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측,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 다시 열겠다”

의료폐기물 소각시설 증설에 따른 환경영향평가서(초안) 주민설명회가 1월 10일 경주 안강읍 소재 두류1리 마을회관에서 두류리 마을 주민 등 5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설명회가 진행되자 주민들은 주민설명회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얻기 힘들었고, 초안을 열람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항의했다. 설명회 개최 사실을 미리 알지 못했던 인근 주민들은 설명회가 무효라며 퇴장하기도 했다.

이어 설명회 안내자료 없이 음향장비도 준비하지 않고, 피피티로만 진행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항의를 이어가자 업체 측은 철저한 준비와 홍보를 거쳐 1월 내에 주민설명회를 다시 개최하겠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주민들은 “행정이 업체들을 두둔하는 동안 40년 넘게 고통을 받고 있다”, “이런 싸움을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힘없는 주민들만 죽어 난다”며 분통을 터뜨리며 자리를 떴다.

이날 주민설명회는 안강읍 두류리 소재 ㈜이에스지경주(구 원-에코)가 소각장을 하루 96톤에서 120톤으로 증설을 추진하면서 실시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설명회로, 지난달 28일 업체의 공고로 열린 것이다. ㈜이에스지경주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 홈페이지에 ‘의료폐기물을 전문적으로 중간처리 소각하는 업체’로 소개되어 있다.

▲10일 환경영향평가 설명회에서 항의하는 안강 주민들 ⓒ이강희

경주 안강읍 두류리 지역은 풍산금속 안강 공장이 세워지면서, 1976년 배후지역 전체를 일반 공업지역으로 용도 변경한 곳이다. 용도변경 후 폐기물 관련 업체들이 하나둘씩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현재 약 45개의 폐기물 관련 업체가 가동 중으로 폐기물업체 전국 최대 집적지이다.

주민들은 이곳을 두류공단이라고 부르는데, 산업단지로 지정된 곳은 아니다. 일반 공업지역에 폐기물 관련 업체가 모여들어 단지를 이룬 곳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산업단지로 관리하고 있지 않다 보니 어떠한 통제도 없이 폐기물 관련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다.

안강읍 두류리는 폐기물업체들이 대규모로 들어서기 전까지는 청정 1급수를 유지하던 지역이었다. 환경오염이 심화하자 마을 주민들은 90년대 초부터 더이상 죽음의 땅에 살 수 없다며, 강력하게 항의했고, 업체 이전을 요구하며 줄기차게 싸웠다.

우여곡절 끝에 2005년 이주가 결정되었고, 이주 부지 선정 등으로 거듭 홍역을 치른 후에야 현재의 부지인 대구 포항 간 28번 국도 호국로 맞은편 기슭으로 2012년 6월 마을 전체가 옮겨야만 했을 정도로 피해가 극심했다.

폐기물업체가 없는 산 너머 두류 2리는 ‘동풍이 불면 역한 냄새가 골을 타고 올라온다’며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물은 오염되지 않아 빙어를 비롯해 1급수 어종이 잡히는 등 현재도 청정함을 유지하고 있다.

안강 주민들은 정부나 지자체가 두류 공업지역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폐기물업체의 신규 건설 및 확장은 더이상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이다. 또한, 기존 폐기물업체 인근의 심각한 악취와 발암물질 검출 등을 이유로 환경부에 환경 역학조사 청원을 준비하고 있다.

글 / 이강희 참소리시민모임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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