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목요일, 구미역 광장은 봄이었다
매주 목요일, 구미역 광장은 봄이었다
  • 김연주
  • 승인 2019.04.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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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전 11시, 구미역 광장을 밝히는 사람들이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피켓을 들며 캠페인을 이어왔다. 16일 화요일 오후, 세월호 5주기를 맞아 시민 캠페인이 펼쳐지는 구미역 광장 서명대 앞에서 노란 스카프를 두른 이루치아 씨가 시민들에게 유인물을 건넨다. 목요일 피케팅을 함께 해온 은영지 씨는 서명지 작성을 안내하고 있다. 분주한 가운데 두 분에게 인터뷰를 요청했고, 기꺼이 응해주었다.

 

▲ 세월호 5주기를 맞은 16일, 구미역광장에서 세월호 특별수사단 설치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고 있다.  

매주 목요일마다 구미역에서 피케팅을 한다고 들었다. 

이루치아: 세월호 사고 나고 구미에서 피케팅을 하니까 유가족 분들이 와서 보시고 ‘얼마나 갈까’, 했다고 한다. 한참 지속하는 걸 보고 몇 달에 한 번씩 와서 힘을 주고 가신다. 뭘 바라고 하는 건 아닌데 제 일이 되었다. 항상 이 시간을 비워둔다. 이왕 시작한 일 끝을 안 보면 안전한 나라가 오지 않는다.

은영지: 유가족 초청 행사에서 이루치아 님을 알게 되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1주일에 한 번, 1인 시위 하는 걸 알게 되고 나서 같이 한 지 2년째다. 2017년, 세월호 진상 규명을 촉구하던 9월부터 12월까지는 구미역에서 매일 캠페인을 했다. 2018년부터는 주 1회 하고 있다. 

이루치아: 혼자라면 힘들 수도 있는데 서로 힘이 된다. ‘리멤버0416모임’에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각 지역에서도 애틋한 마음으로 와서 응원한다. 거제에서 모임 멤버 분이 리본 작업을 해서 보내준다. 구미역에서 11시에 하더라, 주위에 알려져서 안산에서도 내려오신다. 목요일 11시 캠페인 활동을 지키려고 한다. 

  

▲ 2015년 4월, 리멤버0416 회원과 함께 피켓팅하는 이루치아 씨(왼쪽). 
▲ 2016년 4월, 구미역에서 캠페인.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세월호 참사 이전과 어떻게 다른가.

이루치아: 유가족분들이 이 시대를 대표해 고통받는다고 느낀다. 세월호 참사 전에는 이기적이었다. 사회에 관심도 없었다. 416 사고 이후, 내가 잘못 살아서 이런 일이 났구나 싶었다. 사고가 나기 전에 안전한 나라를 만들었더라면 이런 일 없었을 것이란 생각에 (사고 희생자에게)미안했다. 사고 나게 만든 장본인으로 느껴졌다.

은영지: 참교육학부모회에서 활동을 하고 있고 여성, 교육 관련 활동을 계속해왔다. 참학 활동이 어려워져 문을 닫자는 이야기가 나오던 때에 세월호 참사가 났다. 구미YMCA, 참여연대, 민주노총구미지부 등 지역 단체들이 함께 구미역에 분향소를 설치하면서 참학 활동도 다시 시작되었다. 수장된 아이들이 돌아올 순 없지만, 아프거나 비가 와도 일주일에 한 번 피케팅과 서명작업을 한다. 세월호 참사는 국가와 자본에 의한 ‘학살’이라 생각한다. 진실을 밝힐 때까지 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권이 바뀌었다. 바라는 점은?

이루치아: 정권보다 시민들의 절실함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나선다면 바뀔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더 절실했다면 세월호 진상 규명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태도도 달랐을 것이다. 수사단 요구, 국민이 해야 한다. 천만, 이천만이 나서야 한다. 그렇게 더 사회에 관심 갖고 함께한다면 바뀔 수 있다.

은영지: ‘아직도 하고 있나? 보상 다 받았는데’, 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보상으로 끝이 아니다. 안전한 나라를 만든다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끝난 거 아니다, 시작이다.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단이 꾸려질 수 있도록 관심을 바란다.(가습기살균제 사건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 피해자 지원 등을 위해 ‘사회적 참사 특별 조사위원회’가 구성되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조사에 한계가 있다./편집자 주)

 

▲ 2017년 4월(왼쪽)과 2018년 4월 캠페인. 
▲ 2019년 4월 11일, 구미역에서 이루치아, 은영지(오른쪽) 씨.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정책위원이기도한 은영지 씨는 올해 5주기 성명서 작성에 참여했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성명서에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단’ 설치를 통한 즉각적인 전면 재수사와 책임자 처벌, 안전시스템 구축, 4월 16일 국가추모의날 제정을 요구했다.

오후 6시, 구미시민추모제가 곧 시작을 앞두고 있었다. 구미역 계단에 모여 앉은 사람들 옆으로 노란 종이배가 놓였다. 서명대에는 교복을 입은 학생을 비롯해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서명을 마친 사람들이 노란 리본을 손에 꼭 쥐고 총총히 멀어졌다.

이날 추모제 마지막 발언자로 나선 이루치아 씨는 “목요일 캠페인에 와서 서명을 받아 보면 얼마나 시민들이 응원해주는지 알게 된다. 음료수를 건네주며 ‘고생한다’ 하고, 중독된 것처럼 매주 오시는 분도 있다. 5주기에 구미 시민들도 청원에 많이 참여해주셨다. 세월호 참사 불법 행위 중에 공소시효가 지난 게 많다. 이제 ‘살인(죄)’만 남았다. 살인을 밝히려면 수사단을 만들어야 한다. 계속 서명을 받을 것이다, 함께 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