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적중-초계분지, 한반도 유일한 운석충돌구
5만 년 전 운석 충돌 흔적
중국 슈엔 운석충돌구 이후 동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확인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합천 적중-초계분지. (사진 오른쪽 위 이미지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합천 적중-초계분지. (사진 오른쪽 위 이미지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경남 합천에 약 5만 년 전 운석과 충돌한 흔적인 ‘운석충돌구(crater)’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합천의 적중면과 초계면에는 직경 약 7km의 독특한 표주박 모양의 분지 지형이 형성되어 있다. 이곳은 적중-초계분지로 불리는 곳으로 최근 운석 충돌로 형성된 지형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적중-초계분지는 현재까지 알려진 한반도의 유일한 운석충돌구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2020년 12월 14일 “적중면과 초계면을 잇는 분지 지형이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 충돌로 만들어진 운석충돌구”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이 분지 내에서 깊이 142m 시추코어 조사와 탄소연대측정 결과를 통해 적중-초계분지가 운석 충돌에 의해 약 5만 년 전에 생성된 한반도 최초 운석충돌구임을 밝혀낸 것이다.

시추조사 결과, 분지 중앙의 142m 퇴적층은 크게 3개의 퇴적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다. 시추코어 상부(0~6.2m)에서는 토양 및 하천퇴적층이 나왔다. 상부층 아래(6.2~72m)에는 세립질 실트 점토의 엽층리를 포함한 호수퇴적층이 있었다. 마지막 구간(72~142m)에서는 충격각력암층이 발견되었다.

운석이 지표면과 충돌할 때 강한 충격파로 거대한 웅덩이가 만들어진다. 이때 발생한 충격파의 영향으로 기존 암석과 광물 속에 충격변성에 의한 흔적(shock-metamorphic effects)이 남는다. 이러한 흔적에 대한 암석학, 지구화학적 변형 구조 추적을 통해 운석충돌이 있었는지를 판별한다.

 

적중-초계분지에서 회수한 시추코어 사진(지하 142m까지 시추).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적중-초계분지에서 회수한 시추코어 사진(지하 142m까지 시추).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연구진은 적중-초계분지의 퇴적층 분석을 통해 운석 충돌에 의한 고유한 충격파로 만들어지는 미시적 광물 변형 증거와 거시적 암석 변형을 확인했다.

시추코어 142m 충격각력암층에서 발견된 사암의 석영광물입자에서는 충격파로 만들어진 평면변형구조가 미시적 증거로 확인됐다. 130m에서는 셰일암석에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암석 구조(shatter cone)가 거시적 증거로 발견됐다.

충격파로 형성된 원뿔형 암석 구조는 동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거시적 증거이다. 또한, 분지의 호수퇴적층 속에서 발견된 숯을 이용한 탄소연대측정을 통해 적충-초계분지의 운석충돌 연대로 약 5만 년 전으로 추정했다.

현재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인정된 운석충돌구는 200여 개다. 적중-초계분지는 2010년에 발표된 중국의 슈엔 운석충돌구(Xiuyan crater) 이후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확인된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적중-초계분지의 운석충돌구 직경을 4km로 가정할 경우 직경 약 200m 크기의 운석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정도 규모의 운석이 떨어질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1,400MT(메가톤, TNT단위)으로 1980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 폭발 당시 발생한 총에너지와 맞먹는다.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석영 내의 평면변형구조-붉은색 화살표 방향 평행하게 길게 늘어선 홈처럼 보이는 흰색 선들(왼쪽 사진)과 운석 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shatter cone 구조-정점에서 방사상으로 홈이 나 있는 운석 충돌 원뿔 구조(오른쪽 사진).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운석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석영 내의 평면변형구조-붉은색 화살표 방향 평행하게 길게 늘어선 홈처럼 보이는 흰색 선들(왼쪽 사진)과 운석 충돌 시 발생하는 강력한 충격파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shatter cone 구조-정점에서 방사상으로 홈이 나 있는 운석 충돌 원뿔 구조(오른쪽 사진). 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적중-초계분지 형성 논란은 오랫동안 이어졌다.

2002년 7월 합천군 초계산안개발추진위원회는 적중-초계분지가 운석 충돌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운석 충돌 근거로 지질학계 관련 자료, 아리랑 1호의 위성사진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적중-초계분지에 대해 ‘운석분지 문화재 지정’을 신청하기도 했다.

2003년 초계산안개발추진위원회 임판규 위원장은 ‘초계산안개발추진안’를 발표하면서 적중-초계분지는 백악기 8,400만 년 전후 운석 충돌로 형성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운석 충돌 파열로 인해 지하 600m까지 내려앉아 그 넓이가 남북 5㎞, 동서 8㎞의 지형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특히 적중-초계분지는 세계 유일의 운석분지로 세계적인 관광지로 추진해야 할 땅이라고 기록했다. 이외에도 구조지질조사와 탄성파 탐사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남겼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2020년 1월부터 조사에 착수하면서 운석 충돌 증거를 확인하게 된 것이다.

현장조사와 분석 결과는 같은 해 12월 국제학술지 ‘곤드와나 리서치(Gondwana Research)’에 발표했다. 연구 내용은 곤드와나 리서치에서 ‘한반도 최초 운석 충돌구 발견(First finding of impact cratering in the Korean Peninsula)’이라는 제목으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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