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고위 책임자들의 행동 중에서 한 가지 특징이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이 아닐까?시간이 지날수록 정당 간의 싸움박질 수준이 날로 흉포화하고, 그 말의 정당함을 주장하기 위해 장관들이 자신에게 주어진 직을 담보하면서 문제를 제기한 상대방을 정치적인 술수 내지는 고의로 폄훼하는 것이라 욕하는 모습을 거듭 본다.며칠 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에 관한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수사 결과 제가 김건희 여사 땅이 있다는 것을 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인지하는 게 있었다고 한다면, (중략) 또는 이와 관련해
책장 뒤에 쌓여있는 책 속에서 한 권을 꺼내 먼지를 털고 다시 펼친다. 가슴속에 치밀어 오르는 한을 알아주시는 듯 작가의 말이 귀를 떠나지 않는다. 소설가 박경리(1926~2008년)가 생전 일본에 관해 썼던 글을 모은 책 ‘일본산고’(日本散考)마로니에북스·2013년)다.특히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챕터의 말이 강하게 다가온다.‘한 시절 전만 해도 조선인은 우리 앞에 우마(牛馬)나 다름없는 존재 아니었나. 이제 와서 제법 사람 노릇 한다. 도저히 보아줄 수 없군’…… (이런 일본인들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우리
매월 일정한 월급을 받던 곳을 떠난 지 꼭 3개월이 되었다. 20대 후반부터 YMCA에서, 복지 재단에서, 대학에서, 시(市)의 산하기관에서 40년하고도 5년이 흘렀다. 지난 시간은 그동안의 습관, 생각의 방식, 심지어 행동까지 짜인 틀에 갇힌 모습이었다. 그 후 내 마음을 채운 말은 한마디로 ‘막연하다’라는 것이었다. 메여있다 풀려난 새의 자유로움을 느꼈으나 실상 열흘이 지나자 이전 매일의 삶에서 과연 ‘무엇’이 오늘의 모습을 만들고 있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시간이 찾아왔다. 정년 퇴임한 친구들보다 5년 정도 더 일하였지만, 지금
지난달 말 김장호 구미시장은 전 박정희 대통령의 추모관이 ‘격에 맞지 않게 협소’하고 올라가는 ‘길이 비탈져 안전에 위협’을 받기에 1,000억을 들여 새로운 숭모관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870억 원을 들여 만든 새마을 테마공원, 박정희 역사자료관(160억 원), 민족중흥관(50억 원) 등과 연계한 관광 연계 벨트를 만들겠다고 했다.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다음 날 2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구미를 방문해 박정희 대통령 생가를 찾았다. 윤 대통령은 박정희‧육영수 영정에 헌화하고 민족중흥관을 관람했다.(신아일보) 비록
구미시가 전국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중앙지, 지역 소식지 가릴 것 없이 구미시민들이 분통을 터뜨린다고 아우성이다. ‘경북 구미시가 배낭여행을 떠나는 직원에게 수백만 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경향신문, 2023.01.11.)더구나 ‘경북 지역 중 부채 최고 수준’의 구미시이면서 내년 예산 3조 원을 준비하면서 전 연도까지 진행되어오던 사업 예산을 반으로 줄이라고 하여 반발을 사면서도 경제 최고, 박정희 우상화에 깃발을 내세우던 젊은 시장(?)이 낡아빠진 목소리를 내고 있다.구미시
팬데믹이라는 인류가 감당하기에 벅찬 시련 이후(아직 끝난 것은 아니지만) 인간에게 닥쳐온 의제가 있다. 지금까지 문명의 발전, 성취 나아가 한마디로 ‘효율성’이라 정의할 수 있는 소비와 생산을 최적화하여야 한다는 진보의 시대는 이제 종언을 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 진보(발전, 발달)의 시대는 회복력(resilience) 시대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제러미 리프킨은 ‘재 야생화되는 지구에서 생존을 다시 생각한다’는 부재가 붙은 『회복력의 시대(The Age of Resilience)』에서 생존을 위해 지금까지 정치, 경제
소설 『마지막 섬』(쥴퓌 리바넬리 著)은 자연의 힘이 저항의 주체가 되어 하나씩 망해가는 그리하여 천국과 같은 섬이 참혹하게 지옥의 변해가는 모습을 그린다. 소가구가 소유권의 다툼도 분쟁도 없이, 제제도 제약도 경계도 없이, 그렇다고 내 것, 네 것 나누지도 않던, 비둘기들이 원래 주인이었던, 자연 그대로 더불어 살았던 평화로운 모습이 권력을 가진 자의 추악한 무지와 무례함으로 파괴되고 필연적으로 모두가 죽어가는 지옥의 섬으로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다.그러면서도 책에서 말하듯,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공동체를 어떻게
멀리 갈 것도 없다. 하루가 멀다고 터지는 대형 참사가 이제는 일상이 되는 느낌마저 든다. 그만큼 무감각했거나 무덤덤해지는 암울한 사태가 또 벌어질까 두려우면서도, 점쟁이도 아닌 전문 경영인이 말한 내용이 자꾸 떠올라 머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아직 흘러내리는 상처의 흔적이 아물지도 않았는데, 어느 하나를 소홀하게 취급할 수 없는 악독한 재앙이다. 당한 희생자의 아픔과 재산 손실은 서민들 모두를 울리기에, 충분한 것이었다.이번 이태원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150명이 넘은 젊음에게 어떤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이 아픔이 사라질꼬? 세월
대통령 정약용.소설가가 아닌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이 쓴 장편소설의 제목이다. ‘시간을 거슬러 온 조선의 다빈치, ‘실학 21’로 대한민국을 세계의 중심에 서게 하다’라는 부재가 붙어있다.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다산이 강진에서 해배 된 후 18일 동안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이 되어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미래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과 지금 우리의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모든 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르쳐준다.책에는 이종령 송부령 도호의 부임 편지가 나온다.“목민을 맡은 자/ 네 가지 두려움이 있다./ 가장
말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학생이 그린 웹툰에 대하여. 대통령의 후보 시절 약속마저 뭉개는 판인데. 사람은 어떻게 자기 영역을 지키는가? 강아지가 소변으로 영역을 표시하는 것처럼 사람도 자기 나름의 영역을 지키려는 것은 아닌가? 자리가 비어있는 넓은 곳에서도 구석, 창가가 가장 선호하는 곳이 되고, 빈 좌석에 한 자리만 앉으면 충분한데 옆자리에 물건을 놓아두어 자신의 자리라는 영역을 표시하는 것, 그것을 자신의 것처럼 내 영역임을 나타내는 것. 모두가 인간이 가진 영역 표시의 한 방식이라고 심리학자들은 말한다.또 사람이 자기 영역을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은 고대 중국의 민요 형식의 시 모음집인 ‘악부시(樂府詩)’ 군자행(君子行)에서 나온 말이다. 군자가 행하여야 할 도리에 대해 읊은 구절 중에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이 나온다. 오이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라는 말이다. 그만큼 군자라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짓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2022년 9월 21일 자 영남경제신문은 1면 머리에 ‘김장호 구미시장, 경북도 예산으로 사전선거 홍보 논란’이란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김 시장이 경북도 홍
당신이 가파르고 굽은 길을 따라 운전한다고 상상해 보라. 대낮이 아니라 어두운 밤에 말이다. 안전을 위한 가드레일이나 추락에 대한 경고 표시판도 없다. 자동차의 전조등은 고장 나 깜빡거리고 있을 뿐이다. 언제라도 도로에 바큇자국만 남기고 협곡으로 떨어질 수 있다. 차 안에 사람들은 혼란과 공포에 휩싸여 있을 것이고 뒷좌석에 아이들은 계속 비명을 지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속도를 줄이며 가장 안전한 방법을 찾아야 할 텐데 무슨 확신이 있는지 당신은 어둠 속에서 이리저리 부딪치기를 반복할 뻔 속도를 줄이려 하지 않는다. / P14 어
내용과는 전혀 관련이 없지만 1990년대 이문열 작가의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라는 소설 제목이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그런데 지금, 밑도 끝도 없이 추락하는 데 남아있는 날개 잔뼈마저 부러뜨리려는 추악한 일들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 그러면서도 50년 전의 일을 상기시키면서 악착스레 다시 날 수 있다고 여기저기에서, 이런저런 모습들로 바람 빠진 풍선이지만 하늘로 올라갈 것이라 외치고 있다.지난 8일 오전 7시 30분 구미 상공회의소에서는 구미지역의 유지, 특히 건축 계통이나 상공인, 그리고 소위 잘나가는 사람 100여 명을
일국의 장관(그것도 부총리급)에게 ‘님’이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음에 대해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고교 10년 후배에게, 경제학에 문외한인 70대 노인이, 대한민국 최고의 학부를 나와 미국에서 경제학을 전공, 이후 대한민국 경제 분야에서 실무를 다듬은 수재에게 대한민국의 경제정책을 왈가왈부한다는 것은 바둑 18급이 국수전에 훈수를 두는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표된 경제정책에 대해 한마디 할 수밖에 없다. 그가 만든 정책이 심각을 넘어 ‘감세 좀비’(『폴 크루그만, 좀비와 싸우다』, 폴 크루그만, 부키, 2022.7)임을 일
제8대 구미시장이 취임했다. 구미에서 태어난 금수저로 미국에서 공부했고, 행정고시 출신에다 경북도와 청와대, 다시 경상북도의 요직을 겪은 소위 찬사를 주로 하는 사람에 따르면 ‘당장에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철저하게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이다.더구나 식장 여기저기에서 수군대는 이야기, 즉 인간적인 면에서 들리는 말들 또한 민망할 정도의 상찬이 가득하다. 재력이 있던 부친은 공무원이 된 아들(신임 시장)에게 돈이 필요하면 아버지가 채워주겠으니 공무원으로 받은 월급은 이웃에게 쓰라 할 정도였고, 따라서 이웃에게 참으로 착하고 선했다는
파고노믹스라는 말을 들어보셨는가? 돈으로 모든 것을 만들 수 있고 결국은 파멸에 이르는 내용의 미국 드라마 제목 와 경제학(Economics)이라는 말을 붙여 만든 합성어다.범죄드라마 제2부에서는 1979년 ‘노스다코다주 파고’에 거주하는 평범한 한 가족이 캔자스 주에 있는 악명 높은 범죄조직과 맞닥트려 풍비박산이 난다. 이러한 파국을 담당했던 조직배 마이크 밀리건은 파고의 가족을 쓰러뜨린 대가로 상을 받겠거니 기대하며 폭력단 본부에 들어간다. 상급자는 ‘보상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회계사 사무
지난 6월 16일 윤석열 정부는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제시했다. 후보자 시절부터 경제에 관련한 자유주의 성향의 말이 있어 짐작은 했지만, 발표된 내용은 지금 어렵게 살고 있는 서민의 아픔이나 생존과는 거리가 먼 것들 일색이어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즉 최근의 걷잡을 수 없는 생활물가의 상승과 고 금리(소위 스태그플레이션),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생활고(?)가 눈에 훤히 보이는 상황에서 윤 정부는 ‘저성장 극복과 성장-복지 선순환’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많은 언론이 한목소리로 과거 성장 위주의 정책 즉 ‘747’
2011년 1월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간첩으로 몰려 사법살인 당한 죽산 조봉암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국가변란과 간첩 혐의에 대해 전원 일치로 무죄를 선고했다. 1959년 7월 31일 이승만 정권의 사법살인으로 교수형이 집행된 지 52년 만에 일이다.“조봉암은 1958년 1월 민의원 총선을 넉 달 앞두고 간첩 혐의 등으로 불법 감금·기소됐지만, 1심 재판부는 간첩죄는 인정하지 않은 채 징역 5년 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의 압박을 받은 항소심 재판부와 대법원은 조봉암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재심 청구
1_ 재난: 천재와 인재 사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2년째, 여전히 전 세계는 이 ‘역병’의 멍에로부터 회복되지 못한 채 백신 보급으로 그 파괴력을 약화하는 데 집중하는 중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은 순식간에 많은 익숙하던 것들을 과거의 유물로 바꿔버렸지만, 현대의학의 발전으로 예전 전염병 사례에 비해 그 공포는 많이 줄어들었다. 말라리아나 콜레라, 천연두, 페스트(흑사병)들이 창궐했을 당시에는 ‘신의 징벌’이라고 밖에는 당시 수준에선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힘든 참혹한 결과를 불러오는 경우가 허다했으니. 기근 또한 과거엔 일단
전국의 시민사회, 종교계, 지역, 전문가, 정당 등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추진한 전국 공론화와 지역 공론화 무효를 선언했다. 이들은 공론화를 추진한 재검토위원회가 공정성과 투명성 등을 상실했으며, 산업부가 공론화에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 국정과제의 하나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수립한 고준위방폐물 관리 정책이 핵산업계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한 것이므로 재공론화를 통한 정책 재수립이 필요하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수용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