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21명인 작은 학교의 학부모회장을 3년째 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있고, 즐겁게 하고 있다.

어린 시절 내가 바라보았던, 어머니회나 ‘치맛바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 다른 방식이냐 물어준다면, 그림책 <길 아저씨 손 아저씨>를 펼쳐 소리 내어 읽겠다.

 

지난 6월에는 ‘양육자와 아이들이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힐링 커뮤니티 댄스’라는 제목으로 학부모 교육을 진행했다. 처음 이 계획을 학부모회 회의에서 이야기할 때부터 어려웠다. ‘힐링 커뮤니티 댄스’를 경험한 사람이 나 혼자였기 때문에, ‘댄스’가 방송댄스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학부모 동료들의 지지를 얻어 학부모회 담당 선생님께 제안할 때 또 한 번 어려웠다.

양육자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려면, 여러 선생님이 수업을 조정해야 하는 큰 수고를 해야 한다. 또한 내가 이 프로그램의 내용과 질에 대해 아무리 확신이 있다고 해도 담당 선생님께서는 직장에서 모험을 감행해야 하는 셈이니, 이런 제안을 드리는 게 송구스럽기도 했다. 담당 선생님이나 학교 측에서 거절하더라도 일단 말이라도 해보자는 마음으로 제안을 했는데, 담당 선생님께서 여러 수고로움을 무릅쓰고 진행을 도와주셨다.

뿐만 아니라, ‘힐링 커뮤니티 댄스’를 진행하는 선생님께서 세종시에 계셔서 섭외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기꺼이 먼 길을 와주셨다. 이 일이 성사되는 과정의 순간순간이 기적 같았다.

그리고 당일, 업무 중에 반차를 내고 참여하신 양육자도 계셨다. 코로나 시국이기도 하고 작은 학교이기도 해서 양육자들이 만나는 자리가 정말 드문데, 여러분들이 참여해 주셨다. 두 시간의 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아이들과 양육자, 선생님의 얼굴이 발그레해지고 웃음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안심이 되었다. 담당 업무를 성가시게 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내내 있어, 감사한 만큼 미안한 마음이 한편에 있었는데, 선생님이 올리신 보도자료에 ‘함께 웃고 즐길 수 있었다’ ‘만족도가 높았다’는 내용을 보고 그제야 걱정을 내려놓게 되었다. [기사 : “나를 표현하는 몸짓과 손짓, 힐링 커뮤니티 댄스 ”]

 

전국의 여느 학교 선생님이든 업무가 많겠지만, 작은 학교는 큰 규모의 학교에서 하는 일들이 빠짐없이 진행되는데 교사의 수는 적기 때문에 업무가 정말 많다. 거기에 일을 더하는 게 적절한지 늘 고민이 되는 것이다.

경북교육청은 2021년부터 학부모회 지원 사업의 운영방식을 변경하여, 경북교육청 소속 모든 학교에 학부모회 활동 지원금을 지급한다. 이에 따라 각 학교 학부모회 담당 교사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의 학교처럼 학부모회를 조직해 둔 경우, 학부모회가 학부모 교육을 기획, 홍보, 진행할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 모든 과정을 담당 선생님께서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효령초의 경우, ‘제로 웨이스트 강연과 밀랍 랩 만들기’ ‘재활용 환경놀이가 있는 글샘 문방구’ ‘양육자와 아이들이 함께 면역력을 높이는 힐링 커뮤니티 댄스’ 등을 진행해 왔다.

진행을 학부모회가 주관하더라도 학교 행정업무는 담당 선생님이 해야만 하기에 부담되실까 늘 걱정이 되었다.

 

이런 행사들이 이쁘고 멋지게 보이기를 목표로 진행하지 않았다. 과정이 즐겁기를, 과정 속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기를 바라는 기도를 품고 순간순간을 지나왔다. 그 누구보다 아이들 눈에 어른들이 좋아 보이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학부모회 지원 사업이라는 ‘날실’ 이 지나가는 길을 가로질러, 양육자들이 서로의 안부를 나누고, 교사와 양육자가 서로의 일에 대한 이해 시간이 ‘씨실’로 지나가며, 신뢰의 그물이 만들어지는 상상을 하며 진행해 왔다.

 

이런 마음으로 ‘학부모회 일’을 대할 수 있었던 바탕은, 김희동 선생님의 강연에서 들었던 말을 마음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다.

“양육자가 교사를 신뢰하지 않으면 아이들에게 배움이 일어나길 기대하기 어렵지요.”

어느 강연에서 그 말씀을 하실 때 얼른 알아들었다.

 

어쩌다 보니 나는 교육 관련한 여러 일을 거쳐왔다. 청소년 단체 활동가, 공동육아 조합 초등 방과 후 교사, 학습지 교사, 대안학교 교생실습 등, 대구경북 대안교육 공부 모임 등. 가르치고 배우는 일 사이에 벌어지는 많고 많은 역동을 조금이나마 맛본 경험이 있다.

완벽한 교사도 완벽한 학교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안의 좋은 교사에 대한 기대와 아름다운 학교에 대한 기대가 의미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양육자 당사자가 되고 보니 ‘내 새끼’만 보였다. 세상에!

 

 

양육자의 ‘내새끼이즘’이 교육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꼬임을 만드는지, 그 꼬임이 당사자 또한 어쩔 수 없어 그러는 일이라는 이해가 있음에도 별수 없었다. 나의 꼬임들(불안, 두려움 등)을 마주해야 했다. 그것은 그것대로 인정하고, 여럿이 함께 격을 높이는 길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아이들의 교육으로 인연 된 사람과 모임에 대해 절대 험담을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게 되는 시점이 있었다. 미워하고 원망하는 일이 힘들어졌을 때였다.

학교나 학원 또는 양육자 동료에게 서운한 일이 없지 않다. 많다. 홀로 소화할 수 없다면, 최대한 직접 진솔하게 이야기하려고 애쓴다.

학부모회 모임이나 양육자 모임을 하게 될 때도, 무엇보다 이것을 우선 원칙으로 둔다.

‘서운한 감정은 나누되, 험담하지 않는다.’

우리가 존중을 자주 경험하지 못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모임을 지속해나간다.

양육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우리에겐 배움의 여정에서 회복되지 못한 상처가 많다.

‘교육개혁’이 된 세상이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애 경험하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교육계 전체에 대해 낙관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길 아저씨 손 아저씨처럼, 문을 열고 길을 나서고 싶다. 서로 도우며 밝은 마음으로 살고 싶다.

낙담하고 냉소하는 대신, 협력으로 기쁜 순간을 지어내는 시간으로 양육자의 시절을 지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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