 중심의 사회서비스 정책 한계가 드러나고 있는 만큼 일상에서 제대로 작동되는 공적 사회서비스 공급체계가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경북도가 진짜 총력 대응해야 할 것은 코로나 이후 사회적 소수자들이 동등하게 안전을 보장받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공적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하는 것이다.

고령자, 장애인 등 공적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회구성원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지역사회 통합을 원칙으로 한 공적 공급체계는 여전히 부실하다. 이는 돌봄 노동의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가족과 민간에 떠넘긴 결과이기도 하다. 돌봄 노동을 책임지는 가족과 요양보호사, 장애인활동지원사 등의 노동을 사적 관계와 불안정한 민간시장에 방치한다면, 코로나와 같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공적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될 리 없다.

이에 경북지역 시민사회․노동단체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장애인, 고령자, 돌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사회적 소수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로 귀결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하나. 경상북도는 코로나19를 빌미로 사회로부터 배제된 사람들을 또다시 격리하는 조치를 즉각 중단하라!

하나. 경상북도는 재난 상황을 이유로, 당사자와 현장의 의견을 배제한 코호트 격리 강제 조치에 대해 사과하고 동등한 건강권을 보장하라!

하나. 경상북도는 수용시설 폐쇄하고 누구도 격리되지 않는 근본적인 탈시설, 탈원화 대책을 마련하라!

하나. 경상북도는 사회서비스 노동에 대해 재규정하고, 사회서비스원 설립 등 공공의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수립하라!


2020년 3월 17일

경북교육연대, 경북노동인권센터, 경북녹색당,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경북피플퍼스트위원회, 경북혁신교육연구소공감, 경산여성회, 경산(경북)이주노동자센터, 경산시 농민회,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경상북도장애인부모회, 경주겨레하나, 경주여성노동자회, 경주학부모연대, 경주환경운동연합, 노동당 경북도당, 민중당 경북도당, 안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영덕참여시민연대, 울진사회정책연구소,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경북지역지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대경본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노동조합지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장애인활동지원지부 대경지회,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택시지부,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교육공무직본부 경북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북교육청지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대경지부, 전국교수노동조합 경북지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북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주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포항지부, 전국농민회총연맹 경북도연맹, 전국대학노동조합 대경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북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산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주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북부지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포항지부,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대경본부, 전국여성노동조합 대구경북지부,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북지부, 정의당 경북도당,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경북지부, 참소리시민모임, 포항여성회,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경산시지회, (사)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안동시지회,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상 가나다순, 52개 단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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