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이 지나가며 급해지는 내 마음을 붙잡기엔 쿠구구콰쾅! 심장의 소리가 엄청나다. 천둥소리를 닮은 소리가 번개처럼 내려꽂힌다. 내 가슴으로 말이다. 이젠 움직여야 했다. 마치 그리스 신화 속 제우스로부터 부여받은 임무처럼 너무나 강렬하다. 그러니 이것으로 또 하루의 시작은 봄바람을 휘날리며 숲길을 걷는 것이다.2월로 들어서면서부터 변산바람꽃이 피어나고 있었던 모양이다. 변산바람꽃을 지키기 위해 사방에 진을 쳐놓은 곳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 너머로 다가가고 있는 순간이다. 몽글한 조그마한 구름이 내려앉은 듯 보였다.바람도 그냥은 지
‘정인아 미안해’. 학대로 죽은 아이를 살려내라며 울부짖는 사람들의 모습이 의아함을 자아낸다. 이 사회가 이토록 아이들을 끔찍이 위하는 곳이었던가. 그런 곳에서 아동 학대는 왜 숨 쉬듯 일어나는 것인지. ‘아직 죽지 않은’ 아이들의 고통에는 더할 나위 없이 무심한 사회가 죽은 아이에게 보내는 통곡은 어쩐지 네크로필리의 냄새가 난다. 극단적이고 예외적인 경우만을 지칭하는 학대의 개념은 정상적인 삶의 방식으로 자리 잡은 만연한 학대를 보지 못하게 만들고 그것이 학대가 아니라는 착각을 일으킨다.고등학생을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는 대학
고 최숙현 선수를 죽음에 이르게 하고 직장운동부 선수들을 폭행해온 감독과, 주장 선수 등에 중형이 선고됐다.29일, 대구지방법원 형사합의 12부(재판장 이진관)는 경주시 트라이애슬론 선수단 김규봉 감독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주장 장윤정 선수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5년 동안 아동 관련 취업제한을 명했다.또한, 가혹행위에 가담한 선배 선수 김도환에게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의 아동학대 예방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3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다”(공혜정, 2018)를 읽고 눈물이 흘렀다. 논문은 1964년 미국 인권의료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던 사람을 중심으로 고찰한 내용이다. 인종 간 차별, 의료서비스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의료서비스는 인권임을 주장하며 관심과 활동 영역을 넓혔던 기록이다. 이렇게 공감되는 글이라니. ‘의료서비스는 인권’이라는 슬로건이 당시 미국의 인종차별로 인한 흑인의 의료접근성에 대한 지적이라면, 2021년 대한민국에선 지역 격차로 인한 불평등과 미충족 의료에 관한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시대가 흘러도 인권은 여전히 멀게 느껴
이혼소송을 위해 사무실을 방문하는 의뢰인을 만나면, 먼저 하는 이야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1.“혹시 배우자가 폭행을 하였거나, 부정행위(바람)를 한 사실이 있나요?”만약, 위와 같은 사유가 있으면 이혼소송을 바로 시작합니다.그러나 위와 같은 사유가 아니라, 성격 차이 등을 이혼 사유로 이야기하면,“민법상 재판상 이혼 사유가 있어야 하고, 성격 차이 등은 상대방이 이혼에 부동의를 하는 경우 법정에서 이혼이 성사되기가 어려울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부부 상담을 해보신 적은 있으신가요?”만약 없다는 답변을 하면,“만남도 소중하지만,
치열하게 하루를 또 한 달을 살아가셨겠지요. 2020년 저의 서른다섯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많이 웃었고, 부조리한 세상에 저항도 많이 했고, 또 답답한 마스크에 적응하는 그런 한 해였습니다.첫 문단을 쓰고는 SNS를 2020년 1월부터 돌려보았습니다.요즘 읽고 있는 책은 “도덕적인 인간은 왜 나쁜 사회를 만드는가”입니다. 2020년 첫 책은 백남기 농민 투쟁 기록인 “아스팔트 위에 씨앗을 뿌리다”였네요.2년 임기의 아파트 동 대표 일이 곧 끝난다며 신나서 썼던 포스팅도 있네요. 하지만 지금은 4년 차 임기를
2년 전 그곳. 초여름 바람이 선선하게 불던 날이었다. 하얀 천막 위로 포근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돗자리에는 김밥과 빵, 커피가 여기저기 놓여 있었고, 주위에는 알록달록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천막 바깥으로는 연녹색의 나무들과 뭉게구름 몇 점이 보였다. 잠시 눈을 감으면 마치 소풍에 온 것만 같았다. 눈을 뜨고 천막 앞에 놓인 글자들을 읽기 전까지는 정말 그랬다. “부당징계 반대한다”, “징계 이후 한동대는 깨끗해졌습니까?”, “학교는 헌법 위에 있는가. 헌정 질서 준수하라”, “폴리아모리를 이유로 내쫓을 수
코로나19는 우리 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팬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 곳곳마다, 분야마다 혼란이 컸지만 그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는 역시 교육이었습니다. 개학 연기를 여러 번 거치고 등교하고 나서도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유례없던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지금 시대가 지닌 모순을 지적하며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제시했지만, 감염병 사태에서 여실히 드러난 교육문제와 현실을 마주하며 공교육의 역할에 대해 다시 질문을 던집니다.1. 공교육과 학교의 역할아이들이 학교에
경주푸른마을, 혜강행복한집, 영덕사랑마을 등 경북 도내 사회복지시설 인권유린 문제가 잇따르는 가운데, 경주에서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경북시민인권연대회의(준),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13일, 소노벨 경주 에메랄드1홀에서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한 경북지역 토론회 - 탈시설, 존엄한 삶을 묻다’를 개최했다. “시설 수용은 제도적 차별이자 학대”첫 번째 발제를 맡은 김재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는 “존엄한 삶을 위한 탈시설”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활동가는 문재인 대통령이
1.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처음 접했을 때1995년 11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이 전태일 열사 25주기를 맞이해 개봉했다. 전태일 열사 기념사업회가 공동제작에 참여한 이 영화는 상업적 흥행과 평단의 호평을 거두며 그해 한국 영화 대표작 중 한편으로 회자되었다.사회적 소재로 노동 문제를 다룬 영화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같은 위상을 가진 작품은 그 후로 25년 동안 등장한 적이 없었다. 대체 그 시절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그해 5월, 대구 경북대학교 대운동장에서는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
“너도 그 뭐 성소수자, 그거냐?” 아빠가 물었다. 마치 밥은 먹었냐고 묻듯이 가볍게. 아빠는 경상도에서 나고 자란 ‘베이비부머’ 세대의 60대 남성,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일관된 정당을 지지하며 오랫동안 대형교회에 다니던 사람이다. 평소 ‘잘 지내고 있냐, 졸업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냐, 미래 계획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주로 하던 아빠는 비슷한 뉘앙스로 내가 성소수자인지 물었다. 그때 아빠의 질문과 나의 대답 사이에 흐른 찰나의 순간이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을 기억이 될 거라는 걸, 나는 직감했다.재작년
지난 10월 29일 경북 봉화군 옥방이라는 마을에서 한 아이가 크게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29일 오후 4시 30분경 하굣길에 친구들, 동생들과 함께 걸어오다가 밑으로 떨어지는 아주 마음 아픈 사건이 발생하였다.사고 원인을 내가 직접 확인하지는 못하였지만, 주위 사람들 말에 의하면 아이가 떨어진 장소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큰 덤프트럭이 거기 다니기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바리케이드를 치웠다고 한다.바리케이드만 있었더라면 아이가 다치는 일도, 가족이 마음 아픈 일도, 주위 사람들 마음 아픈 일도 없었을 것이다.좁은 도로
1. 잭 런던과 그의 소설 이야기 잭 런던(Jack London, 1876~1916)은 20세기 미국을 대표하는 소설가의 일원이다. , 등 지금은 고전에 반열에 오른 장편 소설과 , 같은 명작 단편을 남겼다. 원래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에 유년시절 공장에서 일하고 청년기에 금광 붐이 일었던 클론다이크 지역에서 몇 년간 골드러시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후 인기작가로 부와 명성을 얻었지만 가혹했던 노동환경에 대한 기억은 그의 작품세계 속에 사회개혁과 반자본주의적 성향을
지난 추석을 맞아 평소에도 이미 만연하던 가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더욱 활개를 쳤다. 명절을 늘 따라다니던 가족갈등과 스트레스는 위선적 포장의 내부를 들추는 역할을 해왔는데, 전염병 상황은 이마저도 ‘합법적으로’ 피해 갈 수 있는 명분을 주었다. 가족에 최우선의 가치를 부여하는 오랜 전통과 체화된 문화는 지적,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가장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제1원칙이다. 가족이라는 성역 앞에서는 모두가 비슷한 꼴이 된다.사회적 성공을 향한 기나긴 행렬의 구성원들은 각기 다른 몫을 차지하지만, 부와 권력을 얻으려는 근본적 이유이자 목적
그것이 당도했다. 아니 1월 20일,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내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냄새도 없이, 멋진 모자도 없이, 접촉하는 사람들의 숨결 사이로 은밀하게.우리 마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것은 그로부터 한 달 후쯤. 매화 소식이 남쪽에서 올라오고, 아이들은 방학이 지겨워질 때였다. 한 종교단체에서 확진자가 쏟아져 나왔고, 정치권력과 연루된 비리들도 줄줄이 드러났다. 그것과의 접촉, ‘감염’은 ‘죽음’이라는 공포를 일깨웠다. 공포는 고정관념과 삶의 습관을 깨고 다른 방식을 요구했다. 숨결을 나누는 다정한 포옹은 이제 위험했고,
명절이 괴로운 청년 세대들음력설과 함께 한 해의 양대 명절인 추석이 곧 다가온다. 하지만 올해 구정을 넘기자마자 창궐한 코로나19의 여파로 근래 보기 드물게 사람들의 이동이 적은 명절이 될 듯하다. 용돈만 보내라는 전갈이 시작되고, 코로나 이후 온라인을 이용한 택배는 오히려 늘어가니 사람 대신 금전과 재화만 오가는 명절이 될 것도 같다.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며 고립으로 인한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도 추석 귀성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었음을 반기는 속내도 젊은 층에서는 만만치 않다.
경산마을학교는 지난 8월 31일 “생활 속 거리 두기, 거리 속 마음 주기” 포스터와 홍보영상 제작을 마무리했다.경산마을학교는 경산지역 청소년과 함께 생활 속 거리는 지키고 마음의 거리는 좁힐 방법을 찾기 위해 “생활 속 거리 두기, 거리 속 마음 주기” 사업을 지난 5월부터 시작했다.“생활 속 거리 두기, 거리 속 마음 주기” 사업에 참여할 마을단체를 모집한 결과, 백천동에서 남천지역아동센터, 옥곡동에서 해피스쿨지역아동센터, 와촌면에서 경산시농촌보육센터, 진량읍에서 진량초등학교 돌봄교실이 참여했다.참여 단체에 경산마을학교가 도화지
생각해보니 살면서 독서모임에 나가 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주변에 그런 모임이 없었던 것도 아닌데 선뜻 참여하지 못했다. 지금에 와서는 후회가 드는데, 이제는 참여해보려고 해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된 상태라 조심스럽다(물론 온라인 모임으로 진행하는 곳도 있긴 하지만). 당시에는 책을 읽고 생각과 마음을 나누는 즐거움을 잘 몰랐고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나에게 책 읽는 모임이란 순서에 맞춰 책 내용을 발제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었으니, ‘읽어야 할’ 책을 읽는 모임이 아닌 독서모임은 아득할 뿐이었다. 북스타그램을 시작하고 나
16일, 경산이주노동자센터(소장 안해영)는 경산시장 일대에서 ‘이주노동자 억압하는 고용허가제 폐지! 이주노동자 노동권리 보장! 캠페인’을 진행했다. 경산이주노동자센터 이주노동자 모임 대표 후세인 씨는 “고용허가제 시행 16년이 되었다. 공장을 맘대로 바꾸지도 못하고, 사장의 동의가 있어야만 공장을 옮길 수 있다. 퇴직금도 자기 나라 가서야 받을 수 있다”라며, “고용허가제가 폐지되고, 이주노동자가 차별받지 않고 일할 때까지 캠페인을 계속할 것이다. 차별 없이 일할 수 있게 많이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우즈베키스탄에서온 라순 씨는
포항시와 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이 다원공동생활가정(아동보호시설) 내 아동 감금·학대 사건 제보자를 가해자로 내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 기사 : 학대 피해 장애아동, 소규모 보호시설에서 또다시 학대 당해)학대를 주도한 설립자가 책임 회피를 목적으로 제보자를 맞신고하자, 이를 근거로 두 기관이 ‘공익제보자 가해자 만들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14일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준)는 포항시청 앞에서 ‘포항다원공동생활가정 장애 아동 학대 사건 은폐! 공익제보자 탄압! 포항시 및 경북동부아동보호전문기관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참가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