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세월호 7주기 추모 분향소에서 학생들이 남긴 메시지들. 사진 김연주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제가 16일 구미역 광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모 행사는 구미참여연대, 구미YMCA, 민주노총 구미지부, 참교육을위한학부모회구미지회, 어린이도서연구회 등 구미 지역 8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으로 주관했다.

단체들은 세월호 희생자 추모 분향소를 설치하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케팅과 문화제를 진행했다. 

노란 종이배와 촛불이 놓인 분향소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비롯해 구미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최현욱 구미YMCA 시민청소년부장은 “세월호 사고로 단원고 YMCA 학생 동아리 회원 6명이 숨졌다”라며 “이후 매년 YMCA에서 전국적으로 추모 행사를 열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구미YMCA는 4월이 오면 청소년 회원들이 참여하는 세월호 관련 교육과 유가족 간담회, 한 달 동안 추모 배지 달기, 팽목항 방문, 추모 기억식 등을 진행해왔다. 

7주기를 앞둔 4월 10일에는 선주고 학생이 주축이 돼 세월호 진상 규명을 주제로 교육과 토론을 진행하고, 추모 편지 쓰기와 리본 만들기 등의 활동을 했다. 

분향소 곳곳에서 구미YMCA 학생 회원들의 추모 메시지가 눈에 띄었다. 

 

4월 10일, 세월호 7주기를 앞두고 구미 청소년 YMCA 회원들이 세월호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 출처=구미YMCA
구미 세월호 7주기 분향소. 사진 가운데 그림은 선주고 YMCA 학생 회원들이 지난 10일 열린 세월호 추모 모임에서 제작했다.
구미 세월호 7주기 분향소. 사진 가운데 그림은 선주고 YMCA 학생 회원들이 지난 10일 열린 세월호 추모 모임에서 제작했다. 사진 김연주
16일, 7주기 추모제가 열린 구미역 광장에서 어린이도서연구회는 세월호 관련 도서를 전시했다. 사진 김연주

이날 어린이도서연구회 구미지회는 세월호 관련 서적 전시와 시 낭송을 선보이며 7주기를 기억했다.

최인혁 민주노총 구미지부 조직부장은 “매년 4월 16일을 맞아 구미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세월호 진상 규명 약속을 이행하도록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구미역 광장에서는 ‘세월호 사건 진상 규명 장례식’ 퍼포먼스가 열렸다. 퍼포먼스에서는 양혜경 공연가의 ‘넋전춤’과 진상 규명 사망을 상징하는 관을 옮기는 의식이 이어졌다. 

세월호 참사 마지막 생존자로 지난해 말 청와대 앞에서 50여 일 동안 단식 투쟁을 하며 세월호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던 김성묵 씨도 퍼포먼스에 참석했다. 

김성묵 씨는 “책임자 처벌 없이는 추모할 수 없다”라며 “세월호 진상 규명 사망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16일, 구미역 광장에서 양혜경 공연가는 희생자의 넋을 기리며 ‘넋전춤’을 추었다. 사진 김연주

16일은 세월호 책임자 처벌을 위한 공소시효 마지막 날이었지만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조사 기간과 함께 1년 연장됐다.

지난 1월 검찰의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은 유가족과 사참위가 제기한 세월호 참사 관련 의혹 17건에 대해 대부분 무혐의를 발표했다. 검찰은 해경 지휘부의 구조 소홀과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활동 방해 등 2건에 대해서만 혐의를 일부 인정해 기소했다.

2월 15일, 서울중앙지법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과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에게 1심 무죄를 선고했다.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해 12월까지 매주 구미역 광장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던 이루치아 씨는 “구조해 줄 거라 믿었던 세월호 희생자들을 국가가 배신했다. 그리고 7년 동안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진상 규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라며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어느 것도 이뤄지지 않아 참담하다. 진상 규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16일 저녁 구미역에서 세월호 7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노마드 오카리나 앙상블의 공연 모습. 사진 김연주
16일 저녁 구미역에서 세월호 7주기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노마드 오카리나 앙상블의 공연 모습. 사진 김연주

 

- 2021. 4. 16 세월호 7주기 진상 규명 장례식에서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 씨 발언 전문

 

16일, 구미역 광장에서 발언하는 세월호 마지막 생존자 김성묵 씨. 사진 이루치아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되었습니다. 7년 전 오늘,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서 304명이 죽었습니다. 이런 좋은 봄날에 들뜬 마음으로 제주도로 향하다 무참히 바다에 수장되었습니다.

온 나라가 눈물과 분노로 가득 찼습니다.

온 국민이 “잊지 않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반드시 진실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박근혜가 탄핵되었습니다. 제멋대로 패륜을 일삼던 새누리당에게 벌을 주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었습니다. 세상에 유례없는 촛불 대통령을 만들었습니다. 문재인은 세월호 진상 규명을 약속했습니다.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처벌하지 않고 이렇게 태평하게 시간만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임기가 11개월 남았습니다.

세월호는 그렇게, 박근혜 3년, 문재인 4년 동안 아무것도 밝히지 못한 채 7년이라는 시간만 보냈습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는 구하지 않은 죄가 있다면 현직 대통령 문재인은 밝히지 않은 범인입니다. 허울 좋은 약속만 하고 지키지 않는 대통령과 그것을 묵인하는 시민단체들을 저주합니다.

시민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다 해보았습니다. 도보, 삭발, 단식… 무엇이든 하고자 했지만 현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목숨을 바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저희의 힘은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완벽히 역부족이었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묻고 싶습니다.

왜 죽었는지 밝히지도 않았는데, 추모가 웬 말입니까?

왜 분노는 외면하고 감정적으로 눈물 흘리기만을 강요하셨습니까?

범죄자도 처벌하지 않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위선 아닙니까?

왜 이렇게 끝내게 하셨습니까?

이제 분노 없이 오로지 추모만 할 수 있게 되어 속이 편하십니까?

저희는 평생 추모할 수 없습니다. 잊을 수 없지만, 추모할 수도 없습니다.

극단적으로 슬픈 일이지만 세월호 진상 규명에 사망을 인정합니다.

진상 규명은 죽었습니다. 세월호의 진실은 밝힐 수 있는 모든 조건이 되어도, 일부러 구하지 않은 것처럼, 일부러 진실을 밝히지 않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죽어서 만나야 합니다.

죽어서 만날 수 있다면 미안하다고 해야 합니다.

구하지도 못해놓고 밝혀주지도 못해 미안하다고 해야 합니다.

그들이 살지 못한 세상에서 그들에게 한 약속 지키지 못한 채

세월호 진상 규명에 사망을 선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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