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병역거부 문제가 널리 알려지는 데는 인권, 평화단체들의 역할이 컸습니다. 평화인권연대, 인권운동사랑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 36개 시민단체는 2002년 2월 4일 기자회견을 갖고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실현과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를 정식으로 발족했습니다. 이후 연대회의는 법률 지원 및 대체복무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 병역거부자 및 병역거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상담활동, 병역거부권과 대체복무제도의 의의를 알리기 위한 각종 간담회, 토론회, 기고 등의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였습니다
영화제 현장에서 사라진 감독의 이야기, 2023년 10월 9일,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는 현장에서 작은 사건이 터졌다.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에 참석하기로 한 감독이 사라진 것이다. 사전에 전혀 공지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 영화 상영 후 부대행사를 기다렸던 이들에겐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무대에 등장해야 할 외국인 감독은 끝내 등장하지 않았고, 행사 진행을 맡을 예정이던 영화제 프로그래머만이 등장해 자초지종을 관객들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혼란은 가라앉았다. 프로그래머가 마이크를 통해 전달한 사정이 너
매일 아침, 마당을 드나드는 동네 길고양이들에게 줄 사료와 물을 준비해둔다. 그런데 어떤 날에는 얌전히 깨끗하게 삭삭 비우고 가는데 다른 날에는 온 사방에 사료가 흩뿌려지다시피 하곤 했다. 미관상 좋지도 않고 덥고 습한 날엔 사료가 상하기에 십상이니 신경이 은근 많이 쓰이는 일이었다. 범인이 대체 누군지 잡히기만 해라 벼르게 되었다.범인은 얼마 후 밝혀졌다. 전선에 잔뜩 앉아 있던 동네 새떼였다. 참새는 아예 그릇에 퍼질러 앉아 먹었고 좀 더 덩치가 큰 비둘기나 까치, 까마귀들이 드물지 않게 출몰했다. 상대적으로 체구가 큰 새들이
28일 오후 4시, 포항 형산오거리 포스코 협력회관 앞에서 ‘열사 정신 계승! 민주노조 사수! 2023 임금투쟁 승리! 故 하중근 열사 17주기 추모제’가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포항지부 주최로 열렸다.이승렬 건설플랜트노동조합 포항지부장은 추도사를 통해 “세월이 무척 빠르게 지나간다. 17년 전 우리가 여기에서 폭력경찰과 싸울 때가 엊그제 같다. 이 자리에만 오면 그날이 어제처럼 기억이 난다.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 왜 왔고, 왜 이 자리에 섰는지 그 의미를 잘 알아야 한다. 우리 노동조합을 깨기 위해서 포스코가 온갖 짓을 다 했다.
윤석열 정부의 폭압 통치가 점점 더 기세를 올리고 있다.화물연대 파업 강경 대응, 민주노총 건설노조 수사에 이은 고 양회동 열사 분신, 광양제철 노동자 폭력 진압과 한국노총의 경사노위 불참 선언, 민주노총의 윤석열 정부 퇴진 투쟁이 시작되었고 민주노총 건설노조의 정당한 시위를 문제 삼아 압수수색으로 이어지고 있다.윤석열 정권의 폭압 통치 대상은 노동조합이나 노동자만이 아니다. 언론이나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길들이기도 자행되고 있다.정권을 비판하는 세력은 누구든 적으로 간주해 수사권이라는 폭력을 동원하고 억압한다. 비판의 목소리를 꺾을
◆ 확장을 거듭하며 다시 소환되는 설국열차의 세계 첫 시작은 만화였다. 다만 청소년 대상의 ‘코믹스’가 아닌, 성인용 그림 소설 형태인 ‘그래픽 노블’에 가까운 형태다. 1970년대부터 이야기를 구상했던 자크 로브는 1984년, 그림을 담당한 장 마르크 로셰트와 함께 1권 를 출간한다. 이후 자크 로브가 사망하자 장 마리 로셰트는 뱅자맹 르그랑을 영입해 2권 와 3권 을 각각 1999년과 2000년에 선보인다. 전 3권으로 완성된 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고, 2004년 세미콜론 출판
3년 전 오늘, 거리에서 추위를 고스란히 견디며 지낸 날이 있었다. 35년째 해고노동자로 있는 김진숙의 복직을 위한 무기한 단식 농성을 하고 있을 때였다.찬바람과 뜨거운 태양을 그대로 맞았던 청와대 사랑채 앞의 40일은 매일같이 노동과 관련한 기자회견, 집회, 1인 시위가 단 하루도 진행되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앉아 있는 일 말고 달리 할 일이 없던 나는 그 목소리를 들으며 공부했다. 노동 현장의 가장 큰 쟁점인 장시간 노동, 고용에 대한 불안정, 사고 위험이 가득한 일터의 환경 개선, 코로나로 인해 과중한 업무로 누군가는 숨을 거
◆ 2022년 이란 히잡 반대 시위에 대하여2022년 9월 16일, 3일 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 시내에서 ‘히잡’을 올바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구금되어 있던 22살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정부기관에서는 그녀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했다고 발표했지만, 가족 측은 건강에 문제가 없었다며 시신에서 물리적 폭력 흔적이 발견되었다고 반박했다. 이란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 출신인데다 히잡을 거부한 것도 아니고 착용 상태가 올바르지 않다는 혐의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녀를 체포한 건 ‘도덕경찰’이라 불리는 종교 근
제93주년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을 앞두고 민주화 학생운동 자료 전시회가 열렸다.3일 93주년을 맞은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일(학생의날)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11월 3일 광주에서 일어난 학생들의 항일 운동을 기념하는 날이다.대구경북근현대연구소(소장 강철민)는 지난 10월 28일 영남대학교 지하철역 전시공간에서 민주화 학생운동 자료 특별전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197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군사정권 독재에 항거한 학생단체 및 대학교 총학생회 성명서와 리플릿 등 학생운동 자료와 당시 학생들이 사용한 미니 카세트, 카세트테이
◆ 알베르 카뮈와 지네딘 지단의 공통점 찾기 알베르 카뮈(1913~1960). 과 , 를 쓴 프랑스의 작가지네딘 지단(1972~현재). 프랑스의 전 축구선수, 현 축구 감독문학을 애호하는 이들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각각 모를 리가 없는 이름들인 두 사람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일단 프랑스 국적을 가진 이들이다. 여기에 추가로 덧붙이자면, 두 사람 다 ‘알제리’와 관련이 있다. 알제리라면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와 면한 국가 아닌가? 프랑스 국적의 둘이 왜 알제리로 묶이게 된 걸까?카뮈는 ‘피에 누아르
1_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획전으로 돌아온 연대기2022년 9월 22~29일, 경기도 고양·일산 일대에서 진행하는 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는 ‘DMZ-POV’라는 명칭으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문제적 경향을 소개한다. 3개의 POV 기획전 중 가장 눈여겨본 것은 올해로 서거 30주년이 된 일본 다큐멘터리의 거장 故 오가와 신스케의 대표 작품인 ‘산리즈카’ 연작을 비롯한 9편 특별 상영이다. “오가와 신스케: 다큐멘터리가 수확한 것들”이라는 콘셉트로 묶인 영화들은 1967년부터 1987년 사이에 만들어진 것들이다
1_ 정치의 주체가 아닌, 인질이 되어가는 시민들 20대 대선이 이제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3월 9일에 치러질 선거는 최초로 21세기 출생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는 대선이기도 하다. 대선이 끝난 직후엔 숨 돌릴 틈도 없이 6월 동시 지방선거가 연속으로 예정되어 있다. 2020년대 한국 사회의 향방을 좌우할 중차대한 결정적 국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시기다.하지만 주변에선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두 후보에 대한 열렬한 지지자들 아니면 대체 누굴 뽑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체념이 교차할 뿐이다. 한국 사회의 전망이나 미래
1_ ‘난민’의 형성 과정과 현실UN 난민협약 제1조는 다음과 같이 ‘난민’의 존재를 규정하고 있다.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의 구성원 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는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하여, 자신의 국적국 밖에 있는 자로서, 국적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로 인하여 국적국의 보호를 받는 것을 원하지 아니하는 자’ 국제법상 난민 기준의 준거가 되는 해당 협약의 문제는 전쟁이나 재난으로 인해 발생한 피난민의 경우 위 규정 범위 내에 해당하는지 모호하기 때문이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오는 이유는 하나다. 미군이 육로로 통행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기 위해서 국방부와 경찰이 자국민을 상대로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이다. 이 간명한 사실을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 어렵다.국방부의 대외협력단 정 소령은 소성리 할머니들께 ‘국방부는 공사 인부들에게 마을길로 다니지 말라’고 이야기하지만, 공사 인부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항의하기 때문에 말릴 수가 없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할머니들이 만난 공사 인부들의 말은 달랐다. 그들은 예전부터 소성리 마을길을 이용하지 않고 미군 숙소로 연결된
경찰과 국방부가 협력한 미군 육로수송 작전은 멈추지 않는다. 지난 7월 8일 경찰청 인권위원들이 소성리로 방문했을 때, 나는 경찰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 4개의 영상을 준비해 참가했다. 당장 현실에서 닥친 일들, 사드기지 건설에 동원된 공사 차량과 장비들, 미군에게 제공되는 물품 차량들이 마을길로 통행하지 못하도록 주민들과 연대자들이 소성리 마을길에서 집회를 하고 연좌 농성을 할 때면 어김없이 경찰병력이 저지르는 성추행, 폭력적인 강제진압을 중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생각했었다.인권위원이 소성리 이장님께 주민들의 고충이 무엇이
미군의 육로수송을 열어주기 위해서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오는 5월 14일부터 해결해야 할 일이 하나 있었다. 새벽부터 소성리로 달려와 한판 싸우고 나면 사람들은 출근하기도 하고, 참외 하우스, 딸기 하우스, 과수원, 논밭으로 농사지으러 가야 했다. 새벽부터 열을 내고 땀이 나도록 경찰과 한판 전쟁을 치른 사람들에게 아침밥을 먹여야 했다.첫날은 사드배치반대김천시민대책위에서 빵과 음료 그리고 김밥 등의 요깃거리를 바리바리 싸 들고 와서 나눠 먹었다. 하루만 전쟁을 치르고 끝날 줄 알았지만,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 정기적으로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기적이고 지속해서 경찰병력이 소성리로 들어오면서 국가폭력을 당해 분노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새벽까지 잠 못 드는 밤이 길어지고,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와서 화끈거린다. 6월 10일은 소성리로 12번째 경찰 침탈이 있었다. 경찰버스 50여 대가 소성리로 들어왔다. 1000여 명의 경찰병력이 타고 있는 버스다. 늘 하던 대로 하면 6시 50분에 작전이 시작되어야 하는데, 작전은 조금 시간을 끄는 듯한 모습이었다.집회를 시작하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사복 입은 경찰이 집회 장소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도로 한가
6월 3일은 10번째 경찰 침탈이 있는 날이었다.나는 지난주부터 경찰들에게 끌려 나올 때, 발가락에 쥐가 났다. 끌려 나오기도 전에 여경들이 둘러쌀 때부터 몸이 경직되고, 뻣뻣해져서 잡아끌지 말라고 말해도 경찰들에게 내 말이 닿지 않는 듯했다. 여자 경찰은 “가실께요”하면서 막무가내로 사람들을 끌고 나갔다.그날도 경찰들이 난입해 들어오니까 옆 사람에게 밀착한다고 몸을 움직이는데 종아리가 경직되고 발에 쥐가 난다고 끌어내지 말라고 했는데도 경찰들은 막 끌고 나가려고 해서 소성리 구판장을 운영하는 이옥남 어머니를 붙잡았다. 옥남 어머니
5월 14일 이후 1000여 명의 경찰병력이 일주일에 두 번, 화요일과 목요일 소성리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새벽 6시까지 소성리로 달려갔고, 사드기지 건설 반대 집회를 하면서 경찰들의 폭력에 온몸이 피멍으로 물들었다. 소성리 주민들은 몸과 마음에 골병이 들어간다.5월 18일 화요일부터 본격적인 미군 육로수송 군경 합동작전이 시작되었다. 2021년 소성리로 5번째 경찰 침탈이 있는 날이다. 개신교 진보단체 ‘예수살기’에서 소성리로 파견 나온 강형구 장로님의 거처(컨테이너)와 소성리책방 컨테이너 사이에서 평화지킴이들이 격자를 들
나는 성주 주민이다. 10여 년 전에 도시의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대구 인근의 시골 마을인 성주로 이주해왔다. 대구에서 전투기 폭음으로 사람 살 곳이 못 되는 K2 군 공항 바로 옆 동네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결혼하고 아이도 낳았다. 가난한 살림에 K2 군 공항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아이가 크는 동안 전투기 폭음에 노출된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조용하고 쾌적한 환경을 찾아서 떠나고 싶었다. 대구에서 가장 가까운 성주로 이주를 결정했었다. 대구에서 가깝다고 했지만, 대구는 우리 식구가 살던 아파트를 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