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었습니다”
  • 김성묵
  • 승인 2020.04.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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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반갑습니다.
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전해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
함께 가치 있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세월호 참사 피해 당사자이며 생존자인 김성묵입니다.

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 죽어 가는 모습을, 죽임당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고 들으며 그곳에 있었습니다. 국민의 죽음 앞에 자신들의 안녕을 걱정하며 보고 체계와 책임회피를 핑계로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고 지켜만 보고 있던 해경과 구조세력들…. 우리 모두는 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살인 방조, 우리는 모두 살인 방조자입니다.

참사를 겪고 단 한 번도 내 삶이라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304명의 희생자가 저를 살려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그랬습니다. 물살에 휩쓸려 배 안으로 들어갈 수도 있었지만, 되려 물살에 휩쓸려 배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피해 당사자들, 생존자들과 우리 모두는 그들에게 빚을 졌습니다.  

그러기에 관련자들과 책임자, 당시 상황의 진실, 침몰한 이유, 생명의 죽음을 앞에 두고도 구조하지 않은 이유를 밝혀내야만 합니다. 왜 수사권을 가진 검찰들이 부실수사를 했는지, 왜 그토록 은폐·조작·거짓으로 희생자들의 가족과 생존자, 진실을 알고자 하는 국민을 억압하고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는지 밝혀내야 합니다.

우리는 거리에서 부패 권력과 적폐 청산을 외치며 경찰과 살을 부딪치며 싸워왔습니다. 때론 행진을 하고, 단식을 하고, 삼보일배와 오체투지를 하며 제 몸 따위의 고통은 아끼지 않고, 추위와 배고픔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서로를 의지하며 촛불로 하나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추악한 권력을 끌어내리고 새로움을 요구하는 갈망이 촛불 대통령을 만들어 냈습니다. 유가족의 옆에서 단식하고, 행진하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촛불 시민과 함께한 사람, 사람이 먼저라는 그였습니다. 진상 규명해야 한다, 책임자들을 꼭 처벌하겠다는 약속을 했었고, 조사위로는 진상 규명이 어렵다고 말했던 인권 변호사 출신인 그였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촛불 대통령이 임기 3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기다리다 못해 청와대 국민청원과 국민이 묻는다를 통해 답변을 받았지만, 결론은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세상은 여전히, 우리는 여전히 세월호 안에 갇혀 죽임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지난 검찰의 부실수사로 제대로 된 수사조차 진행되지 않았으며 그 관련자들은 처벌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11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304명을 수장시킨 그 관련자들을 국민의 힘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서명에 동참해 주십시오. 국민청원에 함께해 주십시오. 청와대로 보내는 국민엽서에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에 대한 약속을 지켜달라는 메시지를 담아 엽서를 작성해주십시오…”

 

홍대 집중행동으로 서명, 홍보할 때 제가 사람들에게 외치는 말입니다. 촛불을 들고 진상 규명을 외치고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시간이 11개월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나면 처벌은 물론이고 살인죄를 입증할 증거와 자료를 피해자가 직접 찾아내지 않는 한 수사조차 진행할 수 없게 됩니다.

지금도 관련자들은 부를 축적하고 승진하며 권력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 그들이 영원한 면죄부를 받고 세월호 참사는 과거사가 되고 맙니다.

권력의 상위에 있는 그들을 수사하기 위해, 성역 없는 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에 못지않은 만큼의 수사 권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청와대, 군, 국정원, 법무부에 명령하고 관리·감독할 수 있는 대통령이 직접 수사를 지시하여 권력을 이용하는 적폐들의 방해와 조작을 막고, 수사의 한계가 없도록 대통령 직속의 특별수사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각 정부 기관, 그 책임자 및 관계된 모든 이들의 잘못된 욕심과 습성, 권력과 야만, 체계가 만들어 낸 시대적 산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빠, 엄마, 누나, 형, 동생, 조카, 사촌, 친구, 동창, 동기, 누구나 희생될 수 있었고, 언젠가 또다시, 아니 바로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도 우리에게 닥칠 수 있는 학살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모두를 위해, 누군가의 내일을 위해,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훗날 다음 세대에게,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전 국민이 촛불을 들고 부패한 권력과 싸웠다고 자랑스러이 이야기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라는 질문에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요?

 

올바른 정의를 위한 바른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대한민국을 응원합니다.

바로 당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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