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거주시설 경주푸른마을, 10년째 같은 인권침해·비리 반복···수용시설 정책 근본적 변화 한 목소리
경상북도는 장애인이 시설과 방안에 갇혀 살지 않도록 필요한 지역사회 통합 환경 조성해야

 

정부가 기념하는 4월 20일 ‘장애인 날’이 정작 장애인이 겪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며 경북에서도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을 선언하는 자리가 열렸다.

2019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 모습
△2019 경북지역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 모습

17일 오전 11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대표: 김신애, 김종한, 김태영)는 ‘2019 경북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선포식’을 개최하고, 경상북도에 ‘범죄시설 폐쇄’,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날 선포식에는 경북지역 장애·노동·시민사회 단체 소속 100명의 참여자가 모였다.

김신애 경북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여는 발언을 통해 “이동할 방법이 없어 도 경계선, 시 경계선도 넘을 수 없는 것이 경북 장애인들의 삶”이라며 “지난 15년 동안 우리는 장애인도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필요한 예산과 정책을 요구했다. 그러나 새 정부와 민선 7기 도지사가 들어서도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규탄했다.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장은 사회서비스 이용자인 장애인 당사자와 제공자인 노동자의 권리가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했다. 김태영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는 공약으로 내건 사회서비스원을 조속히 설립해야 한다”며 “이는 비단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만 좋아지는 것을 넘어 장애인의 자유로운 삶을 보장하는데 필수 불가결하게 들어가야 할 양질의 노동력이 동시에 공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노동자들에게는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일자리가 아니라 제대로 보장받고 대접받는 일자리로, 장애인들에게는 사회보장서비스가 호소하고 부탁하는 것이 아니라 권리로서 제대로 보장받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투쟁선포식 참여자가 '사회서비스공단 설치하라! 활동지원서비스 공공성 강화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도내 반복되는 장애인수용시설 인권침해 문제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배예경 경주푸른마을대책위 공동대표는 “지난 2008년 장애인 거주시설 경주푸른마을에서 장애 청소년 1명이 사망하고, 2018년 또다시 한 거주인이 죽음에 이르렀다. 모두 시설 측에서 정신병원에 강제입원시키고 건강이 악화된 사례”라며 ”거주인들이 안에서 죽어가는 동안에도 시설은 버젓이 운영되고, 운영진들은 다단계사업에 거주인을 동원하여 돈벌이 수단으로 삼았다. 이제는 시설에 갇혀 죽는 삶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한다“고 수용시설정책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했다.

한편, 선포식에서는 경북에 살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윤해수 포항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은 “내가 살고 있는 포항에서는 매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행사를 연다. 많은 예산을 들여 정치인들을 소개하고 기념품만 받고 가면 행사를 망치니, 경품 추천을 맨 마지막에 넣는다”며 장애인의 날 기념식이 전시성 행사로 전락한 현실을 지탄했다.

황새봄 경북피플퍼스트(발달장애인당사자 권리옹호 단체) 구미지역 활동가는 “장애인 인권을 보장해달라. 장애인의 권리를 존중해달라.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더불어 돈을 벌며 함께 살고 싶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희노애락을 느끼고 살아간다”며 경상북도에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다.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김종한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 상임공동대표는 경상북도 장애인의 날 기념식에서 낭독된 장애인권헌장의 1항을 인용하며 경상북도의 책임을 강조했다. “‘장애인인권헌장 1항은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 인권선언의 정신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이다. 세상에서 살아갈 방법이 없어 부모가 장애인 자식을 시설에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시설에서 방치되고 갇혀 살아야 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경북은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우리의 투쟁으로 여기 함께한 당사자, 부모, 노동자, 시민이 경북에 사는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같이 싸워나가자”고 뜻을 밝혔다.

선포식을 마친 참여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경상북도는 지난 4월 17일, 장애인의 날을 기념하여 ‘봄날의 멋진 동행’이라는 이름의 기념식을 개최했다. 같은 날 경주에서는 지역 장애인들과 부모, 시민들이 ‘장애인거주시설 경주푸른마을 사건을 해결하라’며 거리에 나왔다”며 “잔치는 끝났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는 차별과 고립의 벽을 넘어, 경북의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투쟁해나가자”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범죄시설 폐쇠, 시설 추가설립 및 신규 입소 중단 ▲경북도내 모든 지역의 완전한 장애인 이동권 보장 ▲활동지원서비스 공적 운영을 위한 사회서비스원 조속 설치 및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서비스 보장 ▲발달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체계 구축 ▲재난 취약계층의 사회·자연재난 대응책 마련 ▲인권침해 및 학대 피해자 쉼터와 지원체계 마련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한 탈시설·자립 생활 권리 보장을 요구하며 경상북도에 면담요구안을 전달했다.

경상북도 장애인복지과장이 주최측의 면담요구안을 전달받고 "빠른 시일 내에 정책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경상북도 장애인복지과장이 주최 측의 면담요구안을 전달받고 "빠른 시일 내에 정책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요구안을 전달받은 경상북도 손동익 장애인복지과장은 “도지사님께 요구사항을 전달하고, 관련 부서와 빠르게 일정을 잡아 정책협의를 진행하겠다”고 참여자들에게 약속했다. 주최 측은 "경북 장애인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경상북도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정책요구안을 수립하고 경상북도의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며 "이후 기초 시·군 투쟁과 범죄시설 대응을 통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한 대응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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