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고되었다. 당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흔히 ‘동네 마트’라 불리던 중소형 마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형마트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위들은 지역 내에서 서명운동과 일인시위, 항의집회 등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속 조합원에게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이참에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수천여 조직을 가진 노동조합에 기대를 피력하던 상황
선호빈 감독은 2017년 를 선보여 독립영화, 그것도 다큐멘터리 장르에선 이례적인 주목을 받으며 이듬해 극장 개봉으로 2만 관객이라는, 독립영화 개봉 실적으로 선 상당한 성과를 거둔다. 나름대로 ‘흥행 감독’이 된 셈이다. 하지만 영화가 호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감독에게 추가 성과급이 떨어지거나 할 일은 없었다고 한다. 그런 상황인지라 다른 독립영화 창작자들과 매한가지로 2020년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생계를 고민하게 된다. 절대다수의 영화인들은 정작 본인의 창작에 평소에도 거의 시간을 쓰지 못하지만, 불황이 닥치면 더
점점 더 민간인, 그리고 아이들에게 가혹해지는 국제분쟁전쟁은 참전했던 군인들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상흔을 남기지만 민간인, 특히 아이들에게는 마땅히 보장되어야 할 성장과 보호를 송두리째 빼앗는 ‘순수 악’이다. 게다가 한번 파괴되고 나면 온전한 회복이 불가능한 상흔을 남긴다. 차라리 고대의 전쟁은 널찍한 들판에 쌍방이 진을 치고 건장한 남성을 가려 뽑아 우워어어어~ 구령을 외치며 서로 달려들어 몇 시간 만에 승부가 난다는 점에서 깔끔해 보일 지경이다. 지금은 비전투원인 민간인을 공격해 여론을 악화시키고 전쟁 수행능력을 감소시켜 대
세월호 참사 9년 차의 단상또다시 4월 16일이 지나갔다. 2014년, 사고 발생일로부터 벌써 9년이 흐른 2023년이다. 심지어 내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10주년을 맞이한다. 그런 시간의 경과에 따라 워낙에 깜짝 놀랄 일이 펑펑 터지는 한국사회에서 세월호는 마치 암석이 풍화되는 것처럼 조금씩 잊혀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쉬워도 그저 자연스러운 변화와 망각이라기엔 뒷맛이 개운할 수 없는 상황인 게 문제다. 세월호 참사 발생 초반부터 정략적 의도에 의해 왜곡되고 흑색선전으로 갈라 치기를 당한 세간의 시각과 평가는 여전히 분절된 상태에
아주 특별한 ‘혼인식’의 기억 2022년 9월 중순, 온라인 청첩장이 왔다. 원래도 그랬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핑계 대기 워낙 좋아진 이후로는 거의 모든 경조사를 가지 않던 중이었다. 또 누가 눈치도 없이 귀찮게 하는 거지? 그런 짜증 섞인 반응과 함께 일단 무슨 내용인지 들여다봤다. 9월 24일 혼인식 일정을 전하는 주인공들은 익숙한 이름과 얼굴이었다. 박배일 감독(, , , 등)과 그와 함께 얼마 전부터 갖은 닭살 행각을 더불어 보여줬던 황남임 님이다. 그들은 통상적인 예식장 대신에
1_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획전으로 돌아온 연대기2022년 9월 22~29일, 경기도 고양·일산 일대에서 진행하는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DMZ-POV’라는 명칭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문제적 경향을 소개한다. 3개의 POV 기획전 중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올해로 서거 30주년이 된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 故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 작품인 ‘산리즈카’ 연작을 비롯한 9편 특별 상영이다. “오가와 신스케: 다큐멘터리가 수확한 것들”이라는 콘셉트로 묶인 영화들은 1967년부터 198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가 포항에서 열린다.포항여성회는 8월 14일 일본군‘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이하 기림의 날)을 맞아 12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체인지업그라운드포항에서 영화 를 상영한다. 올해 2월 개봉한 영화 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순악 할머니의 이야기를 기록한 장편 다큐멘터리 작품이다. 2020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상과 제12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특별상을 수상했다.이날 상영회와 함께 박문칠 감독과의 대화도 이어진다. 박문칠 감독은 전작으
1. 코로나 시대, 영화제가 관객과 소통하기코로나 이후 많은 영화제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현장에서 눈앞에 보이던 감독, 배우와의 만남이 사라진 공백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지만, 행사의 안정적 개최와 확대된 접근성 보장 측면에서 환영하는 이들도 많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인 셈이다.매년 9월에 열리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영화제 행사 외에도 순회상영회 등 다양한 부대행사를 상시적으로 벌여 왔다. 하지만 작년 이후 온라인으로 중심을 이동해 4월에는 4.16 세월호 추모 기획전을, 5월엔 5.18 민주화운동
1. IMF와 게임 문화1997년 연말 외환위기는 국민소득 1만 달러 & OECD 가입으로 선진국 반열 등극이라는 천상에서 순식간에 한국을 IMF 구제금융을 지원받아야 하는 나락으로 추락시켰다. 불황이 닥쳤고 실업자가 쏟아졌다. 대학만 나오면 어찌어찌 취업에는 성공하던 호황기는 전설이 되었고, 재수 없이 시기 맞춰 전역하거나 졸업을 맞이한 대학생들은 상상 못 한 취업난에 빠졌다. 그 직전에 전국적 총파업으로 저지했던 노동악법은 IMF라는 미증유의 국난 속에 어물쩍 다 통과되었고, 그 결과로 정리해고와 명예퇴직이 기업들을 휩쓸었다.
1. 영화 대신 정치 이야기를 쓰련다!이번에 소개할 영화는 아마 국내 영화제가 상영 계획을 잡지 않는 한 다시 볼 기회가 없을 작품이다. 4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상업영화 문법과 전혀 다른 내용의 작품이기에 극장에서 개봉될 리도 만무하다. 그렇기에 영화 내적 미학이나 문법보다는 영화의 배경이 된 일본 정치의 한 단면에 집중하려 한다.본 작품은 2019년 7월 1일 실시된 제25회 일본 참의원 통상선거에 나선 신생 정당 “레이와 신센구미”의 선거운동을 중심으로, 현재 일본 사회와 정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진보 정당의 생생한 선
1_ 1992년, 미노드 목탄이 한국 땅을 밟다1988년을 기점으로 한국전쟁의 잿더미로 기억되던 대한민국은 올림픽을 치르는 국가로 변신했다. 과거 독일로 중동으로 외화를 벌기 위해 낯선 타향에서 천대받으며 고생하던 기억은 자랑스러운 경제성장의 훈장이 되었고, 새로운 기회의 땅 대한민국으로 아시아의 각국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국가대표팀으로 왔다가 선수촌을 이탈해 행적이 묘연해진다거나, 관광비자로 입국한 뒤 사라진다는 식의 뉴스 기사가 심심찮게 등장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단일민족국가임을 내세우던 대한민국에는 어느덧 전체 인구
0_ 2001. 9. 11. ~ 2020. 2. 292001년 9월 11일, 알 카에다에 의해 납치된 민간 여객기를 이용한 자살테러로 세계무역센터와 미 국방성, 속칭 “펜타곤” 공격이 가해졌다. 훗날 “테러와의 전쟁”으로 명명되어 현재까지 끝 가는 줄 모르고 진행되고 있는 악순환의 시작이다. 2차 세계대전 중 태평양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전하게 된 계기였던 진주만 습격 이후 최초이자, 북미 대륙 심장부를 공격당한 것으로는 독립 초기 영-미 전쟁 이후 최초인 이 사건에 유일 초강대국 미국은 격분했다.알 카에다는 아프가니스탄 대부분을 석
1.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다시 보는 북한이라는 케이블 채널 tvN 주말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 후 얼마 전 종결을 맞았다. 현빈과 손예진, 두 중량급 주연 배우들의 열연도 호평을 받았지만, 남한의 재벌 가문 여성과 북한 군부 고위층 남성의 로맨스라는 소재를 받쳐주는 2020년 현재의 북한 묘사가 꽤 세밀하다는 평이다. 어느 정도 자본주의적 요소가 도입된 ‘장마당’ 경제와 그 여파로 빈부 격차가 심화하고 남한 문물과 정보 교류도 물밑에선 꽤 가능해진 변화된 세태가 오히려 판타지처럼 보일 지경이다.물론 현 정부
1_ 끝나지 않는 전쟁과 영화 가 개봉했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알레포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만난 부부가 딸 ‘사마’를 낳고, 참혹한 전쟁 와중에 아이가 자라는 풍경을 담은 다큐 영화다.영화 속에 담긴 내전의 잔혹함과 그 상황에서도 깊게 배어나는 가족애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라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고통을 받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인식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최근 몇 년간 시리아 내전을 다룬 작품들은 꾸준
1. 동아시아의 대국, 중화권의 노동과 민주주의 탐방2019년 홍콩의 민주화 시위가 폭발하자 국내 여론의 대다수는 홍콩의 시위대를 찬양하고 중국 공산당과 대륙의 정부를 규탄하는 방향으로 기울어진다. 서구 민주주의를 일정 부분 체험한 홍콩 시민들은 중국 정부의 조종을 받는 홍콩 행정부와 경찰에 용감히 맞서 지금도 저항 중이다. 하지만 영국령 홍콩의 중국 혹은 대만과 다른 근현대사에 대한 고찰과 분석은 드물다. 또한, 반대급부로 홍콩의 민주화 투쟁을 찬양하면서 중국 본토에서는 누구도 저항하지 않는 것처럼 매도하며 ‘혐중’ 적인 언사를
‘문맹’과 ‘검정고시’의 기억을 되짚어보다가끔 버스를 타고 지나치다 보면 성인 검정고시 학원 광고를 지루한 김에 훑어보곤 했다. 왜 중장년층이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 자격시험을 봐야 하는지 궁금했다. 나중에야 부문 문맹이 그 세대에도 어느 정도 잔존해 있었음을 알게 되었고, 이 문제를 다루는 방송 다큐멘터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런 다큐멘터리들이 재편집을 거쳐 극장에 걸리곤 하는데 특히 2019년 상반기에 관련 소재를 다룬 두 편의 영화가 극장을 찾았다. 이조은 감독의 와 김재환 감독의 이다.1945년
1_ 오랜만에 돌아온 본격 탐사보도 다큐멘터리11월 14일 개봉을 준비하는 한 편의 4대강 관련 다큐멘터리가 있다. ‘아직도 4 대 강? 열받지만 다 끝나버린 사건 아닌가?’ 의아한 질문을 던질지 모를, 그 4 대 강을 주제로 만들었다. “삽질”, 제목도 참 간단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세월은 간단하지 않다. 13년 걸렸다고 한다. 영화 은 어떤 영화일까?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반도 대운하는 ‘4 대 강 정비 사업’으로 변신했고, 22조 2천억(토지수용 및 기타 추가 비용 때문에 30~34조로 보기도 한다
# DMZ국제다큐영화제 대구 앵콜상영회를 준비하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국내 최대 규모의 다큐멘터리 영화제로서, 국내의 다른 국제영화제들과 비교하면 비교적 후발주자인 셈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라는, 상대적으로 비주류 분야와 DMZ라는 지역적 상징성을 결합해 반전·평화와 사회적 다큐라는 주제의식을 명확히 하면서 제작지원과 지역공동체 상영 등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영화제들이라면 몇 차례씩 겪게 되는 내우외환 속에서도 올해 9월 11회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매년 영화제 상영작 중에서 일정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