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그곳. 초여름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었다. 하얀 천막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돗자리에는 김밥과 빵, 커피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천막 바깥으로는 연녹색의 나무들과 뭉게구름 몇 점이 보였다. 잠시 눈을 감으면 마치 소풍에 온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천막 앞에 놓인 글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부당징계 반대한다”, “징계 이후 한동대는 깨끗해졌습니까?”, “학교는 헌법 위에 있는가. 헌정 질서 준수하라”, “폴리아모리를 이유로 내쫓을 수
지난 11월 3일 국회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핵발전소 주변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국회증언대회’가 열렸다. 핵발전소 지역 갑상선암 피해 주민 공동소송을 촉발한 균도네 소송의 이진섭 선생님과 경주 월성 핵발전소 앞 나아리에 사시는 황분희 어머님, 울진 한울 핵발전소의 전간술 아버님이 증언자로 참석했다. 이날 핵발전소 주변 지역에 살면서 증언자로 참여한 세 분의 증언 내용을 기록해 독자들에게 전한다. “우리 몸이 증거인데 또 무엇을 증명해야 합니까?”- 균도네 소송 이진섭 님의 증언 2010년 함께 살고 있던 장모님께서 위암 진단을 받
1. 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5년간 급한 일이 없으면 늘 10월 초중반은 부산에 있었다. 2020년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평소보다 2주 늦게 열렸고, 캐리어에 이것저것 살림을 꾸려 길게는 두 주 가까이 머물던 것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꼭 보고 싶었던,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보기 힘들 것이라 예상한 작품이 하나 있어서였다. 얼마 전 소개한 을 연출한 하라 가즈오 감독의 신작 이다.전날 밤을 본의 아니게 꼬박 새우고 새벽 기차로 부산역에
1. 영화 대신 정치 이야기를 쓰련다!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아마 국내 영화제가 상영 계획을 잡지 않는 한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작품이다.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상업영화 문법과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이기에 극장에서 개봉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기에 영화 내적 미학이나 문법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 정치의 한 단면에 집중하려 한다.본 작품은 2019년 7월 1일 실시된 제25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에 나선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의 선거운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 사회와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진보 정당의 생생한 선
의료폐기물 처리량 전국 1위인 경북지역 곳곳에서 신규 의료폐기물 중간처분시설(소각장) 설치가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21일, 대구환경청은 김천, 안동, 포항 3개 지역 의료폐기물 중간처리시설 신규 설치를 위해 민간업체가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안동, 포항에 이어 김천은 올해 초 대구환경청에 의료폐기물 소각장 신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사업주가 폐기물중간처분시설 설치 관련 사업계획서를 해당 환경청에 제출하면 폐기물관리법상 적합 여부 검토 절차를 거친다. 적합 결정이 나면 사업 허가 신청이 가능해진다.불법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을 통보받은 지 2507일 만에 노조 지위를 회복했다.고용노동부는 지난 9월 4일 오후 5시 “‘노동조합으로 보지 아니함 통보’를 취소”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교조에 보내고, 이어 7시 20분 즈음 전교조 본부 사무실을 직접 방문해 전달하였다. 이로써 전교조는 2013년 10월 24일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를 통보받은 지 2507일 만에 노조 지위를 회복하게 되었다.노동부는 보도참고 자료에서 “대법원 2020. 9.
갑상선암 공동소송이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에서 열리는 가운데, 1심 재판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맡은 재판부는 공동소송을 촉발한 ‘균도네소송’을 지켜본 뒤에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균도네소송은 고등법원에서 패소했고, 대법원은 지난 연말 ‘심리불속행’으로 상고를 각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갑상선암 공동소송 1심이 진행 중이다.공동소송 1심은 2014년 11월부터 전국 핵발전소 인접 지역 주민을 상대로 소송인을 모집했고, 2015년 5월 공동소송 1차 변론을 시작해 2018년 3월 10차 변론까지
1983년 4월 22일 가동을 시작한 월성1호기는 2012년 11월 20일 이미 설계수명 30년이 종료된 핵발전소다.월성1호기는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원안위로부터 ‘10년간 계속운전’(수명연장) 승인을 받았으며 2022년까지 가동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7년 국민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원안위의 수명연장 허가처분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이후 2018년 6월 15일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월성1호기 영구정지를 의결하고, 2019년 2월 원안위에 운영변경허가를 제출했다. 원안위는 2019년 12월 24일 영구정지를 승인했다.
19일 평등버스가 포항에 왔다.평등버스 전국 순회 셋째 날인 19일, 평등버스 전국순회단(단장 지오)은 오전 7시부터 포항 대잠교차로에서 지역 활동가와 한동대 청소노동자 등 4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출근길 홍보행사를 진행했다.오전 10시에는 포항시청 앞에서 ‘차별을 금지하라!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전국 순회 평등버스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포항을 비롯해 안동, 울진, 영덕, 경산, 경주 등 경북지역 곳곳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은 “평등버스의 이번 여정은 대한민국 어디에나 차별금지법 제정
31일 오후 4시, 형산오거리 포스코 협력회관 앞에서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2020 임단투 승리! 故 하중근 열사 14주기 추모제’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 주최로 열렸다.이승렬 건설플랜트노동조합 포항지부장은 추도사를 통해 “2006년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우리 건설노동자들이 파업 투쟁을 진행하던 중 고 하중근 동지를 이 자리에서 보냈다. 14년 전 이 아스팔트에서 인간답게 살아보겠다고 외쳤던 우리가 14년이 지난 지금 이 자리에 다시 섰다. 세상은 많이 변했는데, 우리 건설노동자들의 삶은 변하지 않고 있다.
1일 새벽 4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 경산택시(현 경산시민협동조합택시)분회 박상태 조합원이 경산실내체육관네거리 옆 30여 미터 높이 조명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돌입했다.5월 2일 경산택시가 경산시민협동조합으로 전환하면서 사업주는 민주노총 택시지부 소속 택시노동자 30여명에 대한 고용승계를 미뤄왔다.노동조합은 ‘최저임금소송, 유류대 소송, 퇴직금 등 수십 억에 달하는 채무 회피를 목적으로 사측이 협동조합 전환을 시도했다’며 조합원 전원에 대한 즉각적인 고용 승계를 촉구했다.택시노동자 고용 승계를 전제로 경산시민협동조합택시 설립
경주와 울산의 탈핵시민공동행동 등 전국 13개 시민·종교단체가 4월 7일 서울행정법원에 ‘월성 1~4호기 운영변경(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 건설)’ 허가 처분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원고는 황분희 외 832명, 피고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송대리는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가 수행한다.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올해 1월 10일 113회 회의에서 월성핵발전소 1~4호기 운영변경을 허가했다. ‘사용후핵연료 2단계 조밀건식저장시설’(이하 맥스터) 건설을 허가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경주 시민단체 등은 원안위 결
1월 17일 대법원(이기택 대법관)이 ‘균도네 소송’ 상고심을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했다. 소송을 맡은 법무법인 민심의 변영철 변호사는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며, 4월 8일 재개되는 갑상선암 공동소송을 준비하고 있다.심리불속행이란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형사사건을 제외하고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대법원에서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사건을 기각하는 제도다. 대법원이 ‘균도네 소송’을 심리 없이 기각한 것은 정당한 것인가? 변영철 변호사는 “심리불속행 기각은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며 헌법소원을 준비 중이다.변영철
1_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10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음 날, 지진의 여파로 일본 동북지역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지고, 25년 전인 1986년 당시 구소련에서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버금가는 7등급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자력의 통제 불가능한 공포를 상징하는 단어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의 반열에 “후쿠시마”가 추가되던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새 사건 발생 10년째를
30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2민사부(판사 임영철)는 허가받지 않은 학내 페미니즘 강연회 개최에 참여한 한동대학교 학생 A 씨에 대한 무기정학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재판부는 학교의 허가 없이 강연회를 개최한 것은 ‘징계 사유’이며, 학칙상 ‘허가 없이 집회를 주동한 자’는 무기정학 징계 대상이지만, 단순 참가자인 원고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한 것은 비례의 원칙 위반이자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라고 밝혔다.학교가 주장한 ‘교직원에 대한 불손한 언행’, ‘강연회 생중계 및 피켓을 통한 학교 명예훼손’, ‘학교 비판 언론 인
턱없이 짧은 소정근로시간과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으로 택시노동자들은 더 많은 수입을 위해 장시간 운전, 과속 운전을 해야 했다. 사고 시에 차량 수리비, 차량 유류비 등을 업체에서 택시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 불법이라고 했다.택시노동자들은 경산지역 택시업체가 법을 지키도록 관리감독을 하라고 촉구하였지만, 경산시는 들어주지 않았다.택시노동자들이 11월 파업을 시작하자 경산지역 택시업체는 직장폐쇄와 휴업을 신청했다. 택시노동자들은 12월 16일부터 전면 파업을 철회하고 복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택시업체는 복귀하겠다는 택시노동자에게
경산지역 3개 택시업체 노동자 공동투쟁단(민주노총택시지부ㆍ대림택시평산노동조합ㆍ경산교통대림택시노동자, 이하 공투단)은 경산시청 점거 농성 3일째인 2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 ‘위장 파업’과 ‘노예각서’ 강요, ‘불법 직장폐쇄’를 강행한 택시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2019년 1월 전액관리제(월급제) 시행을 앞두고 경산지역 택시 업체 교섭 과정에서 노사 간 입장 차이로 지난 11월 14일부터 교섭대표노조(전국택시산업노동조합 경북본부)가 파업에 돌입하자, 사업주는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이하 대구노동
한동대 징계무효 확인소송의 마지막 변론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택시에 타자마자 함께 사는 식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제 재판 끝나서 기차 타러 포항역 가고 있어요.” 오늘 재판이 어땠는지, 상대가 어떤 변론을 했는지, 그것이 얼마나 이상했는지, 그래서 어떻게 반박을 했는지, 그럼에도 무엇이 우려되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통화가 끝나자, 묵묵히 운전을 하던 기사님이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법, 뭐 이런 일 하시나 봐요.” “아, 제가 일하는 건 아니고요. 다니던 대학에서 2년 전에 부당징계를 당해서 징계
24일 112회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이하 월성1호기) 영구정지에 관한 운영변경허가안을 의결했다.원안위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심사 결과 원자력안전법 제21조에 따른 허가기준을 만족’하며, ‘심사 결과에 대한 원자력안전전문위원회 사전 검토에서도 적합’하다고 밝혔다. 원안위 결정에 탈핵시민행동은 “시민사회와 지역주민, 전문가, 월성1호기 수명연장 무효 소송 원고인단, 대리인단 등의 노력이 만든 소중한 결실”이라며 “월성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환영”했다.이어, “여전히 24기나 되는 핵발전소가 있고,
2019년을 마감하며 ‘2019 기억해야 할 탈핵 뉴스’를 날짜순으로 정리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탈핵 정책을 발표했음에도 핵발전소 신규 건설과 운영허가가 계속되고 있고, 핵기술 관련 산업 및 수출 계획은 여전히 확대 진행 중입니다. 나아가 최소 10만 년의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는 고준위핵폐기물 관리 정책 재검토는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2019 기억해야 할 탈핵 뉴스’ 정리를 통해 이슈를 다시금 상기하고, 각 지역과 현장에서 벌어질 2020년 싸움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 탈핵신문 편집자 주 2019 탈핵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