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한 기회에 현재 우리 사회가 겪게 된 ‘오래된 미래’들을 만나다2023년 한국 1인당 국민소득(GDP)은 32,142달러(약 4,400만 원)로 세계 22위를 차지했다. 그나마 전년 대비 8.2%가 감소한 것이다. 수치상으로만 놓고 보자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을 강조하는 흐름과 잘 들어맞는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의 체감이 과연 그럴까? 오히려 ‘한국이 싫어서’ 이민을 꿈꾸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헬조선’이란 자조는 사라지지 않는 현실이다. 여러 계층에서 다양한 이유로 절망이 들끓지만 아마 그중에도 전반적으로 동의가 되는 지점
2022년 12월 15일 국가교육위원회는 ‘2022 개정 교육과정’을 심의·의결했다. 교육부가 최종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지 10일도 되지 않았다. 예견대로 국가교육위원회는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전문가, 시민사회, 교육부가 오래도록 논의한 교육과정은 휴지조각이 되고 말았다. 12월 6일 국가교육위원회의가 열리는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참교육학부모회를 포함한 교육 시민단체들이 교육과정 개악을 막기 위해 선전전을 벌였다. 교육과정 개정안은 민주주의와 노동, 성평등 등이 빠진 상태로 국가교육위원회를 통과하였다. 이윤
2011년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 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1959년 7월 31일 이승만 정권의 사법살인으로 교수형이 집행된 지 52년 만에 일이다.“조봉암은 1958년 1월 민의원 총선을 넉 달 앞두고 간첩 혐의 등으로 불법 감금·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간첩죄는 인정하지 않은 채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압박을 받은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재심 청구
2021년 12월 24일, 통합진보당 이석기 전 의원이 가석방되었다.박근혜 정권 시절 내란음모 조작 사건으로 감옥에 갇힌 지 8년 3개월 만에 일이었다. 촛불 혁명으로 당선된 문재인 정부는 임기 말 가석방으로 그를 풀어주었다. 그리고 같은 날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 복권하였다. “과연 공정과 정의란 것이 존재하는가” 이석기 전 의원이 감옥 문을 나서면서 한 말이 떠오른다.아무런 영향력이 없는 새로운 정치세력은 기득권 세력에게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정치세력이 원내에 진출하고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에 위협이 된다면 기득
소율아!하늘에 솔잎을 던져 놓은 것처럼 잠자리가 수북이 날아다닌다. 완연한 가을이다.가을비가 내리고 들판의 콩잎들이 노랗다 못해 투명하게 물이 들면 아이들은 메뚜기를 잡았어. 투명한 유리병을 허리춤에 하나씩 차고 저금통에 정성 들여 저금하듯 꼬깃꼬깃 잡아넣었지.한 병이 꽉 차면 의기양양 집으로 들고 가 어머니께 자랑했어. 참기름에 볶아 소금을 치면 고소하고 맛있는 밥반찬이 되었지. 반찬 하려고 잡기도 했지만 심심해서였어. 손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었어. 손에 잡히는 대로 장난을 쳐야 했지.메뚜기, 방아깨비, 여치, 귀뚜라미,
29일,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는 세계노동절 130주년을 맞아 고용노동부 포항지청 앞에서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과 농민, 여성, 장애 운동 단체 회원 등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었다.민주노총 경북본부는 기자회견을 통해 △사회안전망의 대폭적 확충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재난 극복, △해고금지와 노동시간 단축으로 고용확대, △생활임금과 노동기본권 보장, △노조 할 권리 보장, △비정규직 철폐와 차별 해소를 요구했다.김태영 본부장은 “3월 고용유지 지원금 신청이 코로나19로 지난해 대비 수십 배가 급증했다. 민주노총은 130
6월 26일은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 지 70년이 되는 날이다. 신생 대한민국 국군의 포병 소위 안두희가 ‘겨레와 나라를 구하기’ 위해 ‘의거’를 일으킨 날이다. 그날 낮 12시 30분 경교장에서 일어났던 사건을 경무대(‘청와대’의 전 이름)로 옮겨서 연출해보면 뒤집어진 역사가 펼쳐진다. #안두희는 평소 잘 알고 지내는 이승만 대통령과 쉽게 독대하였다. 이승만은 넓은 책상에 화선지를 펼쳐놓고 큰 붓을 잡아 글씨를 쓰고 있다. 안두희한테는 눈도 돌리지 않고 당대 최고의 명필답게 일필휘지로 ‘統一最善, 北進統一’이라고 갈겨 쓰고 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1일 오후 2시 30분 포항 형산오거리 포스코협력회관 앞에서는 1천 6백여명의 노동자가 참가한 가운데, 민주노총 경북본부 주최로 129주년 세계노동절기념 경북대회가 열렸다.차헌호 경북투쟁사업장연대회의 의장은 식전행사에서 구미 아사히글라스 투쟁 등 지역 투쟁현안에 대해 보고하고, 지역 노동자와 사회단체에 지지와 연대를 호소했다.이어서 경주 정동극장 노동자들의 기념공연으로 노동절대회 시작을 알렸다.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은 대회사에서 “최근 국회에서 벌어진 격렬한 투쟁에 대해 동물국회라고 하는 것에 동의
김상덕 선생은 1947년, 미군정의 과도입법의원에 참여하여 을 제정하였으나 친일파를 활용하고자 한 미군정이 법률을 공포하지 않아 사장되고 말았다. 그리고 1948년 5·10총선에 고령 지역구 국회의원에 당선되어 제헌헌법기초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헌법에 반민족행위 처벌 조항을 넣는 데 이바지하였다. 이에 따라 국회는 1948년 9월 22일 을 제정하고 9월 29일에는 를 설치하였다. 국회는 10월 13일 국회의원 10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였으며, 김상
“놈들을 몰아내고 舊疆을 恢復할제 倭風遼雪 三十餘年氣槪가 壯할시고 祖國光復되었으나 同室操戈 슬프도다北으로 달린 檻車 한줌 흙이 되단 말가 옛 伽倻父祖靑山淨土가 無恙하니 魂아 돌아오시어 이곳에 머무소서” 1992년 고령의 유지들이 십시일반으로 돈을 모아 건립한 의 마지막 구절이다. 국학의 대가인 이가원 선생이 쓴 사적비의 내용을 네 줄의 시로 압축한 글이다. 요새 쓰는 말로 쉽게 옮기면 이렇다. “왜놈들을 몰아내고 조국을 되찾기 위해 싸우기 30여 년의 기개가 장하도다. 조국은 광복되었으나 슬프게도
1953년 4월 1일, 장준하(1918~1975)는 피난 수도 부산에서 월간 종합잡지 를 창간했다. 장준하는 당초 1952년 8월, 당시 문교부 산하 국민사상연구원(원장 백낙준)의 기관지였던 을 단독 인수하여 본격 종합 교양지를 발행하게 된 것이었다. 은 6·25전쟁 중 국민사상의 통일, 자유민주주의의 확립 및 반공정신 앙양 등 전시하 지식인층의 사상운동을 주도하며 통권 4호까지 발행한 잡지였다. 연구원으로 잡지의 책임 편집을 맡고 있던 장준하가 이를 인수하여 로 제호를 바꾸어 창간하게 된 것이었다.독립 잡지 양심세력을 대변하다은 정부 기관지였지만 이를 바탕으로 창간된 는 백낙준과 장준하가 사재를 털어 만든 독립
한국문인협회가 친일 부역 문인 육당 최남선과 춘원 이광수를 기리는 문학상을 제정하겠다고 나섰다가 여론의 몰매를 맞고 결국 뜻을 거두어들인 게 지난해 8월이다. 문협은 친일 경력에 대한 논란을 충분히 의식하고 있지만 한국 근·현대문학을 선도한 두 문인의 문학적 업적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웠었다.[관련 글 : 춘원과 육당의 문학상 제정? 뜬금없고 생뚱맞다]당시 민족문제연구소는 육당과 춘원 문학상 제정을 ‘역사 퇴행의 막장 드라마’라며 규탄한 바 있었다. 그런데 이 막장 드라마는 주체가 바뀌어 계속 진행되고 있었음이 최근 밝혀졌다. 한 출판사가 지난해 12월에 이 두 사람을 기리는 상을 제정하여 시상까지 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동서문화사가 제정한 제1회 육당학술상은 전성곤 중국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 매국을 하면 3대가 떵떵거리고 산다.”이는 우리 근대사의 상처를 환기해 주는,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은 우리 사회의 속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이 해묵은 상처를 헤집는 현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의 대부분은 그 연원을 거슬러 오르면 친일 부역의 역사를 만나게 된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을 만큼.정치인들 가운데서도 친일파 출신의 선친이나 조부 덕분에 논란이 된 이들도 적지 않다. 가까이는 2015년, 선친인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평전을 냈다가 해묵은 친일 논란에 휩싸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현 바른정당)가 있다. 기득권층의 연원, 친일 부역의 역사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밝힌 김용주의 친일 행적에 따
지난 2월 11일 5시 30분부터 구미역 광장에서 스물두 번째 촛불이 켜졌다. 서울은 ‘15차 범국민행동의 날’인데 구미 촛불이 스물두 번째가 되는 이유는 8월 26일부터 시작된 ‘한반도 사드배치 반대 구미시민 촛불문화제’가 7차례에 걸쳐 먼저 베풀어졌기 때문이다.시민이 지킨 스물두 번째 촛불매운 날씨에도 역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백여 명 남짓이다. 42만 인구를 기준으로 하면 보잘 것 없는 숫자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한파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뜻으로 나온 이들이다. 김천사드대책위에서 보내주었다는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오리털 파카를 꼭꼭 여민 시민들의 열기도 만만찮았다.추위에도 불구하고 집회는 얼마간 고양된 가운데 계속되었다. 사회자는 남유진 시장이 오늘 ‘탄핵 기각 서울 집회’에
대한민국(이하 '남한')에서 북한을 두려워하는건 할매할배들이다. 이미 경제력이 북한의 수십배 국방예산도 북한의 최소 30배이상... 더이상 북한을 겁낼 이유가 별로없다. 남한의 젊은이들은 북한을 우습게본다.반면 북한지배층은 그러한 상황을 알고 있기에 남한을 몹시 두려워한다. 그들이 핵을 보유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실 그들(쫄아있는 북한지도자들)을 안심시켜야 통일이 앞당겨진다. 혹여나 전쟁이 일으나면 그것은 북한의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그렇지만 좋은 무기를 쌓아 두고도 전작권을 제대로 행사 못한다면 어처구니 없이 질 수도 있다. 자주국방이 필요한 이유이다.)2015년에 체결된 작계5015작전을 아시나요?유사시 서을 북쪽에서 북한군을 저지하고 미군 군사력을 기다려 반격에 나선다는 것인
2조원 가량 비용이 드는 MD자산인 사드를 자체적으로 한반도에서만 사용할 것이며,사드 한국 배치에 대해 미국이 미국 돈으로 한국을 보호한다느니,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수년 전부터 준비했다느니,사드는 요격 성공률이 100%이며 미 의회에도 보고된 내용이고...다른 지역에서 운용 중인 사드 레이더의 경우 지난 10여 년 동안 인근 지역 주민의 안전 문제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국장님 말씀은 눈물나게 고마운 내용이면서 한편으로는 외판사원들이 흔히 물건 팔 때 사용하는 수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이런 생각을 하는 나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 쓰레기인가? 하지만 위의 내용과 상반된 정보도 많기에 의구심은 증폭될 수 밖에 없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미영 연합군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성공적으로 발을 내딛는다. 일명 허스키 작전으로 불리는 시칠리아 상륙작전은 1년 뒤의 노르망디 상륙작전과 더불어 연합국에 승리를 안겨준 역사적 계기가 된 사건이다. 연합군에게 시칠리아 섬이 점령당하자 이탈리아 내에서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쇼통치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어 갔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하원의장 디노 그란디는 국왕 에마누엘레 3세의 승인을 받아 무솔리니의 정부를 실각시키고, 무솔리니를 알프스의 한 산장에 연금시킨다. 이탈리아 국왕은 무솔리니의 후임으로 바돌리오를 내각 수반으로 선임하였는데, 바돌리오는 이탈리아의 추축국 탈퇴와 나치 독일에 대한 선전포고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항복 선언을 준비하고 있었다.무솔리니의 운
국사 교과서를 떠올려보니, 1974년생인 나는 중고등학교 때 한 가지의 정해진 교과서로 배웠었다. 국사선생님들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중립적인 것 같은, 감정이 없는 사람들 같았다. 화도 내지 않고 기뻐하지도 않았다. 목소리는 언제나 가라앉아 있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은 그랬고, 다시 보니 이유가 있어 보인다. 얼마 전에 수능시험도 있었다. 그래서 나도 떠올려보니, 마지막 학력고사(92년)를 쳤던 나는 암기과목에서 큰 실패를 봤었다. 특히 국사와 화학, 생물을 그야말로 완전 ‘조졌다.’ 화학, 생물은 그렇다 치고 국사는 왜 그렇게 도무지 안 외워졌는지 모르겠는데, 뭐 맥락을 읽지 않는 암기위주의 교육 방식 때문이었다는 변명은 하고 싶지 않다. 그 와중에도 국사는 이야기라며 맥락도 잘 꿰며 공부하던 훌륭한 친구
신생 군소세력이 당명을 주워가버린 건 민주당만이 아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개정하자 한나라당 이름을 주워버린 세력이 있었다. 비례대표 기호 20번 한나라당은 1%라는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당명 ‘알박기’에 당한 당에는 통합진보당도 있다. 약칭을 ‘진보당’으로 정하려는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떡하니 ‘진보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등록되어 있었다. 이 창준위를 신고한 대표자는 옛 민주노동당의 한 당원이었다.처음 통합진보당이 출범했을 때는 진보신당이 반발했다. 언론이 통합진보당을 줄여 표기할 때 ‘진보’라고 쓰는 것도 진보신당(현 노동당)을 자극했다. 진보신당이 정당명부 득표율 2% 미만을 얻어 등록취소당하자 통합진보당은 얼른 ‘진보당’ 약칭을 쓰려 했지만 ‘진
대중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시도되는 정치 전략은 ‘정치와 대중의 괴리’ 그리고 정치인과 시민의 거리를 벌리는 일이다. 시민들은 정치권의 추태와 부조리를 보며 정치인은 자신과 아예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특히 소거되는 것은 바로 정치의 유머, 유머의 정치다. 그러나 정치 유머, 유머러스한 정치가 우리의 입길을 타지 않는 원인이 단지 시민들의 정서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정치권은 웃음을 타고 퍼지고 흐를 만한 사연을 그다지 생산하지 못했다. 이승만, 박정희가 등장하는 유머를 접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외국에서는 정적 사이에도 오가는 유머를, 이 땅의 권위주의와 엄숙주의가 짓이겨 놓았다. 그들의 뒤를 이은 독재자 전두환이나 전씨의 그 뒤를 이은 노태우에 관한 유머는 제법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