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일상에 집중하다 문득 달력을 쳐다보면, 벌써 날짜가 이렇게 되었네, 하며 새삼 시간의 흐름을 체감한다. 두꺼운 패딩을 정리하고 공기의 부드러워짐을 느끼고 꽃봉오리 진 나무를 본다. 어느새 4월, 그리고 이제 십 년, 세월호 참사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유가족의 슬픔도 봄의 기운과 함께 다가온다. 어쩌면 세상이 세월호를 조금은 옅게 기억하고 애도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월호를 떠올리게 하는 일상의 순간은 매번 우리를 팽목항으로 데려다 놓는다. 그날 이후 우리는 모두 조금씩 더 불안해졌고 행복의 순간에는 자그마한 죄책감이 드리
민생위기와 근시안 해법의 파괴적 앙상블 앞에서나라는 부강한데 시민은 살기 어려운 나라가 되어간다. 통계 지표상으론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니,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날로 높아진다니 등등 연말연시마다 미디어에선 호들갑을 떨어댄다. 하지만 정작 이를 보는 시민들의 표정은 냉소 그 자체다. 온갖 실적 근거를 보면 단군 이래 최대 호황을 달리는 게 맞다. 온라인 곳곳에선 평균치가 이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출처 불명의 수치 기준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실제 현실에서 본인 포함 주변에서 평균치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대체 온라인의 평균소득
4년이 지났다. 다양한 이름 적힌 긴 종이에 인자를 찍는 총선이 돌아온다. 하루에 열두 번씩 오는 선거 유세 전화와 문자, 서로 공격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매번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른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국민에게서 나온 힘을 국민에게 쓰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과 우리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는 아주 실낱같은 희망으로 후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보았다.인권, 기후위기라는 의제 그리고 안보달팽은 ‘코다’(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정체성으로 바라본 다양한 인권 이슈를 길지 않은 글로 엮은
‘수신료의 가치’는 해야 할 일 하는 것으로 증명된다2월 7일 밤, KBS 특별대담 가 90분 동안 방영되었다. 2024년 새해 벽두에 별도의 기자회견이나 간담회를 진행하지 않은 대통령의 공개 인터뷰 특집이라 그 의의가 절대 가볍지 않은 자리였다. 하지만 방영 전부터 기대보다는 논란만 가득했다. 녹화로 진행한다고 공표했기에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논란들에 대해 과연 얼마나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선 것이다. 게다가 현 정부 들어서 급격하게 친정부여당 성향으로 수뇌부가 교체된 KBS가 제대로 검증에 나설 수 없을
2001년 병역거부 문제가 널리 알려지는 데는 인권, 평화단체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평화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36개 시민단체는 2002년 2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정식으로 발족했습니다. 이후 연대회의는 법률 지원 및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 병역거부자 및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상담활동,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의 의의를 알리기 위한 각종 간담회, 토론회, 기고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한 해의 시작은 시간의 흐름을 분절하는 새 마디다. 이번 호에서는 기자들이 각자 변화한 상황이나 위치에 따라 새로운 해를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며 살아가고 싶은지 나눈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동행하기바다거북 해가 바뀌면서 저는 사회적으로도 어른이 되어야 하는 나이에 가까워졌고, 그것이 최근의 생각들에 영향을 주고 있어요. 박연준 시인의 『쓰는 기분』(현암사)에 이런 글귀가 있었어요. “무언가를 다른 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계산할 수 없는 목적지에 이를 때까지 그것과 동행하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어
남편의 변화 아기별꽃 밍기적 밍기적하며오전을 그냥 다 날릴 작정인 게다.눈뜬 지 몇 시간째이불 속에서 꼼지락대면서기차 꼬리처럼 줄지어 선집안일들을 어떻게 처리할까 싶다. 어영부영 밥때는 다가오고밥은 하기 싫고참 난감한 상황을 맞았다. 누가 대신해 줄 사람도 없다.거북이처럼 목을 쭉 빼고이불 밖으로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꼴이라니진짜 꼴같잖은 모양새다. 어제 걷어온 빨래가 마르지 않아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다.이놈부터 해치우자.차곡차곡 개어두고 점심 준비이건 이래서 하기 싫고저건 저래서 하기 싫으니이걸 어째야 하나 싶다. 간단히 있는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공무원이 공익신고자를 피신고자에게 알려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이에 대해 재단법인 호루라기 등 공익신고자 단체들이 재판부 결정은 ‘공익신고자 비밀 보장 의무를 저버린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법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또 공익신고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인권단체들은 검찰에 항소를 탄원하고, 검찰에서도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장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지난 10일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형사제1단독(판사 김선역)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영덕사랑마을에
“일상은 왜 바쁜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흘러가는데 이 한 권의 책 덕분에 잠시 멈추고, 미루고 미뤘던 애도의 시간을 깊게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어요. 슬픔과 아픔 속에는 슬픔과 아픔만 있지 않다는 것을요. 무너지며 일어나고 살아가는 과정 속에 위로와 희망, 용기 무엇보다 깊은 사랑을 봅니다. 애도가 필요한 것은 사랑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을 나누고 깊게 듣기를 통해서 사랑의 공간, 회복의 시간을 함께 만들어요. 북토크에 많은 분들이 와주시기를 바랍니다.” 10.29 이태원 참사 구술기록집 ‘우리
안녕하십니까. 저는 9살 아들 쌍둥이를 키우는 다문화 가정의 가장으로 2015년 7월 1일 쌍둥이가 태어났고, 필리핀 배우자의 사촌 여동생을 어렵사리 초청하여 자녀 양육 목적(F1비자)으로 자택에서 기거하며 아이들 돌보는 역할을 하였습니다.처음 아이들 8살 되던 해까지 비자가 연장될 수 있다는 말에 기분이 좋았지만, 애기들 2살 때 박근혜 대통령이 정책을 바꿔서 3년 비자 만료 후 본국으로 돌아가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고, 울며 겨자 먹기로 1년 비자만 받고 돌아가는 조건으로 각서를 썼습니다.그러나 애들이 너무 어리기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전쟁으로 사람이 죽어가는 뉴스를 보고 너무 겁이 났다. 만약 우리나라에 전쟁이 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니 불안하고 무섭다. 우리나라 소성리에도 전쟁 무기 사드가 들어와 벌써 전쟁을 느끼고 있다. 전쟁 위험 1순위 나라일 것이다.내가 총 맞아 죽고 싶지 않듯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다. 황금률이다. 아무리 내 인생이 희망적이지 않다고 해도 전쟁으로 죽고 싶지 않다. 사람 생명을 해치면서까지 얻을 이익이 무엇일까 궁금하다. 우리는 모두 행복하고 건강하게 이웃과 함께 오래 살고 싶을 것이다.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수채화는 물감을 짜 넣는 것에서 시작한다. 철판으로 된 팔레트에 빨강을 시작으로 주황, 노랑, 연두, 초록, 청록, 파랑, 남색, 보라, 검정의 순으로 가장 안쪽에서 시작하여 한 칸 가득 짜 넣는다.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고 말리고 나서야 물감을 쓸 수 있다. 수채화에서 빛을 표현하려면 물을 많이 섞어야 한다. 밝음을 표현하겠다고 흰색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다. 물을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투명함으로 빛이 표현된다. 눈이 시리도록 들어오는 빛이 있으면 반드시 그림자가 생긴다. 어두움을 표현하겠다고 검은색을 사용하는 것은 금기다. 색
매일 아침, 마당을 드나드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줄 사료와 물을 준비해둔다. 그런데 어떤 날에는 얌전히 깨끗하게 삭삭 비우고 가는데 다른 날에는 온 사방에 사료가 흩뿌려지다시피 하곤 했다. 미관상 좋지도 않고 덥고 습한 날엔 사료가 상하기에 십상이니 신경이 은근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범인이 대체 누군지 잡히기만 해라 벼르게 되었다.범인은 얼마 후 밝혀졌다. 전선에 잔뜩 앉아 있던 동네 새떼였다. 참새는 아예 그릇에 퍼질러 앉아 먹었고 좀 더 덩치가 큰 비둘기나 까치, 까마귀들이 드물지 않게 출몰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새들이
기존에는 쓸모를 기준으로 어떤 존재나 경험을 생각하고 평가하는 사람이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 된 이후로 어떤 사물과 현상과 존재에서 다른 의미를 발굴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p294 글을 쓴다는 일은 시작한다는 강력한 의미다. 나를 지키고, 나를 통제하고, 나를 의미한다. 글을 잘 쓰고 싶었다. 살아온 경험이 글쓰기가 된다고 진심으로 믿고 싶었다. 잘 익은 글을 건져낸다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인가.부산에서 KTX를 타고 마감 원고 한 편을 서울 도착 전에 보낼 수 있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 쓰고는 싶지만, 써지지 않는 현실과
어릴 적 고사리를 먹으려면 결심이 필요했다. 잘 씹히지도 않고 쿰쿰한 향이 났다. 흙의 향기 같은 것이 그땐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코를 막고 대충 씹어서 꿀꺽 삼키는 것이 내가 하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고비고사리라며 조심스럽게 다라이에 넌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하니 우리 집에 자연산 고비고사리가 있다는 것을 이웃에게 들키면 안 되는 모양이다. 아마 나눠줄 수 없을 만큼 넉넉하게 채취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지. 그렇지만 고비고사리를 널어놓은 다라이는 옆집, 앞집,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볕 잘 드는 마당
7월 21일 저녁 구미역광장에서 천주교대구대교구 5대리구 소속의 생태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생명의 물 우리의 빛’이라는 제목으로 촛불 공개기도모임이 열렸다.이날 공개기도모임에는 천주교 신자를 비롯해 사제와 수녀 50여 명이 참석했다. 지역의 시민단체 회원들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투기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행사에 참여하였다. 식전행사로 이승익 위원장(원평성당 생태환경위원회)이 ‘함께 노래 부르기’를 진행한 데 이어 기도모임 취지와 기도 지향을 소개하였다.이 위원장은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지난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
본인의 10대 시절, 소위 제가 했던 덕질의 대상은 미국 보이그룹인 ‘뉴키즈 온 더 블록’이었습니다. 소녀 감성을 자극하는 가사로(영어 공부 열심히 했지요!) 사랑을 노래할 때 거기에 푹 빠진 본인은 여생을 미국에서 보낼 줄 알았었지요.제 딸이 10대가 되어 소개해 준 그룹이 바로 ‘방탄소년단’입니다. 제가 지나온 10대 시기이기에, 딸아이도 곧 식상함을 느끼고 다른 그룹에게 관심이 옮겨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마흔이 넘은 나이에 제가 오히려 딸아이보다 더 열광을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이 책은 팬들이 얘기하는 ‘굿즈’ 중
과거에도 지금도 지구에는 수많은 내전이 벌어지고 있지만 사실 나는 그 면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물론 관심이 부족한 게 가장 큰 이유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는데, 자료를 찾아 읽다가 늘 중도에 포기하곤 한다. 여전히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채로.핑계를 대자면, 내전의 맥락이라는 게 워낙 복잡하다. 문제의 발단에는 해당 지역 내의 종교·민족·문화 간 차이와 갈등,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통치하다가 슬쩍 발 뺀 제국주의 국가가 얽혀있다. 여기에 독립 이후의 혼란, 국제적
영천 아동양육시설에서 벌어진 인권 침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기자회견이 4일 참교육학부모회경북지부·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경북장애인부모연대 등 사회단체 주최로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열렸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이날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하면서 ‘인권 침해가 벌어진 해당 시설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장애인 피해 실태 파악’, ‘피해 회복과 구제 권고’를 인권위에 요구했다. 영천시에는 ▲인권 침해 재발 방지를 위한 시설 지도점검과 행정처분, ▲장애인 강제 노동에 대한 회복 조치 시행, ▲자립 생활 지원을 촉구했다.단
아직은 자두밭 일이 익숙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이 서툽니다.그중에서도 가장 서툰 것이 봄 한 철 집중하여서 할 ‘열매솎기’입니다. 이 열매솎기로 인한 초보 농군의 마음고생은 한층 고조됩니다.열매가 포도송이처럼 달리는 종자인 ‘추희자두’는 더욱 초보 농군의 힘을 빼는 것입니다. 그 많은 알 중 한 알을 두고 나머지 알을 남겨 놓을 한 알에 영향을 주지 않게 조심스럽게 솎아내는 것입니다. 열매 간 거리도 생각해야 합니다. 열매의 병 발생 여부도 확인해야 합니다. 햇빛의 영향도 고려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고민되는 것이 한 가지에 남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