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5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다녀오다 1996년 1회 부산국제영화제 이후 25년간 급한 일이 없으면 늘 10월 초중반은 부산에 있었다. 2020년 25회 부산국제영화제는 평소보다 2주 늦게 열렸고, 캐리어에 이것저것 살림을 꾸려 길게는 두 주 가까이 머물던 것을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다녀왔다. 꼭 보고 싶었던, 그리고 이번이 아니면 보기 힘들 것이라 예상한 작품이 하나 있어서였다. 얼마 전 소개한 을 연출한 하라 가즈오 감독의 신작 이다.전날 밤을 본의 아니게 꼬박 새우고 새벽 기차로 부산역에
1. 가르강튀아 이야기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시기의 유럽에선 르네상스와 동시에 종교전쟁이 창궐했다. 프랑스의 신·구교 갈등은 절정에 달해 성 바돌로뮤 데이의 학살과 이후 기나긴 대립으로 발루아 왕조가 몰락하고 부르봉 왕조가 개창하는 격변을 맞는다. 이 전쟁 와중에 ‘신의 이름으로’ 벌어진 끔찍한 살육은 당대 프랑스 지식인들에게 깊은 상흔으로 남았고, 그들의 작품에도 영향을 끼쳤다.후세에는 몽테뉴가 등을 통해 비판적 지성과 지적 회의론, 절대주의에 대한 우려 등을 표현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지만, 그 대척점에는 우화와
1. 영화 대신 정치 이야기를 쓰련다!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아마 국내 영화제가 상영 계획을 잡지 않는 한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작품이다.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상업영화 문법과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이기에 극장에서 개봉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기에 영화 내적 미학이나 문법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 정치의 한 단면에 집중하려 한다.본 작품은 2019년 7월 1일 실시된 제25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에 나선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의 선거운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 사회와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진보 정당의 생생한 선
‘호랑이님~ 집에 어린 것들이 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애들을 봐서 저 좀 살려주세요. 대신 이걸 드릴 테니 길을 비켜주세요.’오누이의 엄마는 떡을 줬어. 호랑이가 그걸 받고 길을 비켜줘. 그런데, 한 고개 넘으니 또 호랑이야. ‘호랑이님~ 집에 어린 것들이 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애들을 봐서 저 좀 살려주세요. 대신 이걸 드릴 테니 길을 비켜주세요.’오누이의 엄마는 치마를 벗어줘. 호랑이는 길을 비켜줘. 그런데, 한 고개 넘으니 또 호랑이야. ‘호랑이님~ 집에 어린 것들이 저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애들을 봐서 저
지금 그리고 끝나야 끝일 가을이라는 계절을 타고 있다. 그 여름 짙었던 빛은 온 산과 들을 활활 타오르게 했고 봄부터 모인 아지랑이 열기로 숲조차 잔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그럼에도 숲속은 늘 내어놓던 대로 내놓았다. 이 가을 투구꽃. 놋젓가락나물, 물매화 등등. 우리들의 눈 속을 화려한 장식으로 수놓듯이 그 색조차도 너무나 다양하지 않았던가 말이지. 태초에 우리가 원했던 것이었을까. 우리의 본능 또한 어찌 그리 다양했을까 말이다. 그렇게 늘 설을 풀었던 숲속의 식물들은 먼 미래에 살아남을 우수한 후손이 필요할 뿐 더도 덜도 아닐진
매일 필사하기를 시작해 100일이 되었다. 지난여름 즈음부터 하루에 한 번, 책을 읽고 인상 깊은 문장들을 손으로 옮겨 적는 일이 100일을 맞이한 것이다. 나 스스로에게도 뿌듯한 일이었지만, 그동안 북스타그램 스토리에도 업로드를 해왔기에 100일을 맞이하여 북스타그램 유저들과 함께 기념하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나름대로 필사를 올려놓으면 매일 30~40명 정도가 읽었고 종종 필사 내용에 대한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받았기 때문이다.함께 10일 필사해보기를 할까, 그래서 미션을 완수하면 선물을 보내줄까. 아니면 내가 쓴 필사 중에 가장
1_ 세대갈등과 “00세대”론의 전성시대세대갈등은 기원전 고대 벽화에도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인류 역사에서 보편적인 문제이다. 늘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에는 다툼이 끊이지 않았고, 그 레퍼토리 또한 지금과 구도상 큰 차이는 없었다. 세대갈등은 일정 수준 이상의 속도로 사회 변화는 진행되는데 사회 구성원 중 기성세대의 인식 변화가 뒤처지는 데서 오는 ‘문화 지체’ 현상이 원인이다. 사회 내 자원 배분에서 기득권에 서기 쉬운 기성세대와 새롭게 분배를 원하는 청년세대 간의 ‘자원 분쟁’이 이를 심화시킨다.수천 년 이어진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화가 김수박 프로필주요 저서 〈아날로그맨〉,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 〈메이드 인 경상도〉, 만화 에세이 〈더 힘들어질 거야 더 강해질 거야 더 즐거울 거야〉, 〈아재라서書〉,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타임캡슐〉, 〈나! 이봉창〉 외 다수. 블로그 _ 김수박과 파편들 https://blog.naver.com/orpeo74
아… 참… 비가 억수로 오네요.오늘도 오전에는 비가 안 오더니 점심 지나고 비 님이 오시네요.다들 별 피해는 없으신가, 걱정이 됩니다.우리 동네는 작은 개울이 있거든요, 작년에 한 번 넘쳐 놀란 적이 있어서, 이렇게 비가 계속, 또 많이 오면 괜히 두근두근해요.교통사고 이후에 꾸준히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는 중인데, 병원까지 한 20분 운전을 해서 나가야 해서, 비가 오니까 두 배로 긴장이 되는 거예요.물리치료로 풀린 근육이 돌아오는 길에 운전하면서 다시 뻣뻣해지는 기분이에요.투덜거리고만 있을 수 없어서 여느 여름처럼 햇볕이 쨍쨍하
만화가 김수박 프로필주요 저서 〈아날로그맨〉,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 〈메이드 인 경상도〉, 만화 에세이 〈더 힘들어질 거야 더 강해질 거야 더 즐거울 거야〉, 〈아재라서書〉,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타임캡슐〉, 〈나! 이봉창〉 외 다수.블로그 _ 김수박과 파편들 https://blog.naver.com/orpeo74
명절이 괴로운 청년 세대들음력설과 함께 한 해의 양대 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 구정을 넘기자마자 창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근래 보기 드물게 사람들의 이동이 적은 명절이 될 듯하다. 용돈만 보내라는 전갈이 시작되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을 이용한 택배는 오히려 늘어가니 사람 대신 금전과 재화만 오가는 명절이 될 것도 같다.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고립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추석 귀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음을 반기는 속내도 젊은 층에서는 만만치 않다.
소율아!언제 무더운 여름이었냐는 듯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분다. 귀뚜라미가 소리 내 울고, 매미 소리는 언제부턴가 들리지 않는구나. 가을이 왔어.개구쟁이 꼬마들은 늘 심심했어. 오늘은 또 무엇을 하며 놀까. 또 누구 집에 가서 놀까. 종일,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놀까 하는 생각뿐이었지.목욕탕과 이발소, 자장면 가게가 있었던 동네 중심지에 친구가 살았어. 제법 큰 골목길에서 바로 들어갈 수 있었던 집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주인집과 일곱 가구가 화장실 하나를 같이 썼던 셋방살이였던 것 같아.작은 대문으로 들어가면 큰 마당
만화가 김수박 프로필주요 저서 〈아날로그맨〉, 〈내가 살던 용산(공저)〉, 〈삼성에 없는 단 한 가지-사람 냄새〉, 〈메이드 인 경상도〉, 만화 에세이 〈더 힘들어질 거야 더 강해질 거야 더 즐거울 거야〉, 〈아재라서書〉, 〈날라리 X세대의 IMF 이야기-타임캡슐〉, 〈나! 이봉창〉 외 다수.2009 〈아날로그맨〉, 프랑스에서
1_ 진화의 역사 돌아보기인위적인 전쟁이건 불가항력의 천재지변이건 재난이 발생할 때마다 효율과 인권은 충돌하는 것으로 치부됐다. “모두를 구할 수는 없다!”라는 말은 엄밀히 따지면 틀린 말은 아니다. 항상 모든 걸 대비하거나 모든 게 갖춰져 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러나 저 문구가 ‘거짓 신화’로 치부되어야 할 당위는 충분하다. 편의주의로 효율을 운운하기 시작하는 순간 면죄부가 생긴다. 우리는 ‘가난은 나라도 구할 수 없다!’ 같은 동종의 거짓 신화를 무수히 알고 있다. 이런 ‘합리’를 빙자한 전가의 보도를 쥐여주는 순간 괴물과 야만
어떤 아저씨가 있었어.원래는 돈을 잘 벌었는데, 사정이 생겨서 돈을 못 벌게 된 거야.있던 돈 다 쓰고, 있던 쌀도 다 먹어서 끼니도 못 이을 정도가 됐어.처자식도 배고프다고 난리인데 어째?해결할 길이 없는 거라.우리 동네면 우리가 좀 나눠 먹을 건데 그지?이렇게 걱정이 너무 커져서 가슴이 답답할 때는 누구한테라도 말을 해야 도움도 받고 그러는 거야.일단 어디라도 기대서 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이 아저씨는 그만, 처자식도 못 먹여 살리고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하면서 스스로 죽기로 결심하고 섣달그믐에 산을 올라가.- 삶을 일깨우는 옛
생각해보니 살면서 독서모임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 그런 모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선뜻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가 드는데, 이제는 참여해보려고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상태라 조심스럽다(물론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책을 읽고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잘 몰랐고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나에게 책 읽는 모임이란 순서에 맞춰 책 내용을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으니, ‘읽어야 할’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닌 독서모임은 아득할 뿐이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나
1_ 현존하는 미국 최고 소설가 스티븐 킹 이야기 ‘살아 있는’ 소설가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가진 작가(약 3억 5천만 부!)이자 현대 미국 장르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1947년생)은 약 60편의 장편과 200편의 단편을 발표했는데, 특히 순수문학이 아닌 호러-공포 쪽으로 대중적인 집필 위주이다 보니 영상화된 작품이 엄청나게 많은 작가이기도 하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고전적인 거장들-예를 들어 셰익스피어-를 제외한다면 최대가 아닐까?) 그의 작품 중 극장용 영화가 약 60여 편, TV 영화나 드라마는 30여 편에 달하며, 브
‘이것은 아주 귀한 거니까 잘 간수해라’라는 시아버지의 대사를 할 때마다, 아이들 손바닥에 뭔가 주는 시늉을 합니다.빈손인 줄 알면서도 아이들은 그 손을 또 바라봐요.저도 괜히 진짜 귀한 것 전하듯이 진지하게 아이들 손바닥을 한 손으로 받치면서, 다른 손 엄지 검지를 모아 집게를 만들어 아이들에게 전해봅니다.귀하고 좋은 것을 아이들에게 늘 주고픈 마음입니다….그런데 자꾸 잔소리만 주는 현실 ㅜㅜ 그래서, 막내며느리는 뭐라고 했게요? “막내며느리는 말이야, 던지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을 해.‘이것을 주실 때는 무슨
1. ‘옛날 옛적 혁명의 시대’일본의 1960년대 말부터 70년대 초는 한국의 1987~1991년에 비견된다. 전 세계를 뒤흔든 1968년 전후의 ‘68혁명’ 시기에 막 경제부흥을 이룬 일본 또한 내재된 사회불안이 폭발했고 ‘전공투’(전학공투회의)로 대표되는 일본학생운동의 전성기를 통과한다. 전공투 출신 중 다수가 대학 졸업 후 기성세대에 편입되지만 여전히 상당수는 지속적으로 ‘신좌파’ 운동을 이어간다. 하지만 1970년대 초반 ‘산악 베이스 사건’과 ‘아사마 산장 사건’ 등으로 사회적 지탄과 함께 축소된다. 이런 일본 신좌파 운
이른 아침의 시원한 바람도 짧은 시간에 스치듯 지나간다. 잠시간 스치는 바람에 설레는 느낌이었다. 또한 아침 잠깐의 시간 동안 달콤한 바람을 맛본 것이기도 했다. 이제 곧 시작하겠지. 말매미의 격렬한 짝짓기의 소리와 함께 빛의 세기가 오르기 시작한다.낮 동안의 무더위에 앞서 여름빛들은 빠른 속도로 온도를 올린다. 우리의 모니터링도 여름이 턱에 차올라 올 때쯤에는 달리 조금은 수그러들 수밖에. 이른 아침의 시간을 더 쓸 수밖에 없는 것을 저 타듯이 내리쏘는 빛들이 느끼게 해준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서둘렀다. 산으로 숲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