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6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주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의미가 큰 날이었던 만큼 대한민국 곳곳에서 그날의 참사를 기리는 행사가 있었고, 바로 전 주 토요일이었던 4월 13일에는 시청 앞 광장에서 4.16 기억문화제가 열렸습니다.행사가 열리기 한 달 전쯤, 4.16연대에서는 ‘내가 세월호를 기억하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시민 발언단을 모집했습니다. 저는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천체, NGC 4631’을 유족분들은 물론, 시민분들께 알릴 좋은 기회라 여겨 냉큼 지원했고 운 좋게도 시민 발언단에 선정되었습니다.
사월은 벚꽃이 아름답지만 내게 사월의 색은 단연코 연두이다. ‘완두콩의 빛깔과 같이 연한 초록색’ 연두를 사전에서 찾으면 나오는 풀이말이다. 사월의 나뭇가지는 완두콩처럼 여리고 푸른 새순을 가득 안고 있다. 갓 태어난 잎사귀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서 아기가 손가락을 펼치듯 하늘을 향해 힘껏 손을 뻗는다. 사월과 오월 사이, 연두는 초록으로 초록은 이내 녹음이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짙푸르게 변한다. 연두는 어린 시절처럼 어느새 자라 과거가 된다. 아직 코로나가 한창이던 이천이십일 년 봄, 나는 하나둘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즈음,
4년이 지났다. 다양한 이름 적힌 긴 종이에 인자를 찍는 총선이 돌아온다. 하루에 열두 번씩 오는 선거 유세 전화와 문자, 서로 공격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 매번 반복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얼른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국민에게서 나온 힘을 국민에게 쓰는 사람이 있길 바라는 마음과 우리의 목소리를 듣길 바라는 아주 실낱같은 희망으로 후보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을 골라보았다.인권, 기후위기라는 의제 그리고 안보달팽은 ‘코다’(청각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의 정체성으로 바라본 다양한 인권 이슈를 길지 않은 글로 엮은
경북 17개 시·군 상수도관에 수도법에 따른 인증을 받지 못한 부식억제 장비가 집중적으로 설치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수돗물 불신에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국민권익위원회(아래 권익위)가 제보를 받아 조사한 결과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증받지 못한 부식억제 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했다.28일, 권익위는 “전국 48개 지방자치단체가 2016년 9월부터 현재까지 「수도법」에 따른 인증을 받지 않은 부식억제 장비 502개를 상수도관에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권익위는 지난해 2월경 두 차
29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정신장애인 인권 토크 캠페인’을 진행했다.이날 행사에서 인권위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정적 선입견과 편견 해소를 위해, 정신장애인과 가족의 이야기와 일상, 활동 등을 담은 영상 20편을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인권위는 “이번 캠페인을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과 차별에서 벗어나 정신장애인이 동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우리 사회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리기를 기대한다”라며 “2024년에도 정신장애인 관련 캠페인을 다각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이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은 공무원이 공익신고자를 피신고자에게 알려준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했다.이에 대해 재단법인 호루라기 등 공익신고자 단체들이 재판부 결정은 ‘공익신고자 비밀 보장 의무를 저버린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라며 법원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또 공익신고 당사자와 장애인단체, 인권단체들은 검찰에 항소를 탄원하고, 검찰에서도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장과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는 등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지난 10일 대구지방법원 영덕지원 형사제1단독(판사 김선역) 재판부는 공무원들이 영덕사랑마을에
“한 의사가 매일 아침 출근 전 자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다. 그런데 의사는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의사의 아들이 맞다. 어떻게 된 일일까?”내가 만난 이백여 명 남짓의 열세 살 아이들은 이 수수께끼에 금세 ‘아이가 입양아다,’ ‘의사가 새아빠다’와 같은 답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의도된 정답이었던 “그 의사는 아이의 엄마이다”를 아이들이 상상해 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의사’를 생각할 때 우리 머릿속에는 가운 입은 남성의 이미지가 디폴트 값으로 번뜩 떠오른다. 비슷하게, ‘미국인’을 생각할 때 흑인-장애
매년 노벨문학상 시즌이 되면 누가 상을 받을지에 대한 예측 기사가 쏟아지곤 한다. 우리나라 작가나 이미 유명한 작가의 이름이 강력한 후보로 오르내리면 더 많은 관심을 쏟게 된다. 유명한 작가가 상을 받게 되면 독서인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책을 구매해서 읽어보는 것 같다. 마침 얼마 전 2023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올해 수상자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이다. 우리에게 친숙하지 않은 작가이지만 ‘노벨상 특수’가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번 호*에서는 권위 있는 상을 받은 작가와 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활동지원사 호텔비도 지출해야 해요?나의 이용자와 함께 타 지역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여행지에 아는 사람이 있어 그런지 이용자는 나에게 숙박비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다. 친구의 집에 초대되어 식사하던 중에, 활동지원사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며 초대자가 여러 가지를 물었다. 어쩌면 노동자보다 장애인이 더 친근한 초대자는 장애인이 여행하는 데 직면하는 무수한 문제에 더욱 공감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장애인이 여행을 갈 때, 같이 가는 활동지원사의 호텔비까지 장애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이냐고 물었다.누구나 그렇듯 장애인도 때로는
요즘 장애인이라서 느끼는 열등감인지 혼란을 느낀다. 눈에 드러난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드는 소외감이라면 익숙하다. 비장애인과 무림 속에 서 있으면 아주 사소한 것에 열등감이 느껴진다. 스스로 장애인이란 것을 느끼고, 다른 사람과 차이가 분명하게 있다고 인정한다. 지역사회에서 나름 비장애인과 다르지 않게 관계를 맺는다고 하지만 정말인지 의심 든다. 예를 들어서 길거리를 지나가면 사람들은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는다. 화장품 가게에서 홍보를 위해서 전단지를 나눠줄 때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건네주지 않는다. 비장애인과 있으면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 활동을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학생들을 제어할 수 있는 권리를 달라 했고, 학생들에 대해서 생활지도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로 보지 말아 달라고 합니다.그리하여 초중등교육법과 아동복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교사단체는 법 개정안의 통과를 요구하고 있고, 아동인권이나 복지를 다루는 시민단체들은 법 개정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최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은 명분이 없고 실효성도 없다는 성명을 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영화제 현장에서 사라진 감독의 이야기, 2023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작은 사건이 터졌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로 한 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전혀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영화 상영 후 부대행사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야 할 외국인 감독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고, 행사 진행을 맡을 예정이던 영화제 프로그래머만이 등장해 자초지종을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혼란은 가라앉았다. 프로그래머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한 사정이 너
지금의 학생들은 나중에 자라서 우리가 살게 될 이 사회를 만듭니다. 결국, 학생에 대한 권리 보호는 우리 모두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 환경에서 학생들의 다양성과 고유한 능력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대한민국 학교에 아래와 같은 여섯 가지 주요 개혁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 학생의 용모에 대한 모든 규정을 폐지해야 합니다. 한쪽에서는 학생의 용모에 관한 규정을 ‘빈부격차 해소’, ‘위화감 조성 방지’, ‘공동체 의식 강화’ 등 여러 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 중인 와중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터졌다. 한반도 자리에서 보면 모두 서쪽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한편, 지도를 돌려 보면 한반도 동쪽은 아직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전쟁의 리스크가 항존하는 지역이다. 따지고 보면 이스라엘이나 한반도나 분단 속에서 살아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스라엘과 한반도만 분단국가인 것은 아니다. 지중해 지역의 키프로스도 분단국가고, 러시아–그루지야 사이의 압하지야공화국도 남북으로 나누어져 있다. 하지만 앞의 지역들은 현재로서는 분단 상태를 극복하기에는 워낙
시월로 접어드니 일교차가 아주 심합니다.일교차가 심할수록 보현골 아침은 해발에 따라 풍경을 달리합니다. 아래쪽 마을은 자욱하게 농무에 갇혀있고 중산간은 어쩌다 한 줄기 안개가 산정에 걸려 있는 구름과 연결되는 듯합니다. 해가 뜰 무렵이면 아직 남아 있는 산 쪽의 푸름이 역광을 받아 거무스레합니다. 여름 동안의 푸름은 곧 서리를 맞이하고 초추의 양광에 잎이 붉게 익을 준비를 하겠지요. 드문드문 몇 호가 살고 있는 마을에는 사람들의 두런거림이 한 마장 거리에 살고 있는 내 집에 들리는 듯합니다. 요즘 마을 사람들의 주제는 야생버섯 이야
영상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2005년 6월부터 2007년 12월까지의 전 세계 해수면 해류의 흐름을 보여주기 위해 시각화 하여, 지난 2023년 5월 3일 공개한 자료이다. 여느 때보다 긴 한가위 연휴를 맞았지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고 했던 선조들의 염원이 무색해질 전망이다.일본 정부가 지난 8월에 이어 다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바다로 내보낼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지난달 24일,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에 저장되어 있던 134만 톤의 오염수를 바다에 버리기 시작했다.지난 방류는
화염으로 고발당한 사회시스템과 정의에 대한 불감증지난 26일 아침 추석 연휴를 앞두고 벼랑 끝에 몰린 방영환 택시 기사가 해성운수 회사 정문 앞에서 분신했다.방 기사가 남긴 글에 따르면 요구는 밀린 임금 지불과 택시 완전한 월급제 및 사주 정모 씨 처벌 등이다.지난 25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바로 다음날 방 기사가 분신했다. 방 기사가 임금 체불에 항의해서 사 측을 고소하고 나홀로 집회를 한 지 200일이 넘었지만, 양천경찰서와 고용노동부는 사 측의 손을
위기의 시대, 구원의 손길이 되어준 책이번이 다섯 번째 미국 방문이다. 공항에 착륙하는 순간부터 느껴지는 미국 특유의 빈틈없음에 조금은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무언가 명확한 목적지와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고, 그 압력을 개인이 그대로 받아내는 것이 ‘개인주의’였다. 처음 미국을 방문하였을 때의 위압감은 30대 한국인으로서는 감내하기 어려운 강도였다. 나름 작은 도시에서 전통적 문화를 접하며 살아온 나로서는 미국의 ‘거대한 파편’이 익숙하지 않고 생채기처럼 눈에 확 띄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몇 번의 방문 가운데, 소소한 합치를 경험
9월 25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폐암으로 진료받은 환자에 대한 통계를 발표하였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폐암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11만 6,428명이며 이는 2018년과 비교해 2만 5,236명 늘었으며, 5년 증가율은 27.7%이다.이중 특기할 만한 점은 남성보다 여성 폐암 환자가 더 빠르게 늘고 있는 점이다. 2018년 여성 폐암 환자 수는 3만 3,597명이었으나, 5년 새 1만 명이 늘어 지난해 4만 5,864명을 기록했다. 증가 폭은 36.5%이다. 연평균 증가율도 남성의 5.2%보다 높은 8.1%로 나타났다.이런
“돈 받기 위해 아이와 올라갔다는 비방 글에 대해 사과하라”8월 17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 회의가 열리던 날, 양아름찬꼬뮌 군은 손피켓을 들고 회의장을 찾았다. 꼬뮌은 “보이는 사람 다 붙잡고 피켓 보여주면서 인사했다”고 말했다.꼬뮌은 7월 11일, 아버지와 함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옥탑에 올랐다. 공공운수노조 산하 노조에서 조직국장으로 활동하는 어머니의 노동권과 건강권 보장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선 아버지 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방학 중 체험학습으로 며칠 농성장을 비울 때 꼬뮌은 말했다.“내려가는 게 아니라 올라가는 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