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별 이야기] 별 보는 사람들의 마라톤에 가다
[좌충우돌 별 이야기] 별 보는 사람들의 마라톤에 가다
  • 김용식
  • 승인 2019.04.03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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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 별아띠 천문대서 비바람, 눈보라 속 밤 하늘을 달린 사람들
국제천문연맹(IAU) 100주년을 기념하여, ‘모두의 밤하늘’이란 주제로 열려
참가 접수를 마친 후, 성도와 참가 기념품을 받고 돌아서는 학생참가자들
▲ 참가 접수를 마친 후, 성도와 참가 기념품을 받고 대회준비를 위해 나서는 학생 참가자들

지난 30일, 산청 별아띠 천문대에서는 국제천문연맹(IAU) 100주년을 기념하여, ‘모두의 밤하늘’이란 주제로 제4회 경남메시에 마라톤이 한국아마추어천문학회 경남지부 주최로 열렸다. 오후 2시 산청의 하늘은 맑았다. 준비하는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날도 포근하고, 구름도 없다. 대회가 성공리에 마무리 될 것임을 알리려는 듯 꽃내음이 건너왔다.

▲맑은 하늘 아래 대회를 준비하며 천체망원경을 설치하는 참가자들
대회 참가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250밀리 RC쌍안 천체망원경. 정남택 님께서 그리시고, 노남석 님이 빚으셨다는 명품
▲ 참가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250밀리 쌍안 천체망원경. 정남택 님이 그리고, 노남석 님이 빚었다는 명품

4시를 넘기면서 하나 둘 자신이 준비해온 천체망원경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방방곡곡에서 몰려든 다양한 천체망원경들로 운동장이 한가득히 채워진다. 그 중에서도 쌍안 천체망원경이 참가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참가자 한 분이 짬을 내어 명품 망원경을 스케치 하는가 싶더니, 모두가 감탄사를 쏟아낼 정도의 명작을 내놓는다.

장비 설치를 하는 짬을 내서 쌍안 천체망원경을 스케치하는 참가자
▲ 장비 설치 하는 짬을 내서 쌍안 천체망원경을 스케치하는 참가자
쌍안 천체망원경 스케치. 그림 박한규
▲ 쌍안 천체망원경 스케치. 그림 박한규

어느 순간 돌풍이 간디 중학교 운동장을 휩쓸고 지나가더니, 구름이 들고 나기를 반복하고 비를 뿌리기도 했다.
망원경에 우산을 받치고, 우의를 씌우고, 장비를 철수하기도 한다. 렌즈나 거울을 이용하는 천체관측 장비에 빗방울은 최대의 적이다.

6시를 넘기면서 대회를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구름이 몰려들면서 비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모두들 장비 걱정에 우산을 씌우고 줄지어선 모습이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낸다. 개회 전 기념사진도 찍고, 공식적인 대회 시작을 알리는 선언도 해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시간들이 지나갔다. 천체망원경에 우산을 씌운 채 바람에 쓰러질세라 붙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짓던 그 순간 별아띠 천문대장의 목소리가 울렸다.

“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베텔기우스도 보이고 리겔도 나왔으니 관측할 준비하세요. 지금부터 보시면 됩니다.”

스타팅 블록을 딛고 총성을 기다리는 선수처럼 모두 망원경에 붙어 대회 시작을 알리는 소리를 기대했는데,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붉은 색의 헤드 렌턴을 켜고 성도를 펼쳐 첫 대상을 확인하는 순간 건너편의 참가자가 M77, M74는 이미 산능선을 넘었다고 한다. 안드로메다은하(M31)를 찾고 다음 대상을 살폈지만 구름으로 덮여 있다.

비가 내리자 천체망원경에 우산을 씌우거나 우의를 덮고 있는 참가자들
▲비가 내리자 천체망원경에 우산을 씌우거나 우의를 덮는 참가자들

급한 마음에 앞선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목록을 순서대로 꽂은 클리어 파일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구름은 그 순서를 허락하지 않았다. 파일 앞과 뒤를 오가며 별자리를 찾아 메시에 목록을 확인하며 하나씩 찾아 나갔다.

겨울철 별자리 중 서쪽에 가까운 것을 다 더듬고 나니 여유가 생긴다. 이제부터 하나하나 다시 시작해야지 하는 생각도 잠시. 비와 눈이 교차하더니 잠시 후 함박눈이 펑펑 내리기 시작했다. 거짓말 같이 하늘은 맑아 별보기가 이어졌다. 

한 시간 남짓 정신없이 관측했을 무렵 구름이 서쪽 하늘부터 덮여 온다. 구름 사이사이로 망원경을 이쪽으로 저쪽으로 속절없이 움직여 보았다. 운영진은 더이상 어렵다고 판단했는지 예정에 없던 휴식을 알렸다.

간디 중학교 옆 마을 회관. 눈, 비에 젖어 언 손과 발을 녹이며, 준비된 컵라면과 간식을 먹는다. 이 시간은 별보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이다. 몸을 녹이고, 몸에 붙이는 핫팩을 양말 안에 하나씩 넣고, 큼지막한 핫팩 하나는 주머니에 넣었다.

▲온통 붉은 빛 속에 메시에 대상 겨누고 있는 천체망원경. 사진 손창익
▲온통 붉은 빛 속에 메시에 대상 겨누고 있는 천체망원경. 사진 손창익
깜깜한 어둠 속에서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메시에 대상 천체들을 찾아 성도를 살피는 참가자들
▲깜깜한 어둠 속에서 구름 사이로 숨어버린 메시에 대상 천체들을 찾아 성도를 살피는 참가자들

하늘이 조금 열렸다는 소식에 다시 운동장으로 나섰다. 시간이 밤 10시를 향해 가는데도 여전히 구름과 눈은 오락가락을 반복한다. 한 시간 넘도록 구름 사이를 헤멨으나 ‘별’ 소득은 없다. 다시 두 번째 휴식을 마치고 운동장에 나서니 밤 12시가 넘었다. 하늘은 북쪽과 중앙 부분이 맑아 별이 총총하다.

북두칠성 주변의 메시에 목록을 찾아가는 사이 다시 구름이 들더니 또다시 하늘을 가린다. 보였다 안보였다 하는 사이 여름철 별자리가 동쪽에서 오르고 베가가 눈에 들어온다. 잠깐 하늘이 틈을 보이고 천문대장의 도움으로 M57 고리성운을 찾고 나니 다시 구름이 덮는다. 별들이 구름에 흐려졌다 밝아졌다를 반복하더니 구름이 눈과 함께 하늘을 가린다.

2시를 넘기면서 기다릴 것이냐, 잠시 장비를 덮어두고 쉴 것이냐 고민이 이어지는 사이 쉬었다 열리면 다시하자는 이야기가 들렸왔다. 여전히 일부는 많이 찾지 못했다며, 그대로 대기하며 하늘이 열리는 순간을 노린다 하고, 앞선 분들 중 몇몇은 지금 들어가면 나오기 어렵다며 차에서 쉬겠다고 한다.

내 몸은 벌써 마을회관에 와 있다. 밖의 상황을 전해 들으니 하늘이 열리지 않는 모양이다. 잠깐 누워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왔고, 몸을 눕힌채 '오늘 내가 무리했나' 하는 순간, 소란스런 소리에 눈을 뜨니 밖이 훤하다.

▲새벽의 신비로운 하늘과 홀로 반쯤 기울어진 채 놓여 있는 필자가 보던 망원경과 주인 잃은 의자(중앙 아래 왼쪽). 사진 이강민
시상식을 마치고 '모두의 밤하늘'을 기원하는 기념촬영
▲시상식을 마치고 '모두의 밤하늘'을 기원하는 기념 촬영

몇개를 봤는지 하는 결과보다 끝까지 달리는 것에 의미(?)를 두겠다는 뜻마저 무색해 졌다. 느리게만 가던 시간이, 아침식사, 소감나누기, 시상식으로 이어지며 빠르게 지나갔다. 

성인부에서는 박한규 회원이 성도 없이 87개를 찾아 우승의 영예를 안았고, 청소년부에서는 천제현 학생이 57개를 찾아 1등을 했다. 성인부 1, 2, 3등에게는 주최측의 약속대로 앞으로도 더 잘 찾으라고 아이피스 하나가 선물로 주어졌다. 다만, 우승자에게는 동일 제품이지만 초점거리가 다른 셋 중의 하나를 먼저 고를 기회와 함께.

성인부 입상자 중 여성이 없자 별아띠 천문대장과 주최측의 제안으로 내년부터는 여성부를 따로 진행하기로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기념사진 촬영과 함께 '모두의 밤하늘'을 외치며 대회를 마쳤다.

눈보라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둔 다른 참가자와 달리 필자는 ‘우수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감 했다. 가능한 모든 목록을 다 도전해 봐야겠다는 욕심으로 조바심을 내다 잠의 유혹에 무너졌고 끝내 완주에 실패했다.

그래도 별을 보러 가는 생각을 하면 언제나 설레인다. 

어린 시절 모기 불을 피워 놓고 마당 평상에 누워 은하수를 보던 때부터 지금까지 크게 변하지 않은 듯하다. 설레임을 이기지 못한 결과를 동녘에 해가 오르면서 맞았다. ‘별 보는 것은 하늘이 하는 일’, ‘욕심은 금물’ 교훈을 새기면서도... 마음은 벌써 내년 메시에 마라톤을 달린다.

 

제4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모두의 밤하늘 100' 홍보 포스터
▲ 제4회 경남 메시에 마라톤 '모두의 밤하늘 100년' 홍보 포스터

<메시에 마라톤>

메시에 마라톤은 18세기 초 프랑스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성단, 성운, 은하와 같은 별 이외의 어두운 천체를 관측한 기록을 정리한 목록(메시에 목록) 110개를 하룻밤 사이에 가능한 많이 찾아내는 아마추어 천문가들의 행사이다.
해가 진후부터 해가 뜰 때까지 밤을 새며 기나긴 인내를 통해 자신의 실력과 체력을 이겨내야 좋은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은 마라톤과 비슷하다.
별을 보는 사람들(별쟁이)이라면 자신의 관측 실력에 한번 쯤 도전해보고 싶어 하는 행사이다.

1년 가운데 이 메시에 목록을 하룻밤 사이에 모두 관측할 수 있는 시기가 바로 3월이다. 이 때가 되면 전국 각지의 다양한 동호회 및 천문가들은 메시에 마라톤을 열어 함께 나누는 장을 마련한다.
이번에 열린 경남 메시에 마라톤은 4회째로,
국제천문연맹(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 IAU) 설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모두의 밤하늘 100년’(IAU100:Under One Sky)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전 세계에서 열리는 여러 천문행사 중 하나로 선정되어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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