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에서 전국 의료폐기물 30% 소각
경주 안강지역 업체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위한 환경영향평가 공청회, 주민들 항의로 '무산'
경주시, "업체측에서 공청회 다시 열도록 할 것"
27일 오후 2시, 경주시 안강읍사무소 3층 대회의실에서는 경주 안강 두류리 소재 ㈜이에스지경주(구 ‘원에코’)의 소각시설 증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초안) 공청회가 열렸다. 주민 약 400명이 자리를 메웠고, 업체측에서는 별다른 절차 없이 공청회 개회를 알린 후 바로 설명을 진행했다.
공청회에 앞서 주민들은 ‘살고 싶다!’, ‘의료폐기물 결사반대’ 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의료 폐기물 소각장 증설에 항의했다. 주민단체로 구성된 안강읍 단체연합회는 공청회장 입구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공청회가 진행되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등 이에스지경주의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설명이 시작된지 5분여가 지나자, 곳곳에서 항의가 시작되었다. 업체측 관계자가 ‘설명을 마친 후 질의를 해 달라’고 요구했으나, ‘형식적인 설명을 중단하라’며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주민들은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다’ 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청회를 중단하라는 주민들과 진행하려는 업체측의 실랑이가 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주민들은 ‘이런 상황인데도 설명만을 강행하려는 자리에 있는 것은 의미 없다’며, “의료폐기물 소각장 증설 결사반대” 구호를 외치며 일제히 퇴장했다. 주민들이 퇴장하면서 설명이 중단됐고 공청회는 사실상 무산되었다.
공청회에 참여한 주민 권모 씨는 “오늘 공청회 중단 사태로 주민들의 입장이 명확히 확인된 만큼 경주시와 대구지방환경청은 이에스지경주가 증설허가 신청을 할 경우 명확히 불허입장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업체측 관계자는 “법이 정한 절차대로 진행하고자 했으나 공청회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해 안타깝다”며, 사실상 공청회가 무산되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한 채 “행정기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답하며 현장을 떠났다.
경주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법시행령 제18조 제1항에 의해 업체측에 한 차례 더 공청회를 개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의료폐기물 위탁처리업체는 올해 1월 기준 경북 3곳(경주ㆍ고령ㆍ경산), 경기도 3곳(용인ㆍ연천ㆍ포천), 충남 2곳(천안ㆍ논산), 부산, 울산, 광주, 충북, 전남, 경남에 각각 1곳 등 총 14곳이다. 시설현황 기준만으로 보면 전국의 14곳 소각장에서 하루 600톤, 시간당 25톤을 소각할 수 있다. 경북 3곳은 시간당 8.15톤을 소각할 수 있다.
안강 두류공업지구의 이에스지경주는 시간당 4톤(1.5톤과 2.5톤의 소각로 2개를 가동), 하루 96톤을 처리할 수 있어 현재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업체 중 소각 용량이 가장 많다. 그럼에도 이번 증설을 통해 하루 120톤을 소각할 수 있게 소각로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증설이 허가 될 경우 30%까지는 별도 절차 없이 추가 소각이 가능해 사실상 최대 156톤까지도 소각할 수 있게 된다. 이에스지경주에서 인수하기 전, '원에코'에서 운영하던 당시 하루 96톤을 허가 받고서도 30%까지는 추가 소각이 가능하다는 규정을 이용해 2016년에는 하루 평균 약 120톤을 소각했으며, 2017년에는 하루 평균 약 117톤을 소각해 왔다.
경북지역은 의료폐기물 발생량이 2017년도 기준 ‘전국의 4.2%’에 불과하나 ‘소각량은 30%’ 가량이고, 그중에서도 이에스지경주가 경북 소각량의 절반 가량을 차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증설이 이루어질 경우 이에스지경주의 소각량은 시간당 5톤으로 전국 의료폐기물 소각량의 약 20%가 경주 안강 두류리에서 소각되게 된다.
이에스지경주에서 불과 400미터 거리에 하루 약 100톤을 소각할 수 있는 산업폐기물 소각장이 건설되어 시험 가동 중으로, 주민들은 이번 증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안강읍 단체연합회와 참소리 시민모임 등 주민단체들은 공청회장에서 받은 주민반대 서명지를 경주시에 제출하고, 대구지방환경청에도 반대의 뜻을 전달하여 소각장 증설을 반드시 막아내겠다는 계획이다.
글 _ 이강희 참소리시민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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