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 대책 요구 쏟아져…
경산시, 간담회 자리에서 ‘휴게시간 최대한 유보하고 같이 협의해 나가겠다’ 약속

 

▲ 420경산공투단은 장애인활동지원사 휴게시간과 관련한 2차 협의를 앞두고 31일, 경산시청에서 열린 기자회견

지난 해 7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으로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활동지원서비스’ 현장에 휴게시간 부여가 의무화되었다. 그러나 법 개정 취지와 달리, 장애인 이용자와 활동지원사 노동자들은 서비스 중단 위협과 쉴 수 없는 ‘공짜 노동’에 내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산공동투쟁단(이하 420경산공투단)은 5월 31일, ‘대책 없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 규탄 및 대안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주최 측은 “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이 현장에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1대1 대인 서비스인 활동지원서비스 현장에서 휴게시간 적용은 대책 없는 서비스 중단과 쉴 수 없는 가짜 휴게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휴게시간 문제를 규탄하고, 지역사회의 공동 대응을 다짐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김정곤 420경산공투단 공동대표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장애인에게 시혜를 베푸는 것이 아니다. 정당하게 일하고 정당하게 대가를 받아야 하는 노동이기 때문”이라며,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실현하고 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활동지원서비스가 될 수 있도록 현장에서 함께 싸우겠다”고 뜻을 밝혔다.

이경형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회원은 “중증장애인에게 활동지원서비스는 심장이다. 활동지원사가 없다는 건 곧 심장이 없는 것과 같다. 화장실도 못가고 자리조차 일어나지 못하는데, 30분을 어떻게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심장을 보고 30분만 쉬었다 뛰라고 하면 말이 되나?”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어, “지금 복지부와 경산시가 내놓고 있는 대체인력 투입 방안은 노동자를 기만하고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협하는 행태”라며 “하루빨리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기자회견에서 발언하는 김정곤 공동대표(왼쪽 첫 번째), 이경형 경산자립센터 회원, 박순희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조합원

420경산공투단에 따르면 경산지역은 “200인 이상규모의 장애인수용시설이 2곳”으로, 시설 규모면에서 경북지역에서 가장 크고 유일하다. 자립생활 지원 정책을 통해 탈 시설 및 자립생활을 시작하는 장애인들도 늘고 있어 활동지원서비스 수요 또한 높다. 장애인 학생이 많이 다니는 대구대학교가 소재한 지역이기도 하다.

박순희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장애인활동지원지부 조합원은 “장애인 이용자들이 필요한 만큼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정한 시간 만큼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월말이면 정해진 활동지원 서비스 시간을 다 써버려서 활동지원사가 바우처를 결제하지 않고 무료로 ‘봉사’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박순희 조합원은 “쉴 수 있는 휴게공간이 없는데도 법으로 정해져 있으니 단말기를 종료하고 쉬라고 한다. 무료노동을 또다시 요구하는 것”이라며, “무료노동을 만들어내는 정책이야말로 불법이다. 활동지원사가 무료노동을 강요당하지 않고, 장애인의 서비스 이용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끝까지 싸워나가자”고 제안했다.

마무리 발언자로 나선 김종한 420경산공투단 공동대표는 “밥을 먹거나 일상 생활을 하다가 30분 중단하라고 하면 밥숟가락 놓고 기다려야 겠느냐?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노동을 얼마나 우습게 보면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하는가?”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종한 공동대표는 “휴게시간 공백을 대체인력 투입으로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미 이용자들은 활동지원서비스가 연결되지 않아 6개월 이상 기다리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것이 말이 되는 대책인가? 대책 없는 휴게시간 우리는 끝까지 거부하겠다. 휴게시간과 관련된 제대로 된 대안이 나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 경산시청 별관 3층 회의실에서 420경산공투단과 경산시 사회복지과ㆍ중계기관 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하여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휴게시간 문제 관련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420경산공투단 측은 오후 4시부터 경산시 사회복지과ㆍ경북경산지역자활센터ㆍ경산시장애인종합복지관과 함께 간담회를 진행했다. 앞서 경산시는 지난 4월 30일, 1차 간담회를 개최하여 휴게시간 시행 계획을 밝혔으나 현장의 거센 항의 속에 휴게시간 적용을 유보한 바 있다.

간담회에는 사회복지과장 및 관계자, 각 중계기관 대표 및 관계자, 420공투단 소속 활동가 등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약 1시간 30분가량 논의가 진행되었다.

경산시는 간담회 자리에서 지난 4월 30일 열린 1차 간담회의 주요 요구를 보건복지부, 경북도청, 고용노동부 등에 공문으로 건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등 공공서비스 제도 개선 과제를 행정안전부 기획예산과에 전달했다고 밝히며, 휴게시간 관련 대책 마련을 위한 활동 경과를 보고했다.

경산시는 앞으로도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여 휴게시간을 최대한 유보’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공투단과 중계기관 등 현장과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간담회 결과에 대해 420경산공투단 측은 “경산시와 제공기관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함께 대응해나가기로 한 점은 긍정적”이라 평가하며, 이후 계획에 대해 “경산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한다. 정부와 행정기관, 노동청 등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적극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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