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쯤 지역에 대형마트 입점이 예고되었다. 당시 지역 재래시장 상인들과 흔히 ‘동네 마트’라 불리던 중소형 마트들,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대형마트 반대 운동에 나섰다. 반대 운동에 참여한 단위들은 지역 내에서 서명운동과 일인시위, 항의집회 등을 진행했다. 노동조합에서도 지역 사회단체와 함께 운동에 동참하면서 소속 조합원에게 서명 참여를 요청했다. 이참에 지역 내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발언권을 가졌지만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수천여 조직을 가진 노동조합에 기대를 피력하던 상황
“한 의사가 매일 아침 출근 전 자기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준다. 그런데 의사는 아이의 아버지가 아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 의사의 아들이 맞다. 어떻게 된 일일까?”내가 만난 이백여 명 남짓의 열세 살 아이들은 이 수수께끼에 금세 ‘아이가 입양아다,’ ‘의사가 새아빠다’와 같은 답을 내놓았다. 놀랍게도 의도된 정답이었던 “그 의사는 아이의 엄마이다”를 아이들이 상상해 내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의사’를 생각할 때 우리 머릿속에는 가운 입은 남성의 이미지가 디폴트 값으로 번뜩 떠오른다. 비슷하게, ‘미국인’을 생각할 때 흑인-장애
31일은 올 한 해 가장 큰 보름달인 ‘으뜸보름달’이 뜬다. 이와 함께 지난 8월 2일에 이어 한 달에 두 번째 뜨는 보름달을 볼 수 있는 날이다.달의 크기는 늘 다르게 보인다. 그 까닭은 달이 지구를 공전할 때 타원 궤도로 돌기 때문이다.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가 가까우면 달이 커 보이고 멀면 작게 보인다.31일 보름달이 더 크게 보이는 이유는 달과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때에 태양과 지구, 달이 일직선을 이루는 망(望)이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이날 달과 지구와의 거리는 약 35만 7,200km로 달과 지구의 평균 거리인 38
지난 19일 노동건강정책포럼은 오후 5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노동자종합지원센터에서 온오프라인을 병행해 ‘공공행정기관 종사자의 안전보건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토론회에는 노동 안전 전문가, 의료인 등이 참여했으며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하 공무원노조)에서는 김현기 부위원장(노동안전위원장)을 비롯해 6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함께 했다.발제에 나선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김현주 교수는 “공무수행 노동자의 재해 현황 일반 노동자의 재해 현황과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공무원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규정 및 안전보건관리 기반 구축, ▲인사
법에선 유급휴일, 행정해석에는 소정근로일이 아니면 무급휴일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민간에서도 관공서공휴일을 유급휴일로 보장하게 되었다. 해당 조항은 2022년이 되어 5인 이상 사업장이면 모두 적용되게 되었다. 고용노동부는 2018년 5월에 개정 근로기준법 설명자료를 배포하였는데, 당시에는 개정 이유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관공서 등은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휴일을 지정하고 있으나 민간기업의 경우에는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따라 공휴일 휴무 여부가 다른 실정- 이에 단체협약, 취업규칙 등에
사람들에게는 각자 정의가 미치는 범위, 즉 정의의 범위가 있다. 누구나 정의를 추구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가 미치는 영역은 한계선이 있다. 어떤 경계를 중심으로 정의의 영역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존중받아 마땅하고 공정한 분배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영역 밖에 있는 사람들은 적으로 생각되거나 비인간화되고 잔인하게 대해도 된다고 느낀다. 이들은 정의가 관장하는 도덕적 세계 밖에 존재한다.- 김지혜, 선량한 차별주의자(창비, 2019), 147. 오래된 중재 요청의 기억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기계설비유지관리자 임시 선임 반대 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 영상 “살려주세요”경북도교육청이 기계설비유지관리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자 학교 행정실 공무원 등 교직원이 무책임한 행정에 분노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학교 행정실에 일거리 떠넘기지 마라”“학교에 업무 책임 떠넘기는 경북도교육청은 정신 차려야 한다”“학생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기계설비관리유지관리자는 전문 인력이 선임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지방공무원의 이런 목소리를 대변해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교육청본부 경북교육청지부(이하 공무원노조 경북교육청지부)는 지난 27일부터 기계설비
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주민 청구가 2월 14일 시의회에서 수리됐다. 서울시의회는 지난해 8월 청구인단이 제출한 6만 4,347명의 명단을 검증한 결과 4만 4,856명의 서명이 유효한 것으로 확인돼 청구 요건인 2만 5천 명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서울시의회 의장은 수리한 날부터 30일 안에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발의해야 하고 1년 이내에 심사 의결을 마쳐야 한다. 참고로 서울시의원 여당:야당 비율은 7:3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거나 무력화하려는 시도는 충남, 경기, 전북에서도 진행 중이다. 학생인권을 반대하는 세력에는 일부
2022년 봄부터 군위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학당(진행: 이영주 선생님)’에 참여하여, 책 를 함께 읽었다. 소설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인 줄 알고 참가 신청을 했는데, 철학소설이라고 해서 당황했다. 낯설고 어려웠지만, 새로운 공부였고 흥미로운 부분도 많아서 끝까지 함께하게 되었다.어렵고 두꺼운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도 있다. 선생님과 함께 책을 읽으며 느끼고 생각했던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마지막 모임에서 읽기를 돌아보며 느꼈던 감정을 떠올려보았다. 둥글게쌤(이영주 선
전장연과 보수정치인들 얼마 전 2월 2일,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대표의 면담이 있었다. 해당 면담에 관해 필자의 SNS에서는 이에 대한 평들이 있었다. SNS 타임라인을 구성한 필자의 편향성 덕분에, 전장연을 옹호하고 서울시를 비판하는 내용 일변도였다. 이 논란 중에 장애인활동지원 예산 관련한 글들이 눈에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가 썰전에서 한 발언, 김상한 복지정책실장의 발언에 대한 반박이 반복되면서, 나는 이미 시장화된 사회서비스 분야에 대한 문제 인식이 은폐되고 노동자를 억압하는 논리가
방사선투과검사(비파괴검사) 업체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개인선량계를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것이 적발되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는 울산의 한 업체에서 일한 6명이 개인선량계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한 것을 확인해 염색체검사를 했고, 5명은 별 이상이 없으나 1명은 노동자 피폭선량 기준치를 넘나드는 결과가 나와 추이를 지켜보기로 했다.이 업체는 관리자가 빠른 작업을 위해 안전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등 상당한 고의성이 드러났다. 울산의 방사선 투과검사업체(이하 A 업체)가 경주에 있는 작업장에서 2022년 3월부터 7월까지 100
저는 칠곡에 있는 쿠팡 대구물류2센터에서 출고 포장과 집품 작업을 하는 노동자입니다.쿠팡은 그룹인데요, 전자상거래업체인 쿠팡과 그 외 자회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PC나 휴대폰 앱을 통해 온라인으로 사고 싶은 제품을 주문하게 되면 그 주문된 제품을 고객분들에게 보내드리는 상거래를 하는 업체가 알고 계시는 쿠팡입니다.제가 근무하는 회사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이고 줄여서 CFS라고 부르는 쿠팡의 물류 자회사입니다. 온라인 주문 건을 확인해 재고를 찾고 모아서, 그리고 포장해서 택배로 출고하는 단계까지의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가 지방자치단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는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장에게 조례를 개정하라고 권고했다.이와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가 마련한 「직장운동경기부 표준 운영규정」이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및 시행규칙 등에 충실히 반영되도록 독려하고, 이행실태를 확인·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6일 인권위는 “2022년 12월 19일 지방자치단체 직장운동경기부 선수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하여, 직장운동경기부를 운영하는 광역
상담으로 답답함이 많이 해소되긴 했지만 나 혼자 상담받는다고 남편이 갑자기 살가워지진 않았다. 그래도 미칠 것 같은 답답함의 원인이 모두 남편에게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으니 화만 나면 남편에게 화살을 돌리던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개인 상담에서 상담 선생님과 작업을 통해 유년기를 돌아보며 내가 그토록 육아에 몰입하고자 했던 이유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음을 다루는 책들을 진공청소기가 흡입하듯이 열심히 읽어나가면서, 내가 돌보지 않은 나의 감정이 남편에 대한 불만과 뒤섞인 것을 알아채게 되었다. 내 마음 다루기도 이렇게 어
“올해 입학생이 없다카디만은 서이나(셋이나) 델꼬 왔으니 상 조야겠네!”마을 회관 앞에 선 통학버스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달려가는 내 귓전에 환영 인사가 들렸다. 첫째와 둘째를 버스에 태워 보내고 셋째와 걸어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 목소리의 주인공과 마주했다.얼핏 봐도 구순은 되었을 법한 어르신이었다. 마을 주민들이 모여 아침 청소를 하는 가운데, 어르신은 청소엔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귀여워 죽겠다는 눈길로 우리 집 막내만 하염없이 바라보셨다.6년 전 봄, 경상북도 군위군 효령면 내리리로 이사 온 참이었다. 군위군은 가임기 20세
여느 날과 다름없이 늦은 밤 집에 돌아와 침대 위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을 때였다. 문을 닫은 뒤에도 종종 영업 중이냐는 손님들의 문의가 있었던 터라 낯선 번호가 찍힌 폰 화면을 보며 잠깐 멈칫했다. 매년 OECD 국가 중 노동시간 1, 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일과 쉼의 양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휴일 없이 매일 디저트를 만들고 책을 읽고 모임을 하는 나는 휴식할 때만큼은 어떠한 방해도 받고 싶지 않다. 울려대는 폰을 몇 초간 응시하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글쓰기 모임 신청하려고요.”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심야약국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들요? 20대요!”공공심야약국을 운영하는 A씨가 말했다. 지난 7월 1일 심야약국이 처음 문을 열던 날 인터뷰에서 A씨는 응급 상황의 노인층이 심야약국을 가장 많이 찾을 거라 예상했었다.10월에 다시 만난 A씨는 한결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심야약국을 찾는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이제는 심야약국이 많이 알려져서 멀리 칠곡에서도 와요.”인구 10만 명 이상 시군에 설치한 ‘도심형 심야약국’이지만, A씨가 운영하는 약국은 도시 근교, 공단과 농촌이 인접한 면 소재지에 있다. 인구 구성을 따지면
이곳은 안동의 한 고택. 코로나로 인해 사방의 방문을 활짝 열어 놓아 청량한 바람이 방안을 가득 메우고 있다. 강연이 끝나고 자유토론 시간이 되자 한 참석자가 돌직구의 질문을 한다. “요즘과 같은 세상이야말로 인문학이 더욱 필요한 시점으로 보이는데, 왜 인문학은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요?”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실용성’이 무엇보다 최우선이다. 따라서 이런 상황은 인간의 상품화·기계적 인간관계·무한 경쟁으로 인한 마음의 피폐화를 초래하고 있다. 질문자의 의도는 이런 것이었으리라. “마음을 피폐하게 하고 옹졸하게 만
경주시 청년지원조례가 부결되었다. 경주시의회 경제산업위원회는 지난 9월 29일 무기명 비밀 투표를 통해 찬성 0, 반대 6명으로 이 안건을 부결했다.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진보 3당은 4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주시민 1호 발의안인 청년지원조례를 부결시킨 경주시의회를 규탄했다.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앞에서는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지만, 뒤에서는 만장일치 반대 표결했다”며 “경주시의원들이 청년의 삶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표결”이라고 경주시의회를 규탄했다.청년지원조례 대표발의자인 이광춘 진보당 경주시위원회 위원장은 “이번 조례
국가인권위원회가 일부 광역 및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진행하는 인권 관련 조례 폐지 움직임과 대구광역시 등에서 인권보장 및 인권증진위원회, 인권 전담 부서의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26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권조례 폐지 서명 추진, 인권보장 및 인권증진위원회 폐지, 인권담당 부서 축소, 통·폐합 등의 논란에 대하여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에서 “충청남도에서는 지난 8월부터 인권 기본조례 및 학생인권기본조례의 폐지를 위한 주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