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푸른마을 항소심 공판, 방청객 전원 “가해자 엄벌하라”
경주푸른마을 항소심 공판, 방청객 전원 “가해자 엄벌하라”
  • 박재희
  • 승인 2020.01.2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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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벌 요구 훨씬 많다” 재판부, 피고인 측 증인 신청 기각
경주시 위촉 고문 변호사가 경주푸른마을 가해자 변호 맡아

 

15일, 항소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열린 경주푸른마을 인권유린 가해자 엄중 처벌 촉구 기자회견


거주 장애인 정신병원 강제입원과 사망, 다단계 사업 등으로 물의를 빚었던 ‘경주푸른마을 사건’의 2차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앞선 1심 재판에서 전 대표이사 A 씨와 운영 법인은 각각 업무상 횡령과 장애인복지법 위반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500만 원 형의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420장애인차별철폐경주공동투쟁단(이하 공투단)은 2차 공판일 열린 15일 오후, 대구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유린 가해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공투단과 대구지역 장애인단체 소속 2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2018년 사망사건 피해자 B 씨의 유가족들도 함께했다.

B 씨의 동생 이나금 씨는 여는 발언을 통해 유가족 입장을 전했다. 이 씨는 “언니가 경주푸른마을에서 생활하던 중 정신병원에 보내졌다. 이후 건강이 나빠져 림프종으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사망 사건으로 고발조치가 된 만큼 이 사건이 중심적으로 다뤄질 것이라 예상했다. 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1심 판결에서 ‘(피고인들이) 죄질은 나쁘나 벌금형 초과의 범죄가 없는 점, 피해자 개인의 피해 액수가 100만 원 남짓한 점’이 감형에 반영되었다. 하지만 언니 B 씨의 통장에서는 매년 적게는 70여만 원, 많게는 200만 원 가까이 인출되었다.

이 씨는 “7년 동안 천만 원 이상 다단계업체 계좌로 돈이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들이 피해자 37인과 합의를 봤다며 자료를 제출했다. 그러나 이는 허위거나 강요로 작성되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재판부가 진실을 밝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히 처벌해 달라”고 호소했다.

송정현 공동대표는 “푸른마을은 1~2년도 아니고 10년 넘게 인권유린이 지속되었다”며 반복되는 장애인시설 문제를 규탄했다. 이어 “장애인도 사람이고, 시민인데, 언제까지 시설에 갇혀서 동물보다 못한 삶을 강요당해야 하는가?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우자”라고 뜻을 모았다.

수용시설 정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김종한 공동대표는 “나 역시 몇십 년을 장애인시설에서 살았다. 시설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함께 살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놓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시설이 좋은 복지정책인 양 꾸며놓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인권유린은 외면당하고 있다.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자는 없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규탄했다.

공투단 측은 경주푸른마을 사건에 대해 “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가해자들, 사람을 죽음으로 내몰아도 권력을 유지하는 시설 세력들, 장애를 이유로 시설에 가두는 것을 ‘복지’라며 시설 유지를 용인해온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민낯”이라 지적했다. 또한 “가해자와 그들을 비호하는 자들의 목소리만 울리는 곳에서, 거주 장애인의 존엄과 삶에 대해 누구 하나 주목하지 않는다”며 비판했다.

참여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재판을 방청했다. 항소심 2차 공판에는 전 대표이사 A씨와 운영 법인 사회복지법인 민재의 대표이사 C 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피고 측이 여전히 범행을 부인하는 가운데, 경주시 고문변호사로 알려진 박 모 변호인은 “절차상의 문제일 뿐, 고의성이 없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피고인 측이 재판부에 입소자 학부모 1인을 증인으로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처벌요구 탄원이 상당하고 방청객 전원이 엄벌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종합하여 증인신청을 기각했다. 다음 공판은 3월 11일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경주시는 시 위촉 변호사가 장애인시설 인권유린 가해자 변호를 맡은 사실에 대해 상황 파악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여성복지과 관계자는 유선전화를 통해 “시가 수사 의뢰를 해도, 사건 진행에 대해 시로 직접 통지되는 것이 없어 파악이 힘들다”며, “혜강행복한집의 경우 사건 진행 과정에서 시설 측 변호인을 경주시 변호에서 배제했다. 푸른마을 사건을 경주시 고문변호사가 맡은 것이 확인되면 배제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2019년 12월 기준, 경주시 홈페이지에 공개된 고문변호사 현황. 경주푸른마을 사건 변호인이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공투단 측은 경주시에 고문변호사 위촉 문제에 책임을 함께 묻고, 가해자 엄중 처벌을 지속해서 요구할 계획이다. 공투단은 “본 재판에서 다뤄지지 않은 사망 사건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응도 검토 중”이라며, “근본적으로는 장애를 이유로 시설에 격리하는 수용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수용시설이 아닌 탈시설·자립 생활 권리 보장을 위한 문제 제기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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