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 21일, 경산시청 피케팅 첫날 이상국 대림택시분회장. 주중에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20분까지 경산시청 정문 앞에서 피케팅을 하고 있다.

1984년 5월, 대구지역에서 시작된 택시노동자의 파업이 전국으로 번져나갔다. 경산지역 택시노동자들은 사납금 인하 등을 요구하며 농성투쟁을 전개했었다. 2019년 5월, 택시노동자들은 ‘여전히’ 길 위에 있다. 

경산시청 앞 피케팅 첫날. 빨강 노조 조끼를 입은 이상국 대림택시분회장은 “어제는 점심만 네 끼를 먹었다”며 동료들의 응원과 상담 전화가 이어진다고 했다. 5월 초 민주노총 산하 노동조합 출범 이후 경산시청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었고, 최저임금 관련 집단 소송도 준비 중이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은 출발부터 쉽지 않다. “대림택시 불법 경영 폭로와 전수조사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던 8일 저녁, 회사 측은 ‘사납금 2배 인상’을 통보했다. 시민콜 회원 정지 문자도 날아왔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조합원 4명에게만 가해진 ‘불이익’ 조치였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택시노동자들이 ‘차 키 빼앗고, 사납금 올리고, 새 차 대신 헌 차 주는’ 불이익을 감수하며 택시 업체의 만행을 알리는 활동에 나서기란 쉽지 않았다. 택시노동자들을 외면한 건 택시회사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경산시청 또한 마찬가지였다. 

“민원을 내러 경산시청에 갔더니 주무관이 ‘회사랑 알아서 하세요, 왜 자꾸 여기 오세요’ 그래요. 민원인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사장한테 전화를 하더라구요.”

 

기본급 4,000원 VS 사납금 85,500원

▲ 대림택시 2교대제 노동자의 지난 4월 기본급은 ‘52,000원’이다. 사용자 측에서 1일 소정근로시간으로 ‘인정한’ 1시간 10분에 대한 기본급 4,000원에 13일을 곱한 액수다. 기본급 4,000원에 제 수당을 더하면 하루 임금은 1만원, 월 급여는 근무일수 13일을 곱해서 130,000원이다. 24시간 근무 기준 사납금이 최고 85,500원에 이르는 것과 비교하면 월 급여는 매우 적다. 기본급 4,000원은 올해 최저시급 8,350원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이상국 분회장에 의하면 택시노동자들은 1일 12시간 2교대로 일하고 있다. 9일 일하고 다음날 하루를 쉬는 10부제 운행으로 한 달에 총 27~28일을 일한다. 

그러나, 회사는 격일제 형태의 ‘24시간 교대 근무’를 전제하여 한 달 근로일수를 13~14일로 산정하고 있다. 2교대제 택시노동자의 경우, 24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은 하루 1시간 10분에 불과하며, 이에 대한 기본급은 4000원으로 책정되어 있다. 여기에 기본급의 1.5배를 ‘제 수당’이란 이름으로 더하여 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턱없이 짧은 소정근로시간과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기본급, 세부 항목을 알 수 없는 제 수당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노동조합에서는 단체협약 자료 공개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요구했다. 

▲ 차종에 따라 사납금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다. 신차의 경우 사납금을 더 많이 납부한다. 

사납금 역시 ‘2일 동안 24시간 운행’을 기본 단위로 월 13~14회 납부하고 있다. 사납금은 차량 종류에 따라 1회당 77000원부터 85500원까지 5단계로 나눠진다. 택시 업체에서 차종에 따라 사납금의 차이를 두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은 ‘신차 구입비를 택시노동자에게 떠넘긴 결과’라고 지적했다. 

택시 구입비(신규 차량을 배차하면서 추가 징수하는 비용 포함), 유류비, 세차비, 업체에서 차량 내부에 부착하는 장비의 설치비 및 운영비, 교통사고 시 차량수리비 및 보험료 증가분 등을 택시노동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불법’이다.

택시운송사업의발전에관한법률 제 12조에서는 “운송비용 전가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택시운수종사자가 아닌 이에게 택시 제공 역시 금지하고 있다. 이상의 내용에 대해서 1년에 2회 이상, 시ㆍ도 지자체장이 조사할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위반은 ‘일상’이다. 대림택시는 2018년 12월 11일, ‘운송비 전가 금지법’ 위반으로 1차 경고 및 500만 원 과태료처분을 받은 후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1차 행정 처분 이후 5개월 이상 지났음에도 시정 조치 없이 불법 경영은 계속되고 있다.

기본급은 낮고 사납금은 높은 상황에서, 신차 구입비며 유류비 등 법으로 금지한 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는 택시노동자들이 월급을 제대로 가져가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장시간 노동’이다. 

 

“사납금 내고 병가 써라”... 몸 아파도 쉴 수 없는 택시 노동자 

 

▲ ‘택시 교통사고 발생원인: 근로환경’. <서울택시기사노동실태와지원방안“ 서울노동권익센터연구보고서(2016)> 자료.

택시 노동자가 27일 동안 하루 12시간 일했을 때, 월 노동시간은 324시간이다. 택시 사업은 근로기준법 제59조의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특례 업종에 해당된다. 월 27~28일 출근, 1일 12시간 2교대로 이뤄지는 장시간 노동은 택시노동자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이다.

“택시 기사들 한 달 수입이 보통 100만 원 정도에요. 월급 150만 원을 가져가려면 하루에 250~300km를 뛰어야 해요. 처음 일 시작해서는 하루에 600km를 운전했어요. 그랬더니 이 빠지고, 허리 아프고, 고혈압 오고…. 몸이 망가지더라고요.”

열악한 노동환경은 운행 중 교통사고 발생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2016년,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서울지역 택시노동자 704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86.2%가 교통사고 발생의 가장 큰 원인으로 ‘근무환경’을 들었다. (교통문화 11.2%, 교통 인프라 2.6%) 근무환경 중에서도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항목은 ‘입금액 부담(31.7%)’과 ‘수입을 위한 무리한 운전(31.7%)’으로 나타났다.

“몸 아플 때 하루 병가를 쓰려고 해도 회사에서 안 받아줍니다. 진단서 끊어서 가도 사납금 내고 쉬라고 합니다.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인정을 안 하니까, 같이 목소리를 내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피케팅에 처음 참여한 조합원이 말했다. ‘불법 경영’을 바로 잡으라고 요구하는 택시노동자들에게 자본은 ‘승차 거부’를 통보하고 있다. ‘호출’이 아닌 ‘연대’로, 닫힌 문을 열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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