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당시 고등학생이던 김다운 씨가 학교를 자퇴하고 지역의 여러 학교 앞에서 들었던 대자보의 제목은 이러했다. “나는 꼭두각시가 아니다. 그렇기에 실을 끊겠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실의 묵직함이 불현듯 감지될 때가 있다. 정해진 곳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자발적 움직임이 아니라 실들에 이끌려 어딘가로 처박히는 것만 같은 느낌이 꼭두각시의 그림자와 함께 불쑥 엄습한다. 실을 끊은 꼭두각시는 무엇이 되었을까, 꼭두각시가 아닌 그 무엇이 될 수 있었을까.같은 해, 의 저자인 김민섭 작가는 “나는 오늘 대학
21일, 고 김재동 사망 사건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위한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원회)는 경북 봉화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노조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욕설·폭언 등 직장 내 괴롭힘 끝에 뇌출혈로 숨진 환경미화원 고 김재동 조합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유족은 현장에서 배부한 ‘고 김재동 환경미화원 사망 사건 진상’이라는 문서를 통해 욕설과 폭언 등 반복되는 괴롭힘의 내용을 고발했다. 사용자 측이 노동조합 분회장이던 고인을 운전원에서 가로환경미화원으로 업무를 강제 변경하고, 임금을 차별하는
1_ 우리 곁에 스며드는 “욕창”의 악취 “욕창은 겉에서 봐서는 몰라요, 속이 얼마나 깊은지가 문제거든요”영화 의 전체를 관통하는 대사. 7월 초에 개봉하는 은 한국 사회와 현대 가족의 부조리한 부위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끄집어내 감춰둔 욕창을 관객에게 폭로한다.서울 연신내 호젓한 주택가에서 세 노인이 동거한다. 주인공인 ‘창식’은 퇴직 공무원이다. 창식에게는 뇌출혈로 반신불수가 된 반려자 ‘길순’이 있다. 창식은 길순을 돌보기 위해 중국동포 입주 간병인 ‘수옥’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항상 누워지내던
월성 원전 고준위핵폐기물 저장고(맥스터) 7기 추가 건설에 관한 공론화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원전소재공무원노동단체협의회(이하 공노협)는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 반출 약속 이행”을 산자부에 촉구했다.23일 공노협은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 방폐장 유치 경주시 주민 투표 당시 산자부가 2016년까지 고준위핵폐기물을 반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고준위핵폐기물 반출 의지조차 없이 맥스터 건설을 위해 경주시민과 울산 북구 주민의 안전을 담보로 ‘막장 공론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규탄
1_ 본격 ‘노동조합 일상물’“일상물”이라는 표현이 요즘 곧잘 쓰인다. 영화나 드라마, 만화 등 대중문화 장르에서 특별한 극적 전개보다는 작품 속 배경과 등장인물들의 생활상을 펼쳐 보이듯 풀어내는 스타일을 취하는데, 이를 통해 소소한 잔재미는 물론 번잡한 삶에 지친 이들에게 간접적인 슬로-라이프를 선사하는 식이다.이번에 소개하려는 장윤미 감독의 2019년 작품인 본격 노동 다큐멘터리 는 노동조합 활동 일상물이다. 이 일상물은 흔히 대중문화에서 통용되는 일상물의 구분과 딱 들어맞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구미의
※ 경산이주노동자센터에서 운영위원으로 활동 중인 안해영 씨는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 시행 첫 해에 한국에 와서 21년 동안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살았습니다. 코로나19로 해고를 겪으면서도 이주센터 활동을 챙기는 그는 고민이 많습니다. 뉴스풀에서 안해영 씨를 만나 인터뷰 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코로나19로 경산은 특별재난지역이 됐는데, 어떻게 지내셨나요?코로나 때문에 저번 달, 4월 25일부터 실직자 됐잖아요. 알바까지 했었는데 알바가 먼저 끊기고, 원래 다니는 직장도…. 제가 4대 보험 넣은 게 없어서 아무것도 없어요. 4대
매년 세계노동절에 참여했다. 해마다 꾸려져 두 달여간 가열하게 투쟁하는 4·20 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이 이날 장애인 노동권 쟁취 결의대회를 하고 해단식을 진행한다. 그동안 노동절 집회에 참여하면서 뭔가 답답함을 느꼈다.나도 노동자인데 이 사회는 날 왜 노동자로 인정해 주지 않지? 왜 만국의 노동절인데 장애인 노동자들은 연대의 틀 속에서만 행동해야 하는 거지? 여러 생각 끝에 ‘장애인도 노동자’라고 외치며 주체적으로 참여할 길은 노동조합뿐이란 결론에 이르렀다. 장애인노동조합은 2년간 준비를 거쳐 지난해 11월 13일 전태일 열사
1_ 최창환 감독의 제주도 정착 후 첫 ‘영화’전작이자 감독의 첫 장편 (2018)까지 대구를 배경으로 소외된 자들의 노동에 관한 일련의 작업을 해 온 최창환 감독은 제주로 어느 날 훌쩍 떠났다. 김녕 바닷가에서 생계를 위한 부업을 이것저것 하며, 여전히 대구와 제주를 오가는 작품 활동을 한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표로서 지역 독립영화 “씬”을 챙기며 활동 폭을 넓혀가는 중이다.태어나고 자란 익숙한 지역을 떠나 새롭게 정착한 제주가 감독의 작품세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 것인가는 최창환 감독의 영화를 주목한 이들에
반갑습니다.직접 찾아뵙지 못하고 이렇게 글로 전해 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함께 가치 있는 세상을 위한 목소리를 멈추지 않는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었습니다.세월호 참사 피해 당사자이며 생존자인 김성묵입니다.저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곳에 있었습니다. 저뿐만이 아닌 국민 모두가 소중한 생명이 죽어 가는 모습을, 죽임당하는 모습을 생방송으로 보고 들으며 그곳에 있었습니다. 국민의 죽음 앞에 자신들의 안녕을 걱정하며 보고 체계와 책임회피를 핑계로 구조할 수 있는 시간을 허비하고 지켜만 보고 있던 해경과 구조세력들…. 우리 모두는 죄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북의 평범한 역사 교사입니다. 예기치 않은 전 세계적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전무후무한 온라인 개학을 하고, 하루하루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기도 벅찬 이 시기에 아무 인연도 없는 남의 학교 교문 앞에 와 있는 것이 참 서글픕니다. 이 시점에 기억에도 가물가물한 국정 역사 교과서를 다시 떠올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2018년 중·고등학교 현장에 차례로 2015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되었습니다. 대부분의 교과가 새로운 교육과정에 들어가 새로운 교과서로 공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사 교과는 예외였습니다. 2019
정의당 경주시 국회의원 기호 6번 권영국 후보는 10일 12시, 중앙시장사거리 권영국 선거사무소 앞에서 ‘걸어서 경주! 민생 살리기 254,441 발걸음(이하 민생대장정)’ 출정식을 열고 본격적인 민생대장정에 나섰다.출정식에서 권영국 후보 선거대책본부 김병일 본부장은 “경주를 책임질 후보를 선출하는 사전투표가 시작됐다. 30년 동안 뽑았던 사람들이 경주를 퇴보시켰다”라며 “기득권 정치에 맞서 경주시민을 위해 정치할 기호 6번 권영국 후보에게 힘을 모아 달라”고 부탁했다.권영국 후보는 “경주 시내 전역을 순회하며 위기의 경주를 살릴
1일 경주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용산참사진상규명및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이하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는 21대 국회의원 선거 경주시 선거구 후보자로 미래통합당이 용산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인 김석기 의원을 공천한 것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김석기 후보 선거 사무소 앞에서 열린 이날 기자회견에는 약 100여 명의 경주시민과 용산참사 유족, 시민사회 단체 회원이 참석했다.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조희주 대표는 “경주시민들이 정말 많이 와 주셔서 고맙다. 김석기가 더 이상 국회로 진출할 수 없겠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용산참사 아니 용산학살 11
1. 전염병의 광풍이 끝나고 나면 다가올 것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시절이지만, 사실 인간의 역사는 수시로 거대한 ‘역병’과 함께해 온 역사이기도 하다. 페스트, 콜레라, 스페인 독감, 에볼라, 에이즈, 신종플루, 메르스…. 세균과 바이러스 등 발병원은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인간이 다른 동물들을 사육하거나 인간이 접근하기 쉽잖은 자연계를 개척 혹은 파괴하면서 일어난 현상들이다. 먹거나 이용하기 위해 가축화하는 과정에서 해당 동물 특유의 전염성 질병에 노출되거나, 인간이 예전에는 쉽게 접근하기 힘든 환경에 굳이 진출하면
1_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이후 10년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다. 그리고 다음 날, 지진의 여파로 일본 동북지역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고가 터지고, 25년 전인 1986년 당시 구소련에서 있었던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에 버금가는 7등급의 위기 상황이 지속된다.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원자력의 통제 불가능한 공포를 상징하는 단어들, “히로시마”, “나가사키”, “체르노빌”의 반열에 “후쿠시마”가 추가되던 순간이다. 그리고 어느새 사건 발생 10년째를
지난 1월,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기자와 인터뷰에서 “석포제련소의 오염수가 기계적 결함에 의해 저장소 바깥으로 약간 흘러나갔다가 신속한 조치로 다시 들어왔다. 낙동강으로는 한 방울도 흘러나가지 않았다”며 “이 사실을 알면서도 환경부가 지나치게 가혹한 조치를 취한 것 같다”고 말했다.2017년 지방선거 때 영풍석포제련소가 폐쇄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했던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당선되고 나서 생각이 달라진 것 같다.환경부가 경상북도에 신청한 영풍석포제련소에 대한 120일 조업 정지 건의 표류 일지는 다음과 같다. 1. 지난 20
30일 오후 2시,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 제2민사부(판사 임영철)는 허가받지 않은 학내 페미니즘 강연회 개최에 참여한 한동대학교 학생 A 씨에 대한 무기정학처분은 무효라고 판결했다.재판부는 학교의 허가 없이 강연회를 개최한 것은 ‘징계 사유’이며, 학칙상 ‘허가 없이 집회를 주동한 자’는 무기정학 징계 대상이지만, 단순 참가자인 원고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한 것은 비례의 원칙 위반이자 재량권을 남용한 위법이라고 밝혔다.학교가 주장한 ‘교직원에 대한 불손한 언행’, ‘강연회 생중계 및 피켓을 통한 학교 명예훼손’, ‘학교 비판 언론 인
1_ 끝나지 않는 전쟁과 영화 가 개봉했다. 시리아 내전의 최대 격전지 중 한 곳인 알레포에서 민주화 운동을 하면서 만난 부부가 딸 ‘사마’를 낳고, 참혹한 전쟁 와중에 아이가 자라는 풍경을 담은 다큐 영화다.영화 속에 담긴 내전의 잔혹함과 그 상황에서도 깊게 배어나는 가족애에 적잖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라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 속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고통을 받는 시리아 내전 상황에 대한 국내의 관심과 인식은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내외 영화제에서 최근 몇 년간 시리아 내전을 다룬 작품들은 꾸준
평등포럼(대표 이전락)은 창립 10주년을 맞아 ‘평등노동자상’을 제정하고, 1월 31일까지 수상 후보 추천을 공모한다. 첫 번째 수상자 공모에 나선 평등포럼은 “가장 열악한 경북 지역에서 비정규직, 여성, 장애, 청년 등 노동자의 권익 향상에 기여하신 분을 추천해 달라”라고 전했다.2006년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 파업 투쟁 당시 이지경 노동조합 위원장이 2007년 5월 제2회 ‘들불-윤상원상’ 수상하면서 평등포럼은 활동을 시작했다.들불열사기념사업회는 이지경 위원장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로 ‘2006년 포항지역건설노동조합의 파업 투쟁
1_ ‘문제적 인간’, 마가렛 대처‘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는 수많은 ‘적’들과 항쟁하며 1979년에서 1990년까지 12년간 장기집권한다. 대처는 신분제는 고수하면서도 봉건적 영주의 온정으로 평민들을 대하던 전통적 보수를 뒤엎었다. ‘아서 왕’이라 불리던 광산노조 위원장 아서 스카길과 정면으로 충돌해 훗날 “빌리 엘리어트”로 기억되는 파업을 분쇄했으며, 부족한 정통성과 국내 문제 회피를 위해 아르헨티나 군부독재 정권이 어설프게 벌인 포클랜드 점령을 외교적 해결 없이 전면전으로 희생을 무릅쓰고 치러냈다. ‘영국병’이라 불리던 장기
그 하늘을 만나는 설렘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되도록 많은 분께 말입니다번역이 완성된 PDF 파일을 공개하는 데 사실 마음에 걸리는 게 한 가지 있었습니다. 제가 만든 문서들이 해적판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죠. 딥스카이 원더스를 번역하고 문장을 가다듬었던 지난 3년간 노력을 해적판으로 마무리하자니 저 자신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리고 한 가지 더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어쨌든 온라인상에 PDF 파일을 풀어놓으면 유용하게 사용하실 분들은 분명 있으실 겁니다. 딥스카이 원더스는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니까요. 하지만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