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것이다. 아침 차가운 꽃샘바람은 살랑살랑 숨바꼭질을 즐긴다. 그러다 정오를 향해 빠르게 달려가는 시간과 온도에 쫓겨 포근하게 느껴지는 공기를 은근슬쩍 툭 던져주고 간다. 덤으로 교태를 부리듯 이리저리 얄궂은 미소를 가슴 터질 듯한 설렘으로 밀어 넣고 있다. 달리는 내내 겨울눈들의 붉은 비늘잎을 벗지 못한 불그레한 먼 산을 응시한다. 여린 연둣빛이 짙은 녹색의 빛으로 가득 찰 숲을 그리며 온몸으로 스며들어오는 찬 공기조차 초록의 그리움으로 감싸버린다. 곧 숲에 도착할 것이다.역시나 계곡 입구에서부터 골짜기를 타고 흐르는 새침
1. ‘영화제란 무엇인가’ 탐구생활시간 대구경북지역은 타 시도에 비해 영화제가 많지 않은 편입니다. 현재 외부에도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고 자체적으로 굴러간다고 평가되는 영화제는 이번 8월에 20주년을 맞는 “대구단편영화제”와 10주년을 맞이하는 “대구사회복지영화제”, 그리고 “대구여성영화제” 정도입니다. “영화제”라 이름붙인 행사는 숱하게 생겨났다 사라지지만 객관적 기준으로 영화제로 공인되기는 어려운 행사가 많은 편이라 좀 까칠하게 분류하면 이 영화제들이 거의 전부입니다.우리는 흔히 영화제라 하면,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른바 ‘
4. 소성리성주에 사니까 금방 딴 참외를 먹는데 얼마나 달고 싱싱하던지! 신선하니까 맛이 좋지요. 참말로 성주 와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사드가, 사드가 들어온다카대요. 사드가 처음에는 뭔지 모르지만, 군사 무기잖아요. 사드가 들어오면 군대가 들어온다는 건데, 이 작은 시골에 무슨 군대가 들어선단 말인가 싶어서 놀랐죠. 그런데 군대도 한국군대도 아니고 사드를 운영하는 건 미국 군대라카대요. 그래서 더 놀랐죠. 그때 사드가 뭔가 싶어서 인터넷도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했었습니다. 진짜로 어마어마한 전쟁을 일으키는
< 성주 사드기지가 위치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은 아직 투쟁 중이다. 사드가 배치되었다고 해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소성리 마을 앞으로 미군은 통행할 수 없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 기름 한 방울 운반할 수 없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한 장비도 이동할 수 없고,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그 무엇도 소성리 마을을 지나갈 수 없다. 소성리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서 사람이 살아온 마을이며 평화종교 원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가 달마산 꼭대기에 배치된 이상 우리는 단 하루도 발 뻗고 편하게 잠들 수
0_‘사법 불신의 시대’에 소개하는 “RBG” 스토리삼권분립 기반의 제도 민주주의 사회에서 요즘만큼 그 일각인 사법부가 불신받는 경우는 드물 것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과거 1988년 탈주범 지강헌 사건 때 유행어 이후로 한국 사회에서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느끼는 사법 관련 인식은 그리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그나마 전 대통령의 탄핵 과정에서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탄핵 결정 정도가 근래 몇 안 되는 납득 가는 중요 판결이었으나, 최근 지지율 30%를 회복한 제1야당에선 그 탄핵 결정조차도 부정하는 세력이 득세하는 현실
Prologue. 실로 오랜만에 등장한 ‘지역’ 배경 ‘노동’영화, 이란 독립영화가 3월 7일 전국 개봉을 합니다. ‘지역’ 출신으로 꾸준히 돈 안 되는 독립영화계를 떠나지 않고 있는 최창환 감독이 대구를 배경으로 비정규직 세대의 사랑과 불안을 담아낸 장편 극영화입니다. 지역기반 독립영화인들이 지역을 배경으로 지역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지만 정작 그 소개와 홍보는 소위 ‘중앙’, 서울을 중심으로 대부분 이뤄지고 있습니다. 역수입의 폐해입니다. 영화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의 문제입니다. “누구
새벽녘 저절로 눈이 뜨인다. 알람은 울리지 않았다. 창밖은 깜깜하다. 시간을 가늠하지 못하고 이리 저리 뒤척거리면서 알람이 울리기를 기다린다. 갑자기 궁금해서 핸드폰을 켜보면 시계는 5시40분이다. 알람이 울릴 때까지 다시 이불속으로 푹 파묻혀버렸다.새벽 6시면 어김없이 전화기 모닝벨로 시작해서 핸드폰 알람까지 나를 번쩍 깨운다.차에 시동을 켤 때는 6시30분이다. 소성리 마을은 7시면 도착한다.소성리 마을이 가까워질 때면 경찰버스 한 대가 내려온다. 밤새 성주 사드기지를 지키면서 경계근무를 선 경찰병력이 교대를 하는가보다.소성리
황금돼지 아니, 황토돼지 해가 밝았다. 해돋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은 달마산을 올랐다. 사드배치를 결사반대 하면서 투쟁했던 사람들이다. 붉게 타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각자의 소원은 소원대로 염원하겠지만, 우리는 모두 한 목소리로 "사드 뽑아야 평화돼지!"를 염원한다.소성리 부녀회원은 새해 아침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사람들을 위해 떡국을 끓였다. 새해 첫날을 마을회관 부엌에서 시작한다. 다시국물을 끓이는 동안 성주 사드기지로 올라가서 목청이 터지라고 소리치고 내려왔다."장병을 위한답시고 초소 반입하지 말라, 새해가 밝았으니 이제 사드
“내가 다 생각하고 있어, 이제 팔이 아파서 나도 예전처럼 많이 못해, 올해는 진짜 일을 줄여야겠어. 애들도 일 줄이라고 난리고, 올해는 메주도 예년의 절반보다 적게 할 거야. 촬영할 분량은 남겨뒀으니까 걱정마.”12월에 들어서면서 소성리의 기온은 뚝 떨어졌고, 사람들은 "NO THAAD" 가 새겨진 시커먼 롱패딩을 입기 시작했다. "NO THAAD" 롱패딩 덕분에 진밭교의 칼날 같은 추위로부터 몸을 따뜻하게 보온할 수 있었다. 말하자면 사드를 뽑아내는 우리의 작업복이다.나는 하루가 멀다고 임순분 부녀회장님의 얼굴만 보면 “언제 메
"올해를 황금돼지해라고들 하더군요. 오행에 따르면 기해년은 황금이 아니라 황토돼지해가 맞지요. 황금에 눈먼 세대라서 누런 색만 보면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 하고 황금이라고 우기면서 덤벼듭니다만, 사실 황토는 황금으로는 비길 수도 없는 생명의 원천입니다. 더욱이 기해년의 황토는 딱딱한 돌이 아니라 부드러운 흙이고, 봄, 여름의 약동하는 흙이 아니라 뜨겁던 불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히는 가을의 흙이어서 화이부동하는 군자의 덕을 갖추고 있지요."- 박수규 주역 이야기15. ䷎地山謙지산겸, 기해년 새해 아침에 ‘소성리사드철회성주주민대책위’
사드 기지가 위치한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마을은 아직 투쟁 중이다. 사드가 배치되었다고 해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소성리 마을 앞으로 미군은 통행할 수 없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해 기름 한 방울 운반할 수 없다. 사드를 운영하기 위한 장비도 이동할 수 없고, 군대를 유지하기 위한 그 무엇도 소성리 마을을 지나갈 수 없다. 소성리는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서 사람이 살아온 마을이며 평화종교 원불교의 성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사드가 달마산 꼭대기에 배치된 이상 우리는 단 하루도 발 뻗고 편하게 잠들 수 없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에게 정책제안을 제안하며 공약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구미YMCA, 구미참여연대, 민주노총 구미지부, 전교조 구미지회, 참교육학부모회 구미지회, 어린이도서연구회 구미지회로 구성된 ‘6·13지방선거 정책개발 구미시민모임’은 5월18일 지방선거 구미시정 정책제안서를 구미시장, 도의원, 시의원 후보들에게 전달하였다.이들 정책은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전문가와 관련단체,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총 7차례의 정책개발 모임을 통하여 다른 지역의 사례를 수집하고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및 주민들의 의견을 수합하고 토론을 거쳐 마련되었다. 이번에 제안되는 정책은 ▲구미현안문제 4개 과제 ▲행정도시분야 8
2016년 2월, 일본대사관 소녀상 앞에서 매주 수요일에 열리는 수요시위에 우리 청소년YMCA임원들과 함께 1268차 집회에 참석했었지요. 그날도 바람이 불고 엄청 추웠어요. 소녀상 철거를 막겠다며 설날연휴에도 집에도 못가고 천막생활하는 대학생 언니의 발언에 모두 뭉클했었답니다.2016년 봄날, 동락공원에서 일본군'위안부' 문제와 박근혜 정부의 잘못된 한일외교장관합의를 알리기 위해 100여명의 회원들이 몇주동안 준비하고 캠페인을 시작했지요. 이후 일회성 캠페인 보다는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우리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한 상징적인 표상이 필요하다는 회원들의 의견은 자연스레 우리지역에 소녀상을 건립하자는 쪽으로 모아졌고, 2017년 새로 선출된 허인회 구미청소년YMCA연합회장은 구미평화의소녀상 추진위원회가
제주4.3 제70주년 범국민위원회(이하 범국민위원회는 2018년 제주4.3 항쟁 70주년을 맞이하여 전국적인 기념행사를 마련한다.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의 현기영 소설가가 지난 2월 문재인 대통령과 한 통화에서 “올해가 제주4·3 70주년이다. 대통령께서 계속 관심을 보여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했고, 이에 문 대통령은 “제주4·3 70주년 추념식에는 4·3의 전국화, 세계화 운동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꼭 참석하겠다”는 화답을 했다고 밝혔다. 범국민위원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참석이 “제주4.3의 해결을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했던 문재인 대통령께서 4.3특별법 개정을 포함해서 어두운 과거를 정리하고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현 정부의 촛불 정신
구미시 지역 문화공간의 하나인 삼일문고(대표: 김기중)는 3월 행사로 영화 상영과 '작가와의 만남'을 갖는다. 다큐멘터리 , 의 최종규 작가와의 만남, 김수박 작가의 신작 행사가 연이어 열린다. 3월 28일(수)부터 매월(5개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는 이윤호 교수의 강연이 있다.는 3월 20일(수) 오전11시와 저녁8시, 두 번 상영된다. 세계적 지식인 존 버거를 틸다 스윈튼, 콜린 맥케이브, 크리스토퍼 로스 등이 5년에 걸쳐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다. 장르는 다큐멘터리지만 '에세이 영화' 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듣는 방법,' '봄,' '정치를 위한 노래,' '추수' 4편을
구미에서도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경북에서 다섯 번째인 줄 알았더니 지난해에 경산(대구대 교정)과 영천(시립도서관)에 소녀상이 세워져 일곱 번째가 되었다는 걸 어제서야 알았다. 대체로 이들 도시의 소녀상은 민간 주도로 세워졌다. 누가 뭐래도 구미는 '보수의 고장'이다내가 쓴 소녀상 기사에 편집부는 “‘보수의 심장’ 구미에 세워진 특별한 소녀상”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에 어떤 독자는 구미가 왜 ‘보수의 심장’이냐는 항의성 댓글을 달았지만 ‘심장’까지는 몰라도 구미가 ‘보수’의 고장이라는 걸 결코 부정하지 못한다.결과론이긴 하지만 경북에서 두 번째 규모의 도시인 구미에 뒤늦게 소녀상이 세워진 것도 같은 이유로도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박정희에 대한 숭앙이 그 딸에
아흔아홉 돌 삼일절, 구미시에도 경상북도에서 다섯 번째로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3월 1일 오전 11시, 구미 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시민들의 뜻을 모아 구미역사 뒤 소공원에서 평화의 소녀상을 제막한 것이다. 경북지역의 평화의 소녀상은 2015년 10월 군위군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뒤 포항(2015), 상주(2016), 안동(2017)에 각각 건립되었다. 지역별로 소녀상 건립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도시 규모에 견주면 다소 늦게 구미에서 소녀상이 세워지게 된 것은 지난해 6월 11일, 구미 청소년 YMCA 연합회가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 설립을 제안하면서부터다.구미 YMCA 청소년부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는 구미 청소년 YMCA 연합회는 이름 그대로 구미시 소재 고교생들의 모임
올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취수원 구미이전 문제가 주요 정치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지난해 12월 28일,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대구 북구갑)이 “남유진 구미시장은 취수원 이전을 해결하고 도지사 선거에 출마하라”고 밝혔다.이에 남유진 구미시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대구취수원 이전은 시장이 일방적으로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구미시민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취수원 이전 문제는 정치적 논리가 아닌 국가의 백년대계를 내다보고 결정해야 될 사안이다.”며 취수원 이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43만 구미시민의 동의가 선행되어야 강조했다.대구시가 취수원 이전을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첫째는 91년 낙동강 유역에서 발생한 페놀사고 등 구미국가산단의 수질오
내년 지방선거가 다가옴에 따라 '대구취수원 이전'이 주요 정치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대구취수원 이전 관련하여 일부 정치인은 “리더쉽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후임에게 미루지 말고 깔끔하게 해결하라”, “특위를 구성하여 대구취수원 이전을 앞장 서 해결한다”는 등의 정치적 발언를 서슴치 않고 있다.이러한 가운데 '취수원 이전 관련 구미시 민관협의회'(이하 구미시 민관협의회)는 지난 12월 29일 성명서를 통해 "2018년 맑은 물을 대구시민들에게 공급하겠다는 본연의 대의명분에서 벗어나 당리당락에 빠져 구미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구미시 민관협의회는 "물 문제는 구미 시민의 생존권을 결정하는 중차대한 사항이므로 구미시장이 단독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5년전 오늘(9/27), 1991년 3월 낙동강 페놀 유출사태 이후 구미가 또 다시 전 국민의 우려와 관심을 받은 불산 누출사고가 일어났다.구미 4공단에 위치한 화학제품과 화장품을 제조하는 휴브글로벌이라는 업체에서 20t 탱크로리에 든 불산을 작업장으로 공급하던 중 폭발이 일어나면서 작업하던 노동자 7명중 5명이 사망했고 상황을 수습하던 소방서장 및 소방관이 18명이나 부상을 당했으며, 12,0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검진을 받았다. 인명 피해 뿐 아니라 재산 피해와 환경오염 우려도 심각하였다. 자동차 파손 500여대, 가축 4,00여두를 살처분 하였고, 주변 212헥타르에 이르는 농작물이 말라 죽었으며, 국가재난지역으로 선포되어 주민보상액만도 378억원에 이르렀다.이러한 치명적 사고에도 불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